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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 The Marshall Mathers LP 2
예동현 작성 | 2013-11-15 22:1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4 | 스크랩스크랩 | 36,039 View
Artist: Eminem
Album: The Marshall Mathers LP 2
Released: 2013-11-05
Rating:Rating: RRR+
Reviewer: 예동현
[The Marshall Mathers LP 2]는 데뷔 후, 정확하게는 [The Slim Shady LP]로 메인스트림 랩 게임에 등장한 이후를 그린 에미넴(Eminem)식 자서전에 가깝다. 놀라운 랩 스킬, 인종적 정체성, 요란한 가족사, 스캔들과 논란, 디스와 비프 등을 포함한 힙합 역사상 가장 큰 성공, 슬럼프, 회복에 이르기까지 십수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가 거두었던 화려한 빛과 그 찬란함만큼 짙었던 어둠이 서로 뒤섞이며 만들어 낸 드라마에 대한 에미넴의 담담한 회고가 주를 이룬다.
타이틀에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전작과 핵심은 완전하게 일치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MMLP 2]는 에미넴의 ‘과거’에 대한 앨범이다. 13년 전의 전작이 데뷔 전 그의 성장기에 대한 분노와 좌절에서 비롯된 광기의 표출이었다면, 지금 이 앨범은 불혹을 넘긴, 성장보다는 성숙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나이와 경력을 가진 한 예술가의 반추에 가깝다. 그리고 두 앨범에서 모두 에미넴은 전망이나 계획보다는 주로 과거에 근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만, 광기 어린 절규와 담담한 반성, 혹은 포용으로 갈리는 표현 방식이나 결과가 상당히 다를 뿐이다. 더불어 [MMLP 2]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 필연적으로 익숙한 콘텐츠를 반복하는 대신, 친숙한 과거 일부분을 끌어와 그것을 드라마적 장치로 활용한다. 뻔뻔하게 의도를 그대로 청자에게 노출하며 반응을 요구하는데 대부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에미넴다운 과감한 재치다.
그의 과거 활용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곡은 “Bad Guy”다. 전형적인 에미넴식 사이코패스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후반에 본격적으로 “Stan”의 후속곡임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등장하고, 주인공인 매튜 미첼(Matthew Mitchell)의 이름이 밝혀지면서 노골적으로 그 정체를 드러낸다. 자신의 커리어를 담보로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벌스4에서 이 앨범의 모든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그려낸다. 이번 앨범은 카르마(Karma)에 대한 것이다. 그가 이룩한 거대한 성공의 시간 아래 묻혀있던, [MMLP]에서는 자양분이 되었던 증오-불안-냉소-좌절-분노-절망이 망령처럼 돌아오고,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MMLP 2]의 핵심이다. “The Monster”나 “Headlights”의 용서와 화해, 인정과 포용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13년 전의 에미넴을 매튜 미첼이 죽였기 때문만은 아니라, 성공 속에서 더 깊고 어둡게 그의 발목을 잡았던 굴곡진 인생사를 지나쳐 온 마샬 매더스에 대한 청자의 공감 때문일 것이다.
주제도 좋고, 각본 좋고, 특수효과나 무대 장치들도 더없이 훌륭한 이 앨범은 그러나 연출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들쭉날쭉한 트랙 간의 완성도에 비해 전체적인 흐름과 균형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지만, 비트의 매력 자체는 대부분 좀 어정쩡하다. 물론, “Berzerk”와 “Rap God”의 에너지나 “Love Game”의 센스는 대단히 즐겁고, “Evil Twin”이나 “Legacy”처럼 에미넴 특유의 무드를 잘 살려낸 곡들은 만족스럽지만, 대부분 비트는 과거의 정수를 충분한 퀄리티로 재현하지도 못하고, [Recovery]에서 시도한 현재 트렌드와 융합을 새로운 방식으로 펼쳐 보이려는 과감함도 부족하다. 릭 루빈(Rick Rubin)이 불어넣은 신선함은 방향성 모호한 다른 트랙들 때문에 이 앨범을 대표할만한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목적이 분명한 라디오 프렌들리 싱글 “Survival”과 “The Monster”는 그럭저럭 준수할진 몰라도 [Recovery]의 비슷한 곡들보다는 흡입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가장 큰 단점은 “Stronger Than I Was”인데, 내용상 제법 중요한 가사를 담고 있음에도 재미없는 멜로디와 거북함 외에는 달리 평할 길이 없는 에미넴의 보컬 때문에 “Brainless”와 “The Monster” 사이에서 앨범의 중후반부 밸런스를 박살 낸다. 닥터 드레(Dr. Dre)는 제작 총지휘로 이름을 올리고는 있으나 직접적인 참여는 없는데 [Recovery]에서 “So Bad” 단 한 곡에 참여했지만, 앨범 중후반부의 다양하고 요란한 에너지 사이에서 단단한 무게균형을 잡아주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불참에 아쉬움이 남는다. 가사의 내용이나 랩 퍼포먼스는 에미넴의 이전 걸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점도 많기 때문에 프로덕션이 남기는 작은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
어쨌든 이 앨범은 훗날 에미넴의 커리어를 되돌아볼 때 중요한 위치에서 조명받을 것이다. 힙합 역사상 가장 성공한 뮤지션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흥미로운 설계와 인상적인 어조로 풀어냈기에 가장 개인적인 에미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의 현재 상태와 내면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담고 있다. 그는 과시하고 조롱하는 동시에 과거에 손 내밀며, 그것을 인정하고 포용한다. 여전히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은 오싹한 광기와 무책임한 분노, 혹은 열정이 발휘되는 순간들이지만, 그 때문에 앨범의 나머지 순간들은 더 큰 감동과 여운을 깔아준다. 가사적으로 [The Marshall Mathers LP 2]는 가장 빈틈없고 탁월하게 설계된 자전적 앨범 가운데 한 장이며, 자신의 역사에 스스로 바치는 조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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