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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Fire In Little Africa - Fire In Little Afirica

한국힙합위키

Fire In Little Africa - Fire In Little Afirica

장준영 작성 | 2021-06-22 15:3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5 | 스크랩스크랩 | 6,069 View

Artist: Fire In Little Africa

Album: Fire In Little Africa

Released: 2021-05-28

Rating: RRRR

Reviewer: 장준영





작년에 결성된 파이어 인 리틀 아프리카(Fire In Little Africa)는 오클라호마주 출신의 인물이 모인 음악 집단이다. 프로듀서, 래퍼, 싱어, 다큐멘터리 감독, 시인, 사회운동가 등등, 70명에 육박하는 아티스트가 뭉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씬의 융성이다. 미국의 중남부에 위치한 오클라호마는 다른 주와 달리 힙합 씬이 성장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주목받은 아티스트도 적다. 멤버 대부분도 무명에 가깝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오클라호마 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더욱더 많은 아티스트가 이름을 날릴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두 번째는 지역의 쓰라린 역사와 관련 있다. 오클라호마 대표 도시인 털사(Tulsa)는 남북전쟁 이후 상당수의 흑인이 이주하여 터전을 마련한 곳이다. 그들은 그린우드(Greenwood) 구역을 중심으로 부를 축적했으며, 한때 ‘블랙 월 스트리트(The Black Wall Street)’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1921년에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인종 대학살이 일어났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만 명이 넘는 흑인이 터전을 잃어버렸다. 백인들에 의해 철저히 외면받은 사건은 1997년이 되어서야 진상 규명이 시작됐지만, 미국인에게도 현재까지 낯선 사건이다. 이들이 프로젝트명을 '작은 아프리카 내 화재'로 선택한 것은 한순간에 불타버린 그린우드의 지워진 역사를 되찾고, 블랙 월 스트리트의 유산을 아로새기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앨범은 사건의 시작인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출발한다(“Elevator”). 구두닦이였던 딕 롤랜드(Dick Rowland)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던 백인 여성과 부딪혔고, 이 사실이 와전되어 사건이 촉발했다. 스테프 사이먼(Steph Simon)과 하킴 엘라주원(Hakeem Eli’juwon)은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며 분노한다.


특히 사이먼은 자신과 롤랜드를 동일시하며 과거의 비극이 현재의 털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딕 롤랜드의 파도에 있어, 우리 아버지는 저임금으로 일했지, 내 도시는 마약 거래의 안식처야, 난 진흙탕에서 올라왔지 / I’m on a Dicky Row wave, My daddy was workin’ for low wage, My city a haven for drug trade, I’ma came up out da mud bay’). 비명과 총격이 가득한 꿈에서 깨어나 '미친 꿈을 꾸었어, I just had the craziest dream'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 한 마디로 꿈보다 더 비현실적이었던 사건이 100년 전에 일어났다는 것을 역설한다.


곡이 이어지면서 아티스트들은 털사와 오클라호마를 다양하게 표현한다. “Descendants”에서는 투쟁을 강조하여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P.O.D.”를 ‘통해서는 암울한 현실 속 고장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부당한 역사에 대한 의문을 딕 롤랜드의 눈을 통해 제시한 “City of Dreams”도 있다. 그중에서도 “The Rain”과 “P.O.D. Pt. II”를 주목할만하다. 개인적인 이야기임에도 다른 트랙과 동일하게 비탄적 정서를 지닌다. 직간접적으로 참극과 관련 있기 때문에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내는 인물은 스테프 사이먼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이기도 한 그는 정규작이었던 [Born On Black Wall Street](2019)를 비롯해 꾸준히 그린우드를 다뤄온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더라도, 주요 트랙에서 밀도 높은 서사를 사용하여 전체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주조한다.


메시지와 함께 눈여겨볼 점은 멤버들의 퍼포먼스다. 몇몇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장르 팬조차도 낯선 이름이 상당수이지만, 준수한 퍼포먼스가 앨범을 채운다. 일례로 진솔하게 자신감과 다짐을 풀어내는 “Regardless”는 짧은 곡 안에서 세 래퍼의 호흡이 돋보인다. 타이트하게 내뱉는 랩이 브라스 사운드와 맞물려 묘한 쾌감을 주는 “Raw Cocaine”, 농도 짙은 두 보컬이 분위기를 자아내는 “Our World”도 근사하다.


프로덕션 또한 다채롭다. 참여한 아티스트와 트랙 수가 방대하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스타일을 포괄한다. 트랩이나 붐뱁은 물론이고 재즈, 힙합 소울, 네오 소울, 가스펠을 조화롭게 녹여냈다. 결정적인 순간은 역시 “Party Plane”이다. 도입부터 쥐펑크(G-Funk)에서 느낄 수 있는 끈적한 바이브가 압도적이며, 그 위로 다이얼톤(Dialtone)과 스테프 사이먼이 랩을 펼친다. 더불어 게스트는 무려 찰리 윌슨(Charlie Wilson)과 낸시 플레처(Nanci Fletcher)다.


윌슨은 털사 출신이자 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펑크(Funk) 밴드 갭 밴드(The Gap Band)의 리더다. 플레처는 스눕 독(Snoop Dogg), 투팍(2Pac), 네이트 독(Nate Dogg), 워렌 쥐(Warren G) 등과 작업하며 수많은 쥐펑크 명곡에 참여한 보컬이다. 신구 아티스트가 한자리에 있는 보기 드문 장면도 흐뭇하지만, 제대로 구현된 쥐펑크를 들으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힙합은 최초 유흥을 위해 탄생했던 장르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변하고 향유하는 방식도 달라지면서 그 어느 장르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다. 파이어 인 리틀 아프리카는 음악을 통해 백인 중심의 역사가 지운 참극을 재조명하며 ‘그린우드의 월 스트리트’를 재건하고자 한다. 최근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 학살 100주년 추도식에 참석하여 “털사에서 일어난 역사는 너무 오랫동안 어둠에 가려져 침묵 속에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마침내 털사의 과거에 빛이 드리우는 지금, [Fire In Little Africa]의 무게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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