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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la Woods - LEGACY! LEGACY!
황두하 작성 | 2019-06-03 06:1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14,315 View
Artist: Jamila Woods
Album: LEGACY! LEGACY!
Released: 2019-05-10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시카고 출신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자밀라 우즈(Jamila Woods)가 2016년에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를 통해 공개한 [HEAVN]은 놀라운 완성도의 데뷔작이었다. 우즈는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위치한 흑인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적 억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커먼(Common)과 같은 동향의 남성 뮤지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적인 언어로 차분하게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네오 소울과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경계에서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프로덕션과 감정을 덤덤히 토로하는 창법이 더해져 우즈만의 음악을 완성했다. [HEAVN]은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감동을 지닌 작품이었다. 그리고 약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LEGACY! LEGACY!]는 보다 공격적이고 직접적이다.
그에게 영감을 준 흑인 시인, 예술가, 철학가들의 이름을 딴 트랙 제목에서부터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12트랙을 반으로 나눠 전반부에는 여성들의 이름을 따왔고, 후반부에는 남성들의 이름을 따왔다. 전자에선 여성들이 겪는 억압과 그에 대한 저항을, 후자에선 흑인으로서 겪는 것들을 노래한다. 우즈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그 아래엔 응축된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오늘날까지도 자주 인용되는 니키 지오바니(Nikki Giovanni)의 시 “Ego Tripping”을 차용해 흑인 여성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NIKKI”, 소니아 산체스(Sonia Sanchez)의 즉흥시의 한 구절인 ‘It was Bad’를 인용해 흑인 노예, 특히,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고발하는 “SONIA”, 백인들을 위해 공연하길 거부했던 재즈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정신을 담아낸 “MILES” 등등, 다양한 인물들에게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감정을 표출해낸다.
한편, “Frida”에서는 부부였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가 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집에 따로 살았던 것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연인 관계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선조들의 유산을 현재 상황에 알맞은 메시지로 재창조해낸 것이다. 이는 마치 우즈만의 색다른 ‘샘플링’ 작업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더불어 흑인들에게 자신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역사적 인물들에 관해 알게 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게끔 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LEGACY! LEGACY!]는 그 자체로서 ‘블랙 히스토리’의 예술 편을 다루는 교과서처럼 기능한다.
프로덕션 또한 더욱 강렬해졌다. 트랙 대부분을 책임진 신예 프로듀서 슬롯 에이(Slot-A)는 알앤비와 힙합을 기반으로 사이키델릭한 소스를 적극 가미했다. 강렬한 신시사이저가 꿈틀거리는 “ZORA”, 간간히 울려 퍼지는 일렉 기타가 긴장감을 조성하는 “MILES”, 재즈 사운드를 차용해 낮게 넘실대는 베이스라인이 인상적인 “BASQUIAT” 등은 대표적. 이러한 프로덕션의 변화는 앨범의 호전성을 그대로 나타낸다.
아울러 첫 트랙 “BETTY”를 딥 하우스 트랙으로 리믹스한 마지막 트랙 “BETTY (for Boogie)”는 흑인 여성들이 물려받은 유산들을 축복하듯 축제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다 듣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지속된다. 앨범의 타이틀에 걸맞은 완벽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LEGACY! LEGACY!]는 근 몇 년간 발매된 ‘블랙 페미니즘’과 ‘블랙 프라이드’를 다룬 앨범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이고 과감한 방식을 택한 작품이다. 그래서 더 강하고 선명하게 뇌리에 남는다. 앨범 내내 품위를 잃지 않는 우즈의 보컬은 누구보다 강한 분노와 의지를 품고 있다. 최근 솔란지(Solange), 리틀 심즈(Little Simz), 케이라니(Kehlani) 등등, 여성 음악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눈에 띄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본작은 그 흐름에 방점을 찍을 걸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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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8680&m=view&s=review&c=17&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