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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face Killah & Adrian Younge - Twelve Reasons to Die II
강일권 작성 | 2015-07-27 23:5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25,819 View
Artist: Ghostface Killah & Adrian Younge
Album: Twelve Reasons to Die II
Released: 2015-07-10
Rating:Rating: RRR+
Reviewer: 강일권
철저히 흥행 성적에 기반을 두고 속편을 제작하는 영화계와 달리 음악계에선 상업적으로 부진했더라도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으면 후속작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 랩퍼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와 프로듀서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의 합작 [Twelve Reasons to Die II]도 그런 경우다. ‘르자(RZA) +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 포티쉐드(Portishead)’의 창조적인 결합으로 대변할 수 있는 프로덕션과 흥미로운 오디오 범죄 드라마라 할 수 있는 랩이 어우러진 전작은 그만큼 굉장한 컨셉트 앨범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 만에 발표된 이번 속편은 모든 면에서 전편의 노선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이번에도 신과 거래를 통해 부활하여 피의 복수를 단행하는 갱스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잘나가던 뉴욕의 갱스터 레스터 케인(Lester Kane/*필자 주: Raekwon이 역을 맡았다.)은 다른 갱단 데루카(DeLuca) 패밀리와 마찰 끝에 아내와 아들을 잃게 되고 복수를 다짐하지만, 당장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생명을 담보로 신과 거래를 하는데, 그의 몸을 빌어 복수를 대신할 킬러를 부활시키는 것. 이 킬러가 바로 전작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Tony Starks), 즉, 고스트페이스 킬라다. 토니는 전편에서 몸담은 조직 보스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가 발각되어 살해당한 뒤, 역시 부활하여 복수에 성공한 바 있다. 이처럼 본작은 시나리오만 살짝 다를 뿐, 플롯은 똑같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탱(Wu-Tang)의 수장 르자(RZA)가 내레이션을 맡은 것도, 부활하는 방법이 호러 영화 [캔디맨]을 패러디한 LP 레코드 두 번 돌리기라는 것도 그대로다.
그렇기에 본작의 큰 특징인 컨셉트 앨범으로써 매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만약 전작을 듣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미 큰 감흥을 받은 바 있는 상황에서 본작은 1편에 다소 못 미치는 되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Twelve Reasons to Die II]가 가치 있는 건 주연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비중 있는 조연 래퀀의 탄탄한 라임과 랩핑, 그리고 아드리안 영의 여전히 멋진 프로덕션 덕이다. 리얼 연주와 순수 작곡을 바탕으로 '70년대 범죄 누아르의 음산하고 축축한 정서와 ‘블랙스폴로테이션(Blaxploitation/*필자 주: 1970년대를 기점으로 주로 흑인 영웅이 등장하는 흑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의 총칭)' 스코어 특유의 펑키하고 소울풀한 사운드를 버무린 아드리안 영의 비트는 그야말로 본작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여기에 두 랩퍼는 서로 첫 대면하는 "Return of the Savage"를 시작으로 레스터 케인의 바이오그래피를 압축하여 소개하는 "King of New York", 바이닐(vinyl)을 회전시켜 고스트페이스 킬라를 부활시킨 다음 복수 계획을 세우는 "Let the Record Spin", 복수에 성공하는 과정을 담은 "Blackout" 등을 지나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계약을 둘러싼 레스터 케인의 갈등 및 이야기의 결말이 담긴 "Resurrection Morning"에 이르기까지 차진 궁합의 랩을 통해 쫄깃한 감흥을 선사한다. 특히, 추격전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프로덕션 위에서 긴박하게 랩을 주고받는 "Blackout"이 백미다.
전반적으로 2013년에 발표된 [Twelve Reasons to Die]의 완성도보다 떨어지는 건 확실하다. 무엇보다 전편이 간직했던 묵직한 서사의 힘이 부족하고, 전개와 마무리가 다소 급하게 이루어진 건 아쉽다. 그러나 전편이 걸작이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선 안 되겠다. 그보다 못하다고 해서 이번 앨범이 범작은 아니란 얘기다. 비록, 영화 [대부 II]와 같은 존재가 되진 못했지만,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아드리안 영의 결과물이라면 믿고 들을만하다는 공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르자의 내레이션이 장식하는 에필로그를 고려해 볼 때, 나올 게 거의 확실해 보이는 3편 역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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