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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N.E.R.D - No One Ever Really Dies

한국힙합위키

N.E.R.D - No One Ever Really Dies

지준규 작성 | 2018-01-12 18:1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4 | 스크랩스크랩 | 24,865 View

Artist: N.E.R.D

Album: No One Ever Really Dies

Released: 2017-12-15

Rating: RRRR

Reviewer: 지준규





획일적인 틀과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 기발한 음악적 상상력,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는 그룹 엔이알디(N.E.R.D)를 대변하는 요소들이다. 데뷔작 [In Search of...]에서부터 힙합과 펑크 록의 독창적인 크로스오버를 비롯한 다채로운 사운드 실험을 통해 다이내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역동적인 리듬이 단번에 귀를 잡아끄는 “Lapdance”, 맹렬한 기타 루프로 무장한 “She Wants To Move” 등의 걸출한 싱글은 발매된 지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엔이알디가 무려 7년만에 발매한 정규작 [No One Ever Really Dies]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고유의 문법을 만드는 데 충실하다. 군더더기 없이 정교하고 섬세하게 짜인 드럼 비트들이 뼈대를 구성한 가운데, 힙합, 록, 알앤비, 일렉트로닉 등의 장르를 넘나든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샘플 소스의 맛도 좋다. 더불어 리더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노래와 랩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보컬 역시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하며 흥을 돋운다.


그런데 본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 안에 담긴 주제의식이다. 각 곡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상이하지만, 곡 대부분은 무책임한 정부와 부조리가 만연한 미국 사회를 고발하고 거기서 비롯된 개인 내면의 불안과 갈등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재치 있는 현실 풍자나 무게감 있는 메시지는 엔이알디의 전작들에서도 간혹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선 더 적나라하고 과격해진 노랫말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소외 계층의 처참한 삶을 한층 냉철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춘다. 부정부패를 향한 날 선 공격성이 앨범 내내 힘을 잃지 않아 어느 때보다 극적인 감흥을 선사한다.


이러한 특징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곡이자, 백미를 장식하는 “Lemon”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난다. ‘진실은 자유를 선물하지만, 처음엔 널 힘들게 하겠지(The truth will set you free. But first, it'll piss you off)’라는 범상치 않은 구절로 시작하는 이 트랙은 듣는 이들에게 규범과 윤리가 무너지고 모순만이 가득한 현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이 강조된 박진감 넘치는 비트와 그 위로 흐르는 리아나(Rihanna)의 역동적인 래핑 또한 도발적인 가사와 함께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트랙 “Don't Don't Do It!”에서 퍼렐은 더욱 노골적이고 대담해진다. 그는 2016년 발생한 키스 스캇(Keith Lamont Scott) 사건(*필자 주: 뇌에 장애를 가진 남성이 경찰의 총격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일)을 소재로 삼은 이 곡에서 각종 비유와 구체적인 표현을 적극 활용해 제 기능을 상실한 공권력의 무자비함을 질타하고, 냉랭하고 엄혹한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기타 루프가 멋스럽게 가미된 펑키한 비트, 그리고 비트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혈기 왕성한 래핑은 그 희열을 배가시킨다.


이 외에도 인간의 욕망과 선악에 대한 진중한 고찰이 긴 여운을 남기는 “Deep Down Body Thurst”, 프로듀서 채드 휴고(Chad Hugo)의 영민한 감각이 돋보이는 “ESP”, 빠른 템포의 경쾌한 비트가 변주를 거듭하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들어내는 “1000”, 엔이알디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된 레게 리듬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Lifting You” 등의 곡들 역시 진한 감흥을 안긴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 느껴지는 강박적인 변주가 피로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엔이알디는 변주와 장르 퓨전의 선구자격인 그룹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방식은 보편화되었고, 그러한 시대를 맞이하며 음악적으로 고민한 흔적이 묻어난 지점이기도 하다. 어쨌든 설득력 있는 장르 퓨전과 진심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통해 청자를 끌어들이는 이들의 마력은 여전하다. 엔이알디가 돌아왔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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