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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bush Zombies - 3001: A Laced Odyssey
조성민 작성 | 2016-04-03 23:0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0,471 View
Artist: Flatbush Zombies
Album: 3001: A Laced Odyssey
Released: 2016-03-11
Rating:Rating: RRR+
Reviewer: 조성민
힙합에서 뉴욕이라는 도시가 갖는 상징성은 실로 대단하다. 힙합의 탄생은 물론, 황금기를 일구어냈던 랩퍼들 대다수가 이곳 출신이며, 그들이 작품에 담아낸 지역적 애환과 자부심은 뉴욕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청자들마저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붐뱁과 올드 스쿨 사운드는 주류에서 밀려났고, 지역의 전설적인 인물들을 이을만한 계승자가 오랜 기간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뉴욕 랩퍼들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Control” 벌스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했고, 빅 크릿(Big K.R.I.T.)이 처음 맨해튼에서 “Country Shit”을 열창했을 때 관객들이 야유를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뉴욕에서도 분명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에이샙 라키(A$AP Rocky)가 할렘에서 크루를 이끌고 등장했고, 퀸스에서는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이 식칼대신 마이크를 잡았으며. 브루클린 태생의 조이 배드애스(Joey Bada$$)는 붐뱁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그리고 저들만큼 굵직하진 않지만, 프로 에라(Pro Era), 더 언더어치버스(The Underachievers)와 함께 동부 힙합 무브먼트인 ‘비스트코스트(Beast Coast)의 한축을 담당하는 플랫부시 좀비(Flatbush Zombies) 역시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룹의 멤버 미치 다르코(Meechy Darko)와 좀비 주스(Zombie Juice), 그리고 에릭 아크 엘리엇(Erick Arc Elliott)은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걸작 [2001: A Space Odyssey]에서 차용한 제목의 첫 정규작 [3001: A Laced Odyssey]를 통해 특유의 개성 넘치고 동적인 랩을 담아냈다. 이번에도 역시 앨범을 프로듀싱한 에릭은 붐뱁 특유의 드럼 비트와 음산한 멜로디의 피아노 루프, 그리고 먹먹한 베이스 운용으로 기본적인 구조를 세웠고, 스트링 연주와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신비롭고도 싸이키델릭한 바이브를 가미했다. 그리고 이들은 인디펜던트 뮤지선으로서 나타낼 수 있는 자부심(“A Spike Lee Joint”)과 자기성찰적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하고(“Fly Away”), 거리에서 거둔 성공을 뽐내기도 하는 한편(“Trade-Off”, “New Phone, Who Dis?”), 디지털 음악과 독창성 없는 뮤지션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히며 게임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한다(“R.I.P.C.D.”, “This Is It”).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첫 곡인 “The Odyssey”와 리드 싱글로 발매된 “Bounce”, 그리고 “R.I.P.C.D.”같은 하드한 붐뱁 트랙들이 배치된 초반부는 매우 일관된 흐름을 형성하고, 중반부에는 다채로운 악기 사용을 통해 자칫 플랫하고 건조할 법할 분위기를 상쇄한다. 특히, 후렴구마다 다른 악기운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Trade-Off”와 스트링 연주와 지저분한 전자음, 그리고 퉁퉁 튀는 킥이 인상적인 “Good Grief”로 이어지는 구간이 바로 그 예다. 결론적으로, 에릭은 각 트랙에 요구되는 만큼의 적합한 사운드를 배합했고 알맞은 스케일로 뽑아냈기에 빈약함이 느껴지는 구석은 없다. 다만, 앨범의 중심을 잡아줄 킬링 트랙의 부재 탓에 다소 무난하다는 게 흠이다. 특히 급격하게 페이스를 잃는 중·후반부가 그렇다.
랩핑도 탄탄하다. 팀에서 가장 두꺼운 성대를 가진 미치의 랩은 파괴력을 머금었고, 좀비의 높은 톤에서 꽂히는 랩은 곡에 청량감을 불어넣으며, 에릭은 그 사이에서 철저히 밸런스를 맞춰가며 합의 완성도를 높인다. 또한, 이들의 랩 퍼포먼스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질적인 측면에서 팀이 갖는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기복이 없으며, 그렇기에 6분, 7분이 넘어가는 대곡의 경우에도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되는 편이다. 특히, 본작에선 많은 부분이 철저히 미치에게 맞춰져 있다. 그는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 트랙을, 그것도 두 곡씩이나(“Fly Away”, “Ascension”) 수록했고, 그가 성대를 긁으며 소리를 러프하게 만들어내는 발성법은 두 번째 솔로 곡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본작은 만족스럽지만, 아쉬움도 상당하다. 그들이 선보인 두 장의 믹스테잎과 듀오 더 언더어치버스와 함께 발표한 프로젝트 등은 그들에게 큰 기대를 걸기에 충분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본작에서 그들이 의도했던 바가 일정 부분 잘 구현되었고, 그들에게 기대했던 랩 퍼포먼스 역시 많은 부분 충족되었다. 그럼에도 프로덕션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도전적이었다면, 현재보다 더욱 강렬한 데뷔작으로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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