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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Ghostface Killah & Adrian Younge - Twelve Reasons to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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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face Killah & Adrian Younge - Twelve Reasons to Die

강일권 작성 | 2013-04-29 18:0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25,837 View

Artist: Ghostface Killah & Adrian Younge

Album: Twelve Reasons to Die

Released: 2013-04-16

Rating: RRRR+

Reviewer: 강일권





2009년 작 [Ghostdini: Wizard of Poetry in Emerald City]에 대한 평은 호불호가 갈렸지만,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는 앨범의 물리적인 양이나 완성도 면에서 우탱(Wu-Tang Clan) 멤버 중 가장 인상적이고 안정적인 솔로 커리어를 자랑하는 인물이다. 나아가 우탱을 벗어나서도 그는 힙합 씬 내 믿고 듣는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이번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과 합작은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결과물이다.


동명의 만화책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컨셉트 앨범에서 무엇보다 흥미를 끄는 지점은 프로덕션이다. 본작의 음악은 최초 뮤지션 측이 밝힌 대로 ‘르자(RZA)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결합’으로 표현 가능한데, 여기에 트립합(Trip Hop) 그룹 포티쉐드 (Portishead)의 영향까지 스며들어 있다. 단, 이번 앨범에 영향을 끼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아마도 대다수의 국내 팬들이 떠올릴 [시네마 천국] 류의 아름다운 선율이 아닌, 그의 초기적 커리어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영화, 즉, 마카로니 웨스턴과 호러 영화 스코어로 대표되는 음악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Twelve Reasons to Die]는 빈티지하고 로우한 르자의 비트, 호러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가 만든 작품의 OST를 떠올리게 하는 6-70년대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그리고 정신을 침식시킬 정도로 멜랑콜리한 포티쉐드의 음악의 결합이라 할 수 있겠다.


얼핏 ‘창작성의 부재’라는 말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본작의 또 다른 주인공인 프로듀서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은 능수능란한 해체와 결합 능력을 통해 이 세 가지 요소를 탁월하게 버무려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아드리안 영의 주무기가 힙합 비트가 아니라 영화 스코어, 좀 더 구체적으로는 ‘블랙스폴로테이션(Blaxploitation/*필자 주: 1970년대를 기점으로 주로 흑인 영웅이 등장하는 흑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의 총칭)’ 스코어라는 점이 주효했다. 그는 엔니오 모리꼬네나 포티 쉐드의 음악을 샘플링하여 르자 풍의 힙합으로 재탄생시키는 형식이 아닌, 각 음악적 요소와 무드를 한데 끌어와 철저한 리얼 연주와 순수 작곡을 통해 만화책의 장르적 성격에 맞는 사운드트랙으로서 음악을 완성했다. 앨범 내에는 옛 서부 영화에서 들을 수 있던 바리톤 기타 사운드, 우탱 클랜 1집의 날 것 같은 비트, [수정 깃털의 새], [스탕달 신드롬] 등의 영화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매혹적이면서도 불안정한 기운의 현악 선율이 탐스럽게 어우러진다. 한 마디로 본작은 근사한 힙합 앨범임에 앞서 근사한 범죄/호러 (만화책의) 사운드트랙이라 할만하다.


여기에 더 큰 힘을 부여하는 게 바로 고스트페이스의 랩이다. 사실 그의 날카롭고 매서운 랩 실력이야 따로 언급하는 게 새삼스럽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가 선보인 스토리텔링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그는 같은 멤버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의식의 흐름을 좇는’ 가사로 악명 높다. 그런 그도 가끔씩 스토리텔링을 통해 힙합팬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 바로 그 호의가 절정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본작에서 고스트페이스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 보스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가 살해당한 뒤, 부활하여 피의 복수를 감행하는 역할로 분하여 한껏 살벌한 라임을 퍼붓는다. 스토리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아드리안 영의 음악 위에서 고스트페이스 킬라가 내뱉는 랩과 이야기가 지니는 호소력은 상당하다. 마스타 킬라(Masta Killa)와 함께한 "I Declare War", 캐파도나(Cappadonna)가 참여한 "The Center of Attraction", 이미 아드리안 영이 재해석 작업을 통해 존경을 표했던 전설적인 그룹 델포닉스(The Delfonics)의 윌리엄 하트(William Hart) 옹이 조력한 "Enemies All Around Me" 등등, 앨범에는 고스트페이스와 아드리안 영이 만나 일으킨 성공적인 화학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 수두룩하다.


2013년 힙합 씬의 2/4분기는 이렇듯 재능 있는 두 뮤지션의 결합으로 시작됐다. 힙합 음악과 호러 영화 스코어, 어느 쪽으로 귀결되어도 전혀 이질감 없는 이 묘한 매력의 작품 [Twelve Reasons to Die]를 통해 고스트페이스는 또 한 번 힙합팬의 믿음에 보답했고, 아드리안 영은 힙합팬의 뇌리 속에 또렷이 이름을 새겼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20 코멘트 등록 DILE DILE (2013-04-30 16:49:51 / 221.142.41.**)추천 0 | 비추 0 고페킬은 그래도 꾸준하다고 해줄만 한듯 Jay Cry Jay Cry (2013-04-30 01:13:55 / 110.70.10.**)추천 1 | 비추 0 아 뮤비 진짜. 장난없네요 아 너무좋아!!!!!! 요즘 이 앨범 무지하게 돌리고있네요ㅋ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2446&m=view&s=review&c=17&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