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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Sweatshirt –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
지준규 작성 | 2015-04-03 18:5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5 | 스크랩스크랩 | 25,541 View
Artist: Earl Sweatshirt
Album: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
Released: 2015-03-23
Rating: RRRR
Reviewer: 지준규
2013년 발매된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의 첫 정규작 [Doris]는 오드 퓨쳐(Odd Future) 크루의 막강한 영향력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비록, 데뷔 초기 얼 스웻쳐츠의 음악을 지배했던 극도의 광기와 흥분은 사라졌지만, 한층 차분하고 폭넓은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모습이 전과는 다른 희열을 선사했고, 가사에 담긴 기막힌 은유와 통찰, 그리고 짜임새 있게 구성한 라임들 또한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그를 늘 괴롭혀왔던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거기에서 비롯된 우울함이나 불안, 긴장 등을 단순한 울분이 아닌 진솔한 음악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 노력은 앨범 전체에 고스란히 투영되었으며, 이는 이제 막 소년의 티를 벗은 어린 뮤지션의 음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불과 몇 년 사이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이 조숙한 래퍼는 두 번째 정규 앨범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를 발표하고 또 한 번 힙합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운드다. 랜덤블랙듀드(RandomBlackBude)라는 예명 아래 수록곡 대부분을 프로듀싱한 얼 스웻셔츠는 정갈한 드럼과 탄력적인 베이스 라인을 배치하여 유연성을 살리고, 흐릿하면서도 자극적이고 아련하게 들리는 묘한 느낌의 신스 라인을 다채롭게 가미해 흡인력 있는 사운드를 완성했다. 동시에 다소 난해하고 변화무쌍한 음악 재료들을 적극 활용하며, 상투적이고 진부한 전개를 탈피하려한 과감한 시도 역시 빛을 발한다. 기존 힙합 음악이 가지는 장르적 특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되 하나의 용어나 틀로 정의할 수 없는 본인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독립성까지도 확보하려는 욕심이 앨범 면면에 배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얼 스웻셔츠의 래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언제나처럼 허황된 자기 과시나 외설적인 묘사 대신 철학적인 사색과 성찰에 집중하지만, 주로 자신의 삶과 감정에만 초점을 맞췄던 전작과 달리 사회적, 정치적 이슈나 문제 등으로 주제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앨범 내내 그는 자신의 가치관과 믿음, 그리고 사회가 가진 모순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가는데, 이렇듯 진중하고 의식적인 면모는 분명 전보다 한 차원 높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지금까지 커리어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경쾌한 곡 “Huey”가 앨범의 포문을 열면, 곧이어 핵심 트랙 중 하나인 “Mantra”가 등장한다. 둔중한 드럼 사운드와 음산한 전자음이 전면에 등장해 몽롱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얼 스웻셔츠의 안정적인 플로우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차분히 끌어당긴다. 이 곡에서 그는 뮤지션으로서 명성을 얻게 된 뒤 느꼈던 다양한 심정을 털어놓는데, 자신이 어떤 조건에 처해 있고 어떤 가능성과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전 여자 친구 말로리 루엘린(Mallory Llewellyn)을 비롯한 타인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특히, 팬들의 과도한 집착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히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 또한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하는 대목에선 그의 복잡한 내적 갈등이 여실히 느껴지고 이것이 묘한 감흥을 자아낸다.
그리고 몇 트랙이 지나면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는 트랙 “Grief”가 등장한다. 앨범의 첫 싱글로 미리 공개되기도 했던 이 곡은 가사와 사운드 모든 부분에서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명확히 대변하는데, 특히, 세상에 대한 두려움, 고독, 자기혐오라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정신적 혼란에 시달리고 있는 본인의 삶을 많은 이가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슬픈 단면과 절묘하게 연결시킨 가사가 공감을 이끌어낸다(*필자 주: 얼 스웻셔츠는 2013년 사랑하던 할머니를 잃었고, “Grief”는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신념과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역설하는 메시지의 첨가는 곡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얼 스웻셔츠의 프로덕션도 탁월하다. 네오 소울 아티스트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Fall In Love (Your Funeral)”을 샘플링하여 속도를 낮춤으로써 독특한 효과를 연출했고, 불규칙하게 변주되는 몽환적인 신시사이저와 미니멀한 드럼을 통해 형성된 꿈결 같은 분위기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이 외에도 유려한 멜로디 위로 10대 시절 품었던 꿈과 열망에 대해 돌이켜보는 “Faucet”, 오드 퓨쳐의 메인 프로듀서 중 한 명인 레프트 브레인(Left Brain)이 비트를 맡아 그 특유의 매력을 더한 “Off Top”, 힙합 트리오 랫킹(Ratking)의 멤버 위키(Wiki)와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가 피처링하여 에너지를 증폭시킨 “AM / Radio”나 “Wool” 등의 곡들 역시 앨범의 완성도에 일조한다. 특히, “Wool”에선 전 앨범 수록곡들인 “Burgundy”와 “Hive”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는 빈스 스테이플스와 시너지 효과가 다시금 발휘됐다. 간드러진 톤으로 날 선 언어를 내뱉는 빈스 스테이플스와 무게감 있는 얼 스웻셔츠의 중저음 래핑이 서로 대비와 조화를 동시에 이루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대부분 곡에서 벌스(Verse)를 구분해주는 뚜렷한 후렴구가 부재한 탓에 간혹 지루함이 느껴지는 건 아쉽다. 그러나 [I Don't Like Shit, I Don't Go Outside]는 얼 스웻셔츠가 래퍼로서 기량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프로듀싱에도 출중한 재능이 있음을 여실히 체감하게 한다. 무엇보다 확실한 목표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여전히 유지하는 가운데 한층 발전한 기량을 바탕으로 만든 이번 앨범은 정체성과 개성 없이 유행에만 의존하는 나태한 힙합 뮤지션들에 경종을 울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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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q
blanq (2015-04-04 09:18:25 / 110.14.180.**)추천 4 | 비추 0
켄드릭 앨범때문에 약간 묻힌감이 있는거같아 안타까운앨범... 좋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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