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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shia Cole - Woman to Woman
강일권 작성 | 2012-11-28 22:5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1,527 View
Artist: Keyshia Cole
Album: Woman to Woman
Released: 2012-11-19
Rating: RRRR
Reviewer: 강일권
비록, 본인은 탐탁해하지 않았지만, 여러 면에서 키샤 콜(Keyshia Cole)이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와 비교되는 건 숙명일 듯하다. 꾸준히 힙합 소울에 일정 지분을 할애한다는 점, 어두웠던 개인사를 바탕으로 쓰는 가사가 주가 된다는 점, 성별에서 비롯한 가치관을 음악에 적극적으로 투영한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그러나 주제에 대한 접근법과 그걸 풀어가는 방식은 좀 다르다. 키샤 콜은 메리 제이 블라이즈보다 더욱 아픔과 치부를 드러내는 데 집중하면서 여성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한편,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위로받고자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이러한 ‘아픔’은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출산의 기쁨과 행복한 결혼생활이 본작을 완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앨범 속 대부분 음악은 여전히 관계와 사랑이 남기는 상처를 노래하고 있다. 특히, 마치 애증의 드라마가 연작처럼 이어지는 1번부터 8번 트랙까지 구간은 본작의 주제와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남자의 변심, 혹은 부족한 사랑 탓에 틀어져 버린 관계 때문에 받는 고통("Enough of No Love")과 계속 거짓말만 일삼는 연인에게 느끼는 좌절감을 토로하다가(“Zero”) 오히려 상대가 자기를 그리워할 거라며 호기를 부려보고("Missing Me"), 자신의 절친과 연인이 바람을 핀 상황에 맞서서("Trust and Believe"), 상대(곡에선 ‘Ashanti’)와 여자 대 여자로서 담판을 지어보려 하지만("Woman To Woman"), 결국, 여자는 자신을 배신하고 떠난 전 연인을 미워하기는커녕 계속 그리워만 한다("I Choose You").
이렇듯 일련의 곡들을 통해 키샤 콜은 여자의 감성과 속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비슷한 처지를 경험한 바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그녀의 호소력 짙고 어느 때보다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는 보컬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듯하다.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역사적인 명곡 “End Of The Road”에서 멜로디를 빌려온 점이 눈에 띄는 싱글 "Trust and Believe"와 “Love”의 연장선이면서 그보다 보컬 어레인지나 멜로디 구성에서는 좀 더 탁월해진 “I Choose You” 등은 원체 훌륭했던 키샤 콜의 보컬 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이번에도 탄탄한 편이다. 흥미로운 건 비달(Vidal), 티-마이너스(T-Minus), 에릭 허드슨(Eric Hudson), 로드니 저킨스(Rodney "Darkchild" Jerkins), 빙크(Bink!) 등등, 흑인음악 팬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진 이들보다 하모니 사무엘스(Harmony "H-Money" Samuels), 스플래쉬(Splash), 카를로스 맥키니(Carlos "Los" McKinney/*물론, 그의 커리어는 비교적 화려하다) 등, 다소 생소한 이들의 곡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점이다. 바로 앞서 언급한 두 곡 "Trust and Believe"와 “I Choose You”를 비롯하여 둔탁한 드럼과 무겁게 떨어지는 건반 루핑이 어우러지며 연출하는 공간감이 일품인 힙합 소울 “Enough of No Love", 더-드림(The-Dream)이 작곡에 참여하고, 소울/훵크 그룹 엠튜메이(Mtume)의 “Juicy Fruit”의 리듬 파트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90년대 스타일 넘버 “Hey Sexy” 등이 그 대표적인 트랙들이다.
전작 [Calling All Hearts]의 상업적인 성적이 부진했고, 줄곧 그녀의 멘토였던 A&R 프로듀서 론 페어(Ron Fair)마저 게펜 레코드(Geffen)를 떠난 상황 속에서 키샤 콜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꽤 성공적으로 앨범을 만들어냈다.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 이전 앨범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점은 없지만, 본작이 만들어지기까지 일련의 배경들과 가사에 좀 더 깊은 감성을 담아냈다는 걸 고려해보면, [Woman to Woman]은 키샤 콜 스스로와 팬들에게만큼은 좀 더 특별한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탄탄한 앨범을 계속해서 발표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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