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황두하 작성 | 2015-06-29 16:5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21,633 View
Artist: Elijah Blake
Album: Shadows & Diamonds
Released: 2015-06-23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한동안 메인스트림 알앤비 씬에서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이후로 노래 실력과 함께 퍼포먼스까지 겸비한 남성 싱어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신예 일라이저 블레이크(Elijah Blake)의 등장은 반갑다. 16세부터 트레이 송즈(Trey Songz)의 2009년작 [Ready]에 작사가로 참여하며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12년 어셔(Usher)의 히트 싱글 “Climax”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같은 해 겨울 발표한 무료 EP [Bijoux 22]에서는 레이블의 수장인 노 아이디(No I.D.)를 비롯하여 에스원(S1), 1500 오어 낫씽(1500 or Nothing)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일렉트로닉부터 붐뱁 사운드의 곡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화하며 그가 싱어로서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영상과 무대에서 뛰어난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어 오랫동안 뜸했던 다재다능한 기량을 갖춘 알앤비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였다.
그런 그가 작년에 발표한 EP [Drift]는 전반적으로 괜찮았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의 과거사로 인한 트라우마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절절하게 풀어낸 “6”와 “Fallen”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이다. 6명의 각기 다른 프로듀서가 참여한 프로덕션은 일관된 흐름과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며 잘 완성되었지만, 그에 비해 앨범의 주인공인 일라이저 블레이크는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며 게스트인 제이콜(J.Cole)과 코러스 등에 하이라이트를 내주었고, 결국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에 실패했다.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있던 신예가 메이저에서 내놓은 첫 번째 결과물이라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첫 번째 정규 앨범 [Shadows & Diamonds]에서는 일라이저 블레이크가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놓지 않으며 지난 앨범보다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덕션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일렉트로닉 댄스, PBR&B, 트랩, 다운템포 알앤비 등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드러나는데, 전체적으로 보다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댄서블한 트랙인 “Live Till We Die”와 리드미컬한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진 발라드 넘버 “Armageddon”, 긴박한 리듬 파트의 운용이 인상적인 “Rockabye”처럼 뚜렷한 개성을 지닌 트랙들이 이질감 없이 이어진다. 이는 적절한 소스의 사용과 신스의 운용으로 긴장된 템포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프로덕션과 함께 어떠한 트랙이든 일정한 톤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블레이크의 보컬 덕에 가능했던 것이다. 비록, PBR&B를 표방한 “The Otherside” 같은 곡에서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것이 완성도를 논하는 데 크게 문제 되는 지점은 아니다.
블레이크가 곡을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발전된 모습이 느껴진다. 전작의 “Wicked”와 같은 곡에서 산만한 코러스와 명료하지 못한 후렴(Hook)의 구성이 본작의 “Everyday”, “I Just Wanna…” 등에 와서는 보다 명료하고 강렬하게 귀를 사로잡는다. 짧은 구절을 반복하여 멜로디를 구성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뤄낸 발전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중에서도 “Drop Dead Beautiful”은 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일렉 기타와 갈수록 고조되며 몰아치는 드럼,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격정적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코러스 라인이 굉장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전의 “6”처럼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깊은 감동을 주는 곡은 없지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참신하고 아름다운 표현이 돋보이는 가사들 또한, 앨범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Shadows & Diamonds]는 블레이크가 그동안 2장의 EP를 통해 보여줬던 것들을 토대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전작 이후, 1년 만에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퍼포먼스와 보컬을 동시에 소화하면서도 탄탄한 완성도의 앨범을 만들 줄 아는 신예가 오래간만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Shadows & Diamonds]은 무척 반가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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