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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Maxwell - blackSUMMERS'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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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 blackSUMMERS'night

강일권 작성 | 2016-07-02 22:0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3 | 스크랩스크랩 | 24,227 View

Artist: Maxwell

Album: blackSUMMERS'night

Released: 2016-07-01

Rating: RRRR

Reviewer: 강일권





지난 2012년, 블랙뮤직 팬들을 가장 설레게 했던 소식은 디엔젤로(D’angelo)의 컴백이었다.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네오 소울(Neo Soul)의 선구자가 무려 12년의 공백을 깨고 활동을 재개하며 새 앨범 발매를 공표했던 것이다(물론, 디의 새 앨범은 그로부터 다시 3년여가 지나고서야 나왔다). 그리고 당시 또 한 명의 네오 소울 상징이었던 맥스웰(Maxwell)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디엔젤로의 컴백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난 디엔젤로의 팬이야. 그의 최근 행보에 존경을 표해.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정말, 정말 기뻤어. 진심으로!"


언뜻 이보다 훈훈할 수 없는 순간처럼 보이지만, 실상 음악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는데(“남 얘기 하지 말고 본인이나 빨리 나오세요...”, “맥스웰도 잘 돌아오는 편은 아닐 텐데…”),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압도적인 잠수 기록의 디엔젤로보단 나을지언정 맥스웰의 뜸들이기도 결코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Now]이후, 그의 정규 4집 [BLACKsummers'night]을 듣기까지 8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 했고, 2012년 당시도 이미 나왔어야 할 새 앨범이 3년째 오리무중인 상태였다.


맥스웰이 2009년에 [BLACKsummers'night]을 공개하면서 약속한 건 3부작 프로젝트였다. 모두 같은 제목이지만, 한 단어씩을 대문자로 부각하여 타이틀을 차별화했는데, 이는 각각 추구한 음악 성향에 따른 것이었다. ‘블랙’을 부각한 1부 [BLACKsummers'night]은 소울풀한 음악에 초점을 두었으며, ‘여름’을 부각한 2부 [blackSUMMERS'night]은 가스펠 음악, ‘밤’을 부각한 3부 [blacksummers'NIGHT]은 슬로우잼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하며, 남은 두 앨범만큼은 연년에 걸쳐 발표하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또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blackSUMMERS'night]은 원래 6년 전에 나왔어야 하는 앨범이다. ‘내가 언제 매해 낸다고 했어?’라는 듯 너무나도 태연하게 새 앨범을 들고 온 그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감정이 찰나에 그치는 건 역시 음악이 만족스러운 덕이다. 일단 신앙심과 가스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었던 최초 컨셉트는 일부 유지되고 일부 수정된 지점이 엿보인다. ‘90년대풍의 네오 소울은 물론, 올드 소울, 팝 소울 등이 포진한 프로덕션 면에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가스펠 요소는 미세하게 스며있을 뿐이지만, 연인 사이에서부터 지구와 관계까지 나아가는 광대한 사랑을 담은 가사에선 신앙심에 대한 은유가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지난 4월 드디어 공개되어 가슴 벅차게 했던 첫 싱글 "Lake by the Ocean"은 이 같은 앨범의 특징을 고스란히 함축한 곡이라 할만하다. 전작의 “Pretty Wings”와 달리 리듬감 있게 전개되지만, 또렷이 살아나는 멜로디의 반복을 통해 귀를 잡아끄는 부분이라든지, 고 프린스(Prince)의 영향을 여느 때보다 강하게 드러냈던 보컬 스타일과 특유의 팔세토 창법이 혼재되어 자아내는 짜릿한 감흥은 여전하다. 더불어 갈등과 배신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힘겨운 시기를 보낸 후 느끼게 된 사랑에 관한 가사에선 앞서 언급한 이중의미를 감지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앨범의 초반부는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하우스 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구현한 듯한 인상의 첫 곡 "All the Ways Love Can Feel"을 시작으로 보컬과 엇갈려 변칙적으로 전개되는 리듬 파트의 “The Fall”을 지나 도입부터 발랄한 전자음이 치고 나오는 “III”에 이르는 동안 내리 일렉트로닉 음악의 영향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묘미가 숨어있다. 시작과 동시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듯하지만, 찰나일 뿐이다. 곡이 전개되며 첨가되는 악기와 그에 따른 편곡, 그리고 무엇보다 맥스웰의 소울풀한 보컬이 합쳐지며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무드의 소울 음악이 연출되고, 이는 애초에 기대했던 음악들이 등장하는 기점이 되는 "Lake by the Ocean" 이후의 곡들과 다른 듯 유기적인 관계를 이룬다. 그러므로 앨범뿐만 아니라 곡 단위 역시 진득하게 들어야 온전한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곡들 역시 세심한 구성과 편곡이 돋보인다. 특히, 젊은 블랙 뮤직 거장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까지 가세한 역동적인 피아노 연주 위로 감정의 진폭을 잘 담아낸 보컬이 어우러진 "Fingers Crossed", 남녀 상관없이 녹아들게 하는 팔세토 보컬을 타고 흐르는 미려한 멜로디가 일품인 "1990x", 프로덕션은 물론, 음색과 바이브레이션까지 프린스를 연상하게 하는 “Gods”,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필자 주: 1970년대를 기점으로 주로 흑인 영웅이 등장하는 흑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의 총칭)’ OST에 잘 어울렸을 법한 끈적한 소울 넘버 “Lost”, 그리고 엄숙한 무드 속에서 그윽하게 살아나는 멜로디가 적잖은 울림을 선사하는 “Listen Here” 등은 "Lake by the Ocean"과 함께 앨범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곡들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 적재적소에서 풍미를 더하거나 분위기를 환기하는 관악 세션도 인상적이다.


맥스웰은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프로듀서 하드 데이비드(Hod David)와 좋은 합을 통해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blackSUMMERS'night]엔 우리가 그로부터 듣고 싶었던 멜로디와 느끼고 싶었던 무드,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스타일의 곡이 보기 좋게 섞여 있고, 그 중심에서 진하디진한 맥스웰의 보컬이 방점을 찍는다. 이제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blacksummers'NIGHT]만 잘 마감되어 빨리 나오기만 하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10 코멘트 등록 Nas Nas (2016-07-07 21:02:43 / 121.152.47.***)추천 1 | 비추 0 몇년을 기다린 기대만큼은 아니었으나 확실히 좋았음 이제 프랭크오션앨범만 나오면 되네요 ㅎㅎ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7096&m=view&s=review&c=17&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