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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e Fiasco - Tetsuo & Youth
조성민 작성 | 2015-02-15 21:5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7 | 스크랩스크랩 | 27,915 View
Artist: Lupe Fiasco
Album: Tetsuo & Youth
Released: 2015-01-20
Rating: RRRR+
Reviewer: 조성민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는 이제껏 양질의 정규앨범 넉 장을 연달아 내면서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디스코그래피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화려한 결과물들을 남긴 아티스트치고는 순탄하지만은 않은 길을 걸어왔다. 2006년, [Food & Liquor]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등장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약 1년 만에 [The Cool]을 들고나와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다. 그는 이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함으로써 컨셔스 랩(Conscious Rap)을 기반으로 한 능력 있는 리리시스트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앨범 전체를 주도적으로 탄탄하게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선보이며, 큰 틀을 그릴 줄 아는 기획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에도 성공한다. 이렇듯 여러 면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유한 루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한편으로, 여타 아티스트들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은 바로 메시지를 청자에게 전달하는 딜리버리(delivery) 방식에 있다. 그는 사회적, 종교적, 인종적인 문제점들을 다각도에서 꿰뚫어보며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영리하고 철학적인 워드플레이(wordplay)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컨셉트 메이킹을 토대로 풀어나가는데, 특히 주제 안에 또 다른 주제를 담아 은유적인 표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은 그 누구보다 출중하다. 그리고 이 능력이야말로 왜 루페가 힙합 씬에서 지금과 같은 확고한 비중을 차지하고, 팬들에게서 끊이지 않는 기대를 받고 있는 지 말해준다.
이미 서두에 언급했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도 세 번째 앨범인 [Lasers]을 발표한 2011년을 기점으로 한 번의 정체기 아닌 정체기를 겪게 된다. 소속사인 애틀랜틱 레코즈(Atlantic Records)와 갈등이 최고조를 향해 달리던 시절 발표한 이 앨범은, 담백하게 구성된 그의 전작들과는 달리 과하게 대중친화적인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주도됐는데, 이는 전작들과는 달리 호불호가 선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낳았다. 사실 루페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이었다면 썩 괜찮은 결과물의 수준을 넘어 모두가 인정할만한 팝 랩 앨범으로 평가 받을만했다. 어쨌든 이후, 1년 만에 절치부심하여 발표한 [Food & Liquor II: The Great American Rap Album Pt. 1]로 ‘역시 루페’라는 인상을 남겼지만, 이 앨범 역시 첫 두 앨범에서 보여준 포스를 재현하지는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여러 장의 싱글과 화려한 경력의 트위터 설전을 이어오던 그가 애틀랜틱 소속으로 발표하는 마지막 앨범인 [Tetsuo & Youth]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은 골수 팬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담아내는 데에 집중했다던 루페의 말마따나, 파괴력 있는 곡들과 밀도 있는 구성을 바탕으로 멋지게 탄생했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점은 이 앨범이 얼마나 지독하게 치밀하고 꼼꼼하게 구성되었는지에 관해서다. 크게는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부터 작게는 각 트랙 내의 후렴구와 라인에까지 심어진 이중 삼중으로 아주 세심하게 꼬아놓은 수많은 장치들 모두 ‘루페가 정말로 작정하면 이런 작품을 만드는 구나’라고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다. 특히, 곡의 배치에서부터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울림 있게 전달하기 위해 트랙마다 설계한 각기 다른 세계관, 혹은 플랫폼들, 그리고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며 접근방법에 변화를 주는 부분들은 루페가 의도한대로 메시지의 전달력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곡을 두 파트로 나누어 각각 죄수와 교도관의 시선으로 감옥에서의 삶을 담고 있는 트랙인 “Prisoner 1 & 2”는 대표적인 예다. 이 곡은 단순히 밀폐된 공간에서 삶이 전부인 두 인물의 상반된 심리, 그리고 본래 사회의 부적응자들을 갱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감옥이라는 기관에 대한 의구심과 죄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무자비함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해당되는 ‘물리적/정신적 속박’ 같은 큰 개념까지도 폭넓게 어우르고 있다. 더불어 교도관의 심리로 죄수들을 바라보는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가기 전 루페의 여동생인 아이샤 제이코(Ayesha Jaco)가 [Lasers]를 제외한 모든 앨범의 인트로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내레이션을 이어가는데, 여기서 그녀가 자주 언급하는 ‘신(新) 짐 크로우 법’(New Jim Crow Law)은 현대사회의 백인들이 흑인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장치를 뜻하며, 그것이 곧 감옥이라는 결론과 함께 미국 내에 남아있는 인종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족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동성결혼을 받아드릴 수 없는 종교적 관점과 무분별한 동물학대로 이어지는 도축 시스템, 그리고 현 사법제도가 가진 허술한 문제점 등에 대해 가감 없이 비판하는 날카로운 벌스들과 니키 진(Nikki Jean)의 몽환적이며 끈적이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Little Death”에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여러 방면에 걸쳐있는 사회적인 논란들을 꺼내어 이야기한다. 앨범의 첫 싱글로 발표된 “Deliver”에서는 피자배달원도 배달하러 오기 꺼려하는 환경으로 변해버린 시카고의 게토지역을 바탕으로 하여, 빈민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력과 살인, 그리고 줄지 않는 미국 내 백인과 흑인의 경제적/사회적 격차 등에 대해 묘사하는데, [Food & Liquor II: The Great American Rap Album Pt. 1]에 수록된 “Strange Fruition”에서의 ‘화이트 아메리카(White America)’를 향한 루페의 분노가 물씬 느껴진다. 이처럼 각 트랙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구성하는 루페만의 독창적인 방식은 그의 초기작들에서 번뜩이던 요소들을 다시금 성공적으로 재현해낸다.
루페는 트랙들마다 다른 문제점들을 주제로 삼고 영화, 종교, 문학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런스들을 이용하며 살을 붙였는데, 그럼에도 이 앨범이 산만하지 않고 그의 전작들보다 더 완성도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체적인 흐름이 매우 타이트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평온한 인스트루멘탈 트랙들(“Summer”, “Fall”, “Winter”) 다음에는 러닝타임 8분이 넘는 대곡들(“Mural”, “Prisoner 1 & 2”, “Chopper”)이 배치되어 페이스가 급변하는데, 이는 청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에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한편, 앨범의 후반부라고 할 수 있는 “Winter” 이후, “Madonna”부터 “Adoration Of The Magi”, “They.Resurrect.Over.New”까지 이어지는 트랙배치에서는 또 다른 구성적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세 트랙 모두 다른 내용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Madonna”와 “Adoration Of The Magi”는 종교적인 교집합을 공유하고 있으며, “Adoration Of The Magi”와 “They.Resurrect.Over.New”는 게임이라는 컨셉트를 공유하고 있다. “Madonna”는 게토에서 힘겹게 아들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곡으로, 루페는 예수의 십자가 처형(Crucifixion)과 카톨릭 관련 레퍼런스들을 토대로 어머니를 성모 마리아로 표현하며, 억울하게 죽어간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서술해낸다. 종교적인 의미로 “Adoration of The Magi”는 동방박사의 경배를 의미하며, 아기예수의 탄생을 숭배하는 이 장면은 예전부터 미술사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다. 예수가 주현했다고 전해지는 1월 6일에 맞춰 싱글로 발표된 이 곡에서 루페는 어린 세대에게 충고의 말을 전함과 동시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종교적/지역적 분쟁에 대해 언급하며, 결국엔 그들 모두 똑같은 내용을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그 외에 이 곡에서는 게임에 대한 레퍼런스들 또한 넘쳐난다. 80년대에 유행했던 게임들인 ‘메탈 기어 솔리드(Metal Gear Solid)’와 ‘더블 드래곤(Double Dragon)’에 나오는 악당과 게임방법 등을 언급하는데, 이는 종교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인 ‘환생’을 상징한다. 앱 소울(Ab-Soul)이 참여해서 화제가 된 트랙 “They.Resurrect.Over.New”는 ‘트론(T.R.O.N)’이라는 아케이드 게임의 약자이며, 마치 게임에도 여러 가지의 단계가 있고 목표는 그 끝판왕을 깨는 데에 있듯이, 정신적인 깨달음을 게을리 하지 않고 더욱 레벨-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곡을 흥미롭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루페가 사용하는 레퍼런스에 있다. 암흑물질(Dark Matter)과 종교계와 대립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과학자 갈릴레오(Galileo Galilei)의 중력 실험 등등, 과학적인 레퍼런스들이 바로 그 예인데, 이 지점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전 트랙까지만 해도 그가 종교적인 레퍼런스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루페는 참으로 많은 양의 가사를 적었다. 하지만 라인 어느 곳 하나 불필요한 부분이 없으며, 마디를 낭비하지 않는다. 이는 모든 부분이 치밀한 계산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말인데, 마치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진 시계처럼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부품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를 이루며 돌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트랙들보다 다소 산만하고 정돈된 느낌이 덜한 트랙인 “Mural”도 사실은 루페의 의도 아래 그렇게 기획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사실 앨범에서 “Mural”이 갖는 상징성은 여타 트랙과는 전혀 다른 레벨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잔잔한 “Summer” 이후 후렴구 하나 없이 8분여 동안 폭풍처럼 몰아치는 루페의 랩은, 그의 자아를 형성하는 이념들과 어릴 적부터 받은 문화적인 혜택을 포함한 그의 성장배경,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모든 트랙들에 관련된 주제들을 조금씩 담고 있다. 그렇기에 너무 많은 내용이 한데 어우러져있고 불규칙적인 느낌으로 곡이 진행되지만, 앨범을 끝까지 듣고 다시 한번 이 곡을 들어본다면, 마치 앨범을 한 트랙으로 응축시켜놓은 것 같은 느낌에 경외심이 들 정도다. 루페가 이 곡에서 선보이는 리리시즘이나 랩 포퍼먼스 또한 그가 여태껏 내놓았던 곡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그는 꽤나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곡에서 사운드적인 측면의 변화를 주지 않고도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플로우와 동음이의어(homophone)를 이용한 재치 있는 워드플레이 덕분이다. 결론적으로, 루페는 이 트랙에서 그의 화약고에 있는 모든 류의 화기를 다 사용했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엄청난 화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가공할 트랙을 앨범의 제일 앞부분에 배치했다는 것만 봐도 이 곡에 얼마만큼 자신감이 있는지 느껴진다.
프로덕션 측면에서는 굉장히 풍부한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다. 전체적인 앨범에 안정감을 주기 위해 중반부에는 심볼릭 원(S1)이 재지한 느낌을 가미했고, 후반부에서는 디제이 다히(DJ Dahi)가 전자음을 위주로 주도한 곡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개성강한 트랙들에 단단한 연계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하이라이트는 앨범 초반부에 자리잡고 있는 “Dots & Lines”다. 곡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에서는 컨트리 음악에서 많이 들어볼 수 있는 반조(banjo)의 현란한 독주를 통해 분위기를 주도하는데, 이는 앨범 초반 “Mural”과 “Blur My Hands”로 이어지며 아직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자리 잡히지 않은 중심을 단번에 모아준다. 그리고 역시 루페가 예전부터 애용하는 현악기인 바이올린과 하모니카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곡의 중심부에선 매우 안정적인 사운드가 돋보인다.
이 앨범이 모두가 좋아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루페가 음악을 통해 다루는 주제의 대부분은 많은 랩퍼들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위치한 것들이며, 그러한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루페가 취한 방식은 필요이상으로 은유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중/삼중적인 의미를 담은 메타포를 뱉어내고, 청자들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음 메타포를 던지는 패턴을 반복한다. 그래서 경주마처럼 혼자서 앞으로 달려나가는 그의 모습이 때로는 배려심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선택한 작가적 고집인 것이고, 애초에 그러한 공격적인 전달방식이 힙합 씬에서 그 누구보다 루페를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걸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그런 면 때문에 루페를 좋아해왔다면, 이 앨범은 수작, 혹은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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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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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ym
asym (2015-05-30 11:44:35 / 122.128.177.**)추천 0 | 비추 0
정말 짱임니다
Drizzy
Drizzy (2015-02-27 17:22:55 / 211.176.67.***)추천 3 | 비추 0
LA로 여행갔다가 우연찮게 루페 팬미팅에 가서 만나게 되었는데 훌륭한 음악을 떠나서 그의 훌륭한 인격 때문에 더욱 더 팬이 되었습니다. 그저 계속 좋은 음악에 깊은 메세지를 담아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Mural, Prisoner, Adoration of the Magi 같은 곡들은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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