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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Caesar - Case Study 01
황두하 작성 | 2019-07-30 05:2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 | 스크랩스크랩 | 16,681 View
Artist: Daniel Caesar
Album: Case Study 01
Released: 2019-06-28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201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부상한 이후, 이에 영향받은 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메인스트림 알앤비 사운드는 전과 달라졌다.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데뷔 때부터 PBR&B, 블랙 가스펠, 고전 소울을 아우르는 고유의 음악을 선보였다.
첫 정규 앨범 [Freudian](2017)은 그러한 색깔을 유려하게 펼쳐낸 음악으로 평단의 호평을 끌어냈다. 더불어 또 한 명의 핫한 신예 허(H.E.R)와 함께한 듀엣곡 “Best Part”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며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두 번째 정규 앨범 [Case Study 01]이 깜짝 공개됐다. 앨범에는 성공 이후 바뀐 상황과 감정이 두서없이 담겼다. 상당히 흔한 주제이지만, 다른 뮤지션들의 그것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자신이 이룬 것들을 자랑하거나 뿌듯해하기보다는 관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현재 상황을 ‘혼돈’이라고까지 여긴다. “Superposition”의 ‘This Music Shit’s a piece of cake / The rest of my life’s in a state of chads (이 음악은 아무것도 아냐 / 내 나머지 인생은 혼돈 속에 남겨져 있어)’라는 가사는 본작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는 연인과의 불안정한 관계에서 기인한다. 삶이 변화한 이후, 오랫동안 함께한 연인과 헤어졌다가(“Entropy”, “Cyanide”) 만나기를(“Love Again”) 반복하는데, 종래에는 성공과 불안감에 취한 화자를 참지 못하고 떠나버린다(“Are You OK?”). 이처럼 개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풀어간 덕분에 좀 더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사적인 서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음악 덕분이기도 하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다양한 인물이 참여하여 보다 다채로워졌다. 아울러 PBR&B와 블랙 가스펠의 기운은 옅어진 대신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만한 팝적인 터치가 늘었다.
달라진 사운드에 맞춰 피치를 낮추거나 오토튠을 활용하는 등 보컬 운용에도 변화를 주었다. 넵튠스(The Neptunes)가 프로듀싱하고 퍼렐(Pharrell Williams)이 피처링한 “Frontal Lobe Muzik”은 대표적인 예다. 댄서블한 트랩 리듬의 곡임에도 드럼 라인을 제외한 악기들을 절제하여 활용한 덕분에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흘러가는 앨범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마감됐다.
이외에도 브랜디(Brandy)가 함께한 “Best Part”의 후속 격인 듀엣곡 “Love Again”, 두왑(Doo-Wap) 사운드의 차용으로 복고적인 질감이 돋보이는 “Open Up”, 존 메이어(John Mayer)의 기타 연주로 아련함을 더한 팝 소울 트랙 “Superposition” 등등, 모두 탁월한 완성도의 트랙들이다.
[Case Study 01]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영리하게 극복한 작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공 이후를 다루는 뻔할 수 있는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를 보편적인 감성과 대중 친화적인 음악으로 포장하여 접근성 또한 높였다. 다만, 그렇기에 사운드 면에서 시저만의 색깔이 조금 옅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이미 고유한 사운드의 영역을 구축한 바 있기에 본작에서의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거라는 쪽에 무게를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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