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M.E.D. - Classic
양지훈 작성 | 2012-01-02 15:1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20,342 View
Artist: M.E.D.
Album: Classic
Released: 2011-11-01
Rating: RRR+
Reviewer: 양지훈
스톤 스로우(Stones Throw) 레이블 소속 랩퍼 M.E.D.(엠이디 a.k.a Medaphoar)의 이름을 찾는 일은 그의 이름을 단 앨범보다는 레이블 소속 타 뮤지션의 앨범에서 찾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그만큼 그는 스톤 스로우 식구들의 앨범에 많이 참여한 베테랑 MC이며, 믹스테잎을 제외하면 지금 소개할 [Classic] 이전까지 레이블에서 겨우 한 장의 정규 앨범만을 발매했던 랩퍼이다. 그의 첫 앨범이 공개됐던 2005년을 잠시 돌이켜 보자. 안타깝게도, M.E.D.의 첫 앨범 [Push Comes to Shove]는 단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레이블의 간판 프로듀서 매드립(Madlib)을 필두로 고(故) 제이 딜라(J Dilla)와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 오 노(Oh No) 등 이른바 '실력 보증'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지만, 정작 전체적인 느낌은 밋밋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M.E.D.와 스톤 스로우를 좋아하는 많은 팬은 두 번째 앨범에서는 전작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왔다.
은유적 표현에 능한 인물인 M.E.D.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실력파 랩퍼이기에, 그가 내놓는 6년 만의 신작 [Classic]은 1집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빈틈없는 사운드는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 매드립은 [The Medicine Show] 시리즈를 줄기차게 발매하는 와중에도 M.E.D.에게 다수의 멋진 비트를 제공했으며, 매드립의 동생 오 노의 지원("Where I'm From")도 확실하다. 카림 리긴스(Karriem Riggins)와 탈립 콸리(Talib Kweli)가 참여한 "Classic"은 M.E.D.가 보여주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를 대변하는 곡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앨범 커버뿐만 아니라, 사운드의 색채, 그리고 가사까지 모두 '클래식'이라는 단어에 접근하는데,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 컨셉트를 어설프지 않게 살려냈다. 매드립이 만든 열 개의 트랙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비트가 다수 존재하는데, "Get That", "JWF", "Roll Out"으로 이어지는 타이트한 중반부가 특히 압권이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밥상이 차려져 있음에도, 앨범을 듣는 내내 무언가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앨범 발매 이전에 공개된 크레디트를 보는 순간부터 '이 앨범도 또 하나의 매드립 컬렉션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머리를 스쳤다. 매드립이 열 개의 비트를 제공하고 오 노, 알케미스트(Alchemist), 카림 리긴스가 참여하는 모양새는 1집과 매우 흡사한 포맷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한 우려가 어느 정도는 현실화되고 만다.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는 느낌은 앨범의 주인공인 M.E.D.가 정작 자신의 앨범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맹점으로부터 싹트는데, 이는 결국, [Push Comes to Shove]에서 노출됐던 단점과 별반 다름이 없다. 나는 그 원인을 청자의 귀를 확 잡아내지 못하는 M.E.D.의 목소리에서 찾았다. 숙련된 랩 스킬과는 별개로, 그의 모노톤의 목소리는 앨범을 이끌어 가기에 다소 부족하다. 매드립이 깔아놓은 물 샐 틈 없는 비트가 앨범의 수준을 끌어올리긴 하나, 간혹 주인공 M.E.D.의 랩을 집어 삼키는 역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줄곧 M.E.D.의 랩을 듣다가 탈립 콸리나 플래닛 아시아(Planet Asia) 등 게스트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 반갑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Outta Control"이 앨범 후반부의 독보적인 트랙인 것도 사실 호지 비츠(Hodge Beats of Odd Couple)의 참여가 한몫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계속해서 앨범의 주인공이 본인임을 확실하게 어필하지 못한 채 40분의 러닝 타임이 흘러가고 마는 셈이다.
만약 M.E.D. 본인이 이러한 평가를 듣게 된다면 속이 뒤집어지겠지만, 확실히 그의 목소리는 수백 번을 들어봐도 흡입력이 부족하다. '주객전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앨범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Classic]은 랩퍼의 목소리가 앨범의 퀄리티를 좌지우지하는 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사례로 남을 듯하다. 스톤 스로우 소속 뮤지션들의 아낌없는 지원에도, M.E.D.는 1집에서부터 드러난 단점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와일드차일드(Wildchild), 퍼시 피(Percee P) 등 쟁쟁한 MC가 버티는 스톤 스로우에서 그가 레이블의 간판 MC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Track List
01. Int'l
02. Where I'm From (feat. Aloe Blacc)
03. Too Late
04. War & Love (feat. Oh No)
05. Classic (feat. Talib Kweli)
06. Get That (feat. POK)
07. JWF
08. Roll Out (feat. Planet Asia & Kurupt)
09. Blaxican
10. Outta Control (feat. Hodgy Beats)
11. Flying High
12. Medical Card
13. 1 Life 2 Live
14. Mystical Ma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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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DIY (2012-01-04 08:43:45 / 175.113.134.***)추천 0 | 비추 0
랩퍼는 목소리빨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 시켜주는 좋은예..
co.wic
co.wic (2012-01-02 22:29:43 / 175.211.42.**)추천 0 | 비추 0
딱 그런 것 같아요. 1집 때도 그랬지만, 매드립 비트 때문에 듣기 시작해서 결국 매드립 비트들만 남는 느낌? 모자란 실력이 아닌데도 귀에 안 꽂히는 건 큰 문제인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8579&m=view&s=review&c=17&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