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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Camp Lo - Ragtime Hightimes

한국힙합위키

Camp Lo - Ragtime Hightimes

강일권 작성 | 2015-06-16 18:4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 | 스크랩스크랩 | 22,137 View

Artist: Camp Lo

Album: Ragtime Hightimes

Released: 2015-05-18

Rating: RRR

Reviewer: 강일권





1997년에 발표된 브롱크스(Bronx) 듀오 캠프 로(Camp Lo)의 데뷔 앨범 [Uptown Saturday Night]은 의심할 여지 없는 걸작이었다. 비록, 상업적으로 크게 히트한 건 아니었지만, 프로듀서 스키 비츠(Ski Beatz aka Ski)가 책임진 특유의 멜로딕 프로덕션은 점점 클리셰의 단점을 노출하던 당시의 안이한 소울 음악 샘플링 곡들 사이에서 단연 빛을 발했다. 특히, 그룹 오리지널 플레이버(Original Flavor)의 멤버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제이지(Jay Z)의 첫 앨범 [Reasonable Doubt]에서 “Dead Presidents II”와 “Feelin’ It”를 주조하며 두각을 나타낸 스키는 이 앨범을 통해 더 확실하게 그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꿀 같은 비트 위로 준수한 라임과 플로우를 갖춘 두 신성, 소니 치바(Sonny Cheeba)와 지치 스웨이드(Geechi Suede)의 랩이 얹힘으로써 [Uptown Saturday Night]은 ‘90년대 힙합 씬을 논할 때 빠져선 안 되는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그만큼 스키와 캠프 로의 조합은 절묘했다.


다만, 그 시너지가 오래가진 않았다. 이들의 조합은 예상과 달리 바로 다음 작품부터 삐걱거린다. 무려 5년이 지나고 발표된 두 번째 앨범 [Let's Do It Again]부터 다시 5년 후에 발표된 세 번째 앨범 [Black Hollywood]를 지나 네 번째 앨범 [Another Heist]에 이르는 동안 이들은 꾸준히 의기투합했으나 [Uptown Saturday Night]의 영광을 재현하진 못했다. 그리고 그 주된 요인은 바로 스키 비츠의 멜로디 감각, 정확하게는 소울, 펑크(Funk) 음악 등에서 멜로딕한 순간을 잡아내어 샘플링하는 감각이 무뎌진 탓이었다. 그렇게 데뷔작이래 음악적으로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던 캠프 로는 2011년, 비로소 스키의 그늘에서 벗어나 명장 피트 락(Pete Rock)과 함께한 공식 믹스테입 [80 Blocks From Tiffany's] 시리즈를 공개하고 재기를 노린다. 참으로 신선한 조합이었고, 결과물의 질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명성을 회복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다시 캠프 로의 앨범을 스키가 총프로듀싱할 거라는 소식은 이전의 실망감을 지우고 또 한 번의 기대감을 품게 했다.


스키와 캠프 로의 조합에 바라는 건 늘 명확했다. [Uptown Saturday Night]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프로덕션을 갖춘 앨범. 그리고 이것은 캠프 로와 스키 역시 지난 세월 동안 의식해온 부분인데, [Ragtime Hightimes]에선 전작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Uptown Saturday Night]의 대표곡들을 떠올리게 하는 "Bright Lights"와 "Sunglasses" 같은 곡의 존재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실로 오랜만에 스키 특유의 신스와 기타의 아늑한 조합이 빛을 발한 "Bright Lights"는 "Coolie High"의 활기찬 버전이라 할만하고, 툭툭하게 떨어지는 드럼 위로 부드러운 혼(Horn) 샘플을 얹은 "Sunglasses"는 "Luchini Aka This Is It"의 차분한 버전이라 할만하다. 이중 "Bright Lights"는 이번 앨범 최고의 곡 중 하나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 곡은 "Black Jesus"다. 힙합 황금기 적의 둔탁한 드럼과 멜로딕한 신스가 이질적으로 조합한 가운데, 2009년 작 [Another Heist]의 "Satin Amneisa"를 연상하게 하는 애수 어린 보컬 컷과 극적인 구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깊은 뒷맛을 남긴다. 올드 스쿨 드럼과 짧고 경쾌한 트럼펫, 그리고 캠프 로의 랩이 맞물리며 질주하는 "Power Man"이나 그윽한 향이 감싸는 "Life I Love" 등도 괜찮다.


그러나 이번에도 캠프 로와 스키의 의기투합이 큰 상승효과를 냈다고 보긴 어렵다. 분명히 [Uptown Saturday Night]에 이어진 일련의 결과물 중에선 그들이 목표한 바와 팬들이 기대한 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작품이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평이하고 구성미가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Bright Lights"와 "Black Jesus"처럼 훌륭한 곡이 있는 반면, 대부분은 꼭 '스키와 캠프 로가 만난 앨범'이 아니더라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헐거운 구성과 지루한 루핑으로 일관하는 "Cold Retarded"와 "Award Winning", 안이한 멜로딕 프로덕션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는 "Gypsy Notes"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체적인 무드와 구성상 전혀 어울리지 않게 록을 결합한 뜬금포 "Mean Joe" 같은 곡이 후반부에서 흐름을 깨는 건 치명적이다.


결국, [Ragtime Hightimes]가 또 한 장의 범작에 그치고만 원인은 이번에도 스키의 프로덕션이다. 캠프 로의 준수한 랩핑은 데뷔이래 특별히 문제됐던 바가 없고,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파티 랩 가사에서도 다채로운 어휘를 사용하여 색다른 무드를 연출하고, 정형화된 기존 것들에 대한 냉소를 담아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근사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범죄극을 들려주기도 하는 소니 치바와 지치 스웨이드의 랩은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한다. 비트의 빈약함을 꽉 조이는 랩핑으로 채워 괜찮은 곡의 반열에 올리는 "It's Cold" 같은 곡을 들어보라.


몇몇 곡에서 스키가 예전의 실력을 발휘하긴 했으나 여러모로 반가움과 아쉬움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앨범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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