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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Premier & Bumpy Knuckles - The Kolexxxion 양지훈 작성 | 2012-04-02 16:3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20,208 View Artist: DJ Premier & Bumpy Knuckles Album: The Kolexxxion Released: 2012-03-27 Rating: RRR+ Reviewer: 양지훈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이하 ‘프리모’)와 범피 너클스(Bumpy Knuckles a.k.a Freddie Foxxx)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던 공동 작업 모음집의 발매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The Kolexxxion]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은 100% 신곡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이 아니라 컬렉션(Kolexxxion = Collection)에 가깝다. 앨범을 듣다 보면, 몇몇 곡이 왠지 귀에 익은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 이유는 '03년 범피 너클스의 앨범 [Konexion]에 수록된 이력이 있는 "P.A.I.N.E."와 같은 곡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려 10년이 지난 2001년의 비트까지 수록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차례대로 싱글 컷 되었던 세 곡의 이력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B.A.P. (Bumpy And Premier)"의 비트는 원래 제이지(Jay-Z)를 찾아갔어야 했으나 시기상의 이유로 [Blueprint 3]에 실리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으며, "wEaRe aT WaR"는 테크니컬한 랩의 달인 이모탈 테크닉(Immortal Technique)에게 전달됐어야 할 비트였다. 마찬가지로, "Shake The Room"의 비트는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라는 실력자를 만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사연을 갖고 있다.
이렇게 제 짝을 찾지 못하고 잔존하게 된 비트를 재활용한 곡이 [The Kolexxxion]에 여섯 곡 가까이 수록되다 보니, 마치 [The Kolexxxion]이 버리기 아까운 비트를 재활용하는 용도로 제작한 앨범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무성의하게 만든 앨범은 절대 아니다. 타인에게 제공됐어야 할 비트에 더해진 범피 너클스의 열혈 랩은 갱 스타(Gang Starr) 시절 프리모와 콜라보레이션에서 보여준 것만큼 훌륭하고, 플래이버 플래이브(Flavor Flav)와 나스(Nas) 등, 단 두 명의 게스트만을 기용하여 랩의 주인공이 범피 너클스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이번 앨범의 성패는 프리모가 얼마나 비트를 적절하게 운용했는지가 관건이라 보면 된다. 늘 그랬듯이 두 마디 루프를 돌리고 코러스를 턴테이블 리릭(Lyric)으로 처리하는 작법을 고수하는 프리모이기에, 얼마나 타이트한 샘플 운용이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한데, 전반적으로 꽤 준수하다. 싱글 컷된 "B.A.P. (Bumpy And Premier)"를 예로 들어보자. 30초만 들어도 프리모가 만든 비트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스크래칭과 깔끔한 드럼 운용이 맞물려서 청자에게 쾌감을 가져다 준다. 초•중반부에 등장하는 다수의 곡에서 만끽할 수 있는 '프리모식 비트' 또한, 일부에서 주장하는 ‘프리모 퇴물론’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다. 중반부에서는 "The Life"처럼 귀에 감기는 맛이 없는 루프 때문에 실망스러울 때도 있고, 후반부에는 나스가 참여한 곡("Turn up the Mics Remix")이나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트럼펫을 샘플 소스로 활용한 "The Gang Starr Bus" 외에는 특별한 재밋거리가 없어 다소 아쉽다. 하지만 한국 힙합 리스너들에게 일종의 진리로 여겨지곤 했던 프리모의 비트를 한 시간 동안 감상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다.
[The Kolexxxion]은 프리모라는 이름 때문에 막연한 기대를 걸기 보다는, 마음을 비운 채 들으면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여전히 프리모에게 무결점에 가까웠던 갱 스타 시절의 앨범 [Moment of Truth]에 준하는 퀄리티를 기대한다는 건 다소 가혹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에게도 기복이라는 것이 있기에, 앨범의 모든 곡에서 각각 구성 요소가 톱니바퀴 물리듯 최고의 조합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프리모가 이룩한 명성에 흠집을 낼만한 앨범은 결코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다. 또한, 이 앨범을 통해 프리모는 청자가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된 작업물이 혼재되어 있긴 하지만, 본 작은 2000년대 중•후반 프리모의 기량을 논하는 데에 괜찮은 자료가 될 것이다. 과연, 프리모가 '퇴물'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노쇠화되었는지는 이 앨범을 듣고 나서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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