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Georgia Anne Muldrow & Madlib - Seeds
강일권 작성 | 2012-04-04 14:3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7 | 스크랩스크랩 | 22,074 View
Artist: Georgia Anne Muldrow
Album: Seeds
Released: 2012-03-26
Rating: RRRR+
Reviewer: 강일권
한 장의 앨범을 프로듀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뮤지션이 자신의 앨범 작업을 외부 프로듀서에게 일임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여러 장의 앨범을 통해 자신의 뚜렷한 음악관을 피력해온 이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이런 작업이 이루어질 땐 보통 두 가지 경우로 유추해볼 수 있는데, 해당 뮤지션이 무언가 변화한 음악을 시도해보고자 할 때가 하나, 외부 프로듀서에 대한 매우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보고자 할 때가 다른 하나다. 그런 면에서 조지아 앤 멀드로우(Georgia Anne Muldrow/이하 ‘멀드로우’)가 새 앨범 [Seeds]의 작업을 통째로 매드립(madlib)에게 맡긴 건 후자에 가깝다.
국내 청자들에겐 매드립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평소 스톤즈 스로우(Stone Throw) 레이블의 음악을 살펴왔던 이들이라면, 멀드로우의 이름도 그리 낯설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재즈, 네오-소울, 힙합, 사이키델릭을 모두 아우르는 그녀는 이미 여러 장의 솔로 앨범과 듀오 프로젝트 G&D(그녀의 남자친구인 Dudley Perkins aka Declaime와 합작)의 앨범 등을 통해 예사롭지 않은 재능과 개성 있는 음악 세계를 펼쳐왔다. 그러므로 매드립과 조합은 충분히 기대하고도 남을만한 소식이었다. 더구나 [Seeds]는 서로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멀드로우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외부 프로듀서에게 작업을 맡긴 앨범, 매드립에게는 생애 최초로 총프로듀싱을 맡은 여성 보컬 앨범이 된다.
그런데 매드립이 불세출의 프로듀서이긴 하지만, 소울 뮤지션의 앨범 작업을 총괄했을 때 나올 결과물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에리카 바두(Erykah Badu)와 작업이 있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참여와 총괄은 다르니까 말이다. 일단 매드립이 본 작에서 들려주는 음악의 성향은 이전 그의 작업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Best Love” 같은 곡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서정적이고 멜로디가 살아나는 비트를 선보이거나 몇몇 곡에선 좀 더 풍성하게 악기 샘플을 운용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만하면,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의도적인 잡음 삽입과 불완전한 녹음 연출 등을 통한 빈티지 사운드가 기반이 되면서, 적절한 샘플의 운용과 루핑이 주는 참맛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전곡이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Best Love”를 비롯하여 둔탁한 드러밍과 적재적소에 치고 나오는 보컬 샘플, 그리고 의식의 흐름을 좇는듯한 후렴구 등이 인상적으로 조합한 “Kali Yuga”와 그야말로 아름다운 샘플 활용의 정수를 선사하는 “Seeds” 등은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이렇게 매드립이 멀드로우의 믿음을 현실화하는 가운데, 그녀 역시 응축된 소울을 마음껏 뿜어낸다. 멀드로우는 이번에도 전형적인 보컬 진행 방식(보컬 – 후렴구 – 보컬 2 – 후렴구 – 브릿지 – 후렴구 반복)에서 벗어나 매드립이 깔아놓은 음악 주단 위에서 특정 클리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멜로디를 읊조린다. 그리고 이러한 보컬 스타일은 존재에 대한 고민과 삶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한 그녀의 관점이 담긴 노랫말과 만나서 그 매력이 더욱 극대화된다. 아이들을 위한 좀 더 나은 환경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타이틀곡 “Seeds”는 그 대표적인 예. 특히, 그녀가 주제를 다루는 솜씨는 변화무쌍하다. 개인사처럼 한정된 내용을 추상적으로 표현할 때도 있고, 사회적 이슈를 범우주적 공간으로 확장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멀드로우의 노랫말을 살펴보면,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 외에도 노래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또 그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새삼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된다.
조지아 앤 멀드로우와 매드립의 합작 [Seeds]는 올해 1분기에 나온 알앤비/소울 앨범 중 가장 빛나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명의 음악 기인이 힘을 합치니 이렇게 아주 느낌 충만하고 몽환적이며, 소울풀한 앨범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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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ㄹ ㄱㄱㄱ 듣지도 않았는데 오르가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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