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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hell Ndegeocello - Comet, Come to Me
오이 작성 | 2014-06-24 18:4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 | 스크랩스크랩 | 21,199 View
Artist: Me’shell Ndegeocello
Album: Comet, Come to Me
Released: 2014-06-03
Rating: RRRR
Reviewer: 오이
어떤 수식도 필요하지 않을 만큼 그 자체로 경이로운 미셀 엔디지오첼로(Me’shell Ndegeocello)의 음악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가 정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았고, 오로지 내부에서 끌어올린 재능을 경탄할 만한 결과물로 도출해냈다.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갖가지 장르를 하나의 일관된 무늬로 새겨 넣은 작업은 단지 크로스오버 같은 단어로 묶기에도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렇게만 보면 미셀의 음악이 무작정 난해하게 흐를 것만 같지만, 의외로 단조롭고, 블루지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여유가 듣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그렇게 천재적인 뮤지션의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지금까지도 놓을 수 없게 했다. 한마디로 미셀은 사람을 홀리는 재주를 타고났다.
미셀 엔디지오첼로의 11번째 앨범 [Comet, Come To Me]는 단 한 번의 실망도 주지 않았던 그녀의 재능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작이다. 그녀에게 상업적인 울타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것 따 따위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지금까지도 열정을 놓지 않고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고마울 정도로 미셀의 음악은 우리에게 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Comet, Come To Me]는 미셀의 앨범에서 한결같이 엿보이던 관조적인 흐름과 계산된 구성임에도 이것이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만큼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특히,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섞는다는 것은 누가 손을 대느냐에 따라 장단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 마련인데, 미셀이 하는 장르의 통합 속에는 그 어떤 허세도, 난해함도, 촌스러움도 없다. 일례로 록과 소울, 컨트리와 레게가 섞여도 그것이 분리된 장르라기보다 하나로 여겨질 만큼 매우 유기적이다. 또한, 그곳에 덧입혀진 그녀의 목소리는 빈 구석을 완벽하게 채운다. 초창기 음악에서 보여주었던 패기와 공격적인 성향은 2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며 점점 사색적이고 관조적이 되었지만, 거친 것이 마모되었다기보다는 큰 움직임 없이도 충분히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앨범의 첫 곡은 올드스쿨 힙합 명곡인 후디니(Whodini)의 “Friends” 커버로 시작한다. 뒤이어 나올 음악들의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그녀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한 곡이다. 멜로디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전체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둔 이 곡은 앨범을 이끌 첫 곡으로서 애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첫 싱글이기도 한 “Conviction”은 앨범에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팝 곡이다. 다소 심각할 수 있는 가사를 가벼운 터치로 풀어낸 곡으로 뒤에 흘러나오는 "Folie A Deux"와 함께 이번 앨범의 색깔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 아닐까 싶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거나 감탄할만한 가창력이 있지 않음에도 부드러움 속에서 묵직한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레게 리듬이 가미된 "Forget My Name"과 "Modern Times” 등은 빈틈없이 꽉 찬 음악적 희열을 준다. 완벽에 가까운 균형과 배합으로 이룬 편곡은 모난 구석 없이 뛰어난 공감각을 이루며,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세계가 다시 한 번 드러나기도 한다.
얄미울 정도로 단 한 번의 하락 없이 높은 수준의 음악을 선보여온 미셀은 [Comet, Come To Me]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마치 하나의 장르처럼 활용했다. 네오 소울이라고 명명하기에는 무언가 더 복잡했던 데뷔 앨범 [Plantation Lullabies]를 시작으로 독특한 세계를 구성했던 미셀의 음악은 매번 다른 듯하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가장 놀랍고 신기한 사실이다. 유행은 매번 다를지언정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음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완벽한 성장 단계에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93년 젊은 시절의 랩이 현재에 와서는 시로 바뀌었고, 패기 넘치던 베이스 리듬은 가벼운 팝 터치의 기타 리듬으로 바뀌었지만, 그 중심을 잡고 있는 미셀의 깊은 소울은 변함없이 앨범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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