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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 B – Trill OG: The Epilogue
강일권 작성 | 2013-11-23 03:4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0,181 View
Artist: Bun B
Album: Trill OG: The Epilogue
Released: 2013-11-11
Rating: RRR
Reviewer: 강일권
간혹, '트릴(Trill)'을 '트랩(Trap)'처럼 음악 장르로 알거나 서로 헷갈리는 이들이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르다. 서던 힙합의 역사를 대변하는 엠씨 중 한 명인 번 비(Bun B)가 끊임없이 주창해온 바에 의하면, 'Trill'은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그렇기에 'Trill'의 의미를 구체화하긴 어렵지만, 그동안 번 비가 매체를 통해 밝혀온 것을 종합해보면, 대략 '무엇을 하든 진짜배기로서 살아가며 가져야 할 신조, 태도, 사상'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여기서 '진짜배기'에 관한 정의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또 복잡해지는데, 어쨌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사실 번 비도 'Trill'에 관해 설명할 땐 매번 애를 먹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의 음악을 감상하기 전에 'Trill'의 개념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넘어가야 하는 건 이것이 UGK 이후, 이어진 번 비의 솔로 커리어에서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작은 2005년에 시작된 '트릴로지(trill-ogy)'의 마지막 챕터를 장식하는 앨범이다.
그런데 사실 [Trill OG: The Epilogue]는 처음부터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할 수밖에 없다. 엄연히 정규 4집이라고 명명됐지만, 트릴로지의 실질적인 완결편이었던 전작 [Trill OG]에 수록하지 못했던 곡들로 구성한데다가 타이틀에 붙은 '에필로그(Epilogue)'라는 부제도 번외작의 향을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물론, 번 비가 지난 앨범을 작업할 당시 담을 수 있는 양의 한계 때문에 미수록했던 곡이며, 애초에 새로운 앨범으로 꾸릴 생각이었다고 밝히긴 했지만, 선입관을 완전히 불식하긴 어려웠다.
어쨌든 중요한 건 정규작으로서 완성도. 다행히 맹점이 될 뻔했던 개별 곡의 질과 앨범의 구성은 안정적인 편이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빅 크릿(Big K.R.I.T.)이 프로듀싱하고 피처링한 "Cake"다. [Live From The Underground]를 통해 90년대 서던 힙합에 대한 존경과 굉장한 애정을 드러냈던 빅 크릿은 유년기의 영웅에서 이제는 대선배가 된 번 비를 위해 다시 한 번 텍사스 블루스와 힙합의 끈적한 융합을 선보였는데, 이 곡에는 고 핌프 씨(Pimp C)의 음성까지 삽입되어 있어서 90년대의 UGK 앨범을 듣고 있는듯한 코끝 찡한 감흥을 안긴다. 더불어 본작을 포함하여 넉 장의 솔로 앨범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Trill OG]에서 함께했던 스티브 빌로우(Steve Below)가 선사한 다수의 트랙들과 궁합도 무난하다. 미드 템포의 비트에 신스를 이용하여 긴장감을 유지하는 첫 곡 "The Best Is Back"이나 흡사 저 옛날 빅 타이머스(Big Tymers)의 히트곡 "Still Fly"의 '풍성한 편곡 버전' 같은 "Eagles" 등은 번 비의 묵직하게 내리꽂는 랩핑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강렬한 지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건 매우 아쉽다.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이라 할 수 있는 “Cake”가 선사하는 감흥 뒤엔 90년대 초·중반의 서던 힙합과 UGK에 대한 기억이 존재한다는 걸 고려하면, 보편적으로 호소할만한 킬링 프로덕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사실 번 비의 랩은 새삼 말을 꺼내는 게 민망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른 지 오래다. UGK 시절부터 앨범을 이끄는 주 원동력은 그의 랩핑이었다. 비록, 현란한 라임을 구사하거나 심도 깊은 주제를 건드리진 않지만, 충만한 남성성과 명확한 딜리버리, 그리고 무엇보다 관록이 뿜어져 나오는 듬직하고 유려한 플로우로 완성된 그의 랩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으며, 세월의 흐름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곤 했다. 자세히 따져보면, 번 비가 가사를 통해 드러내온 ‘Trill’에 입각한 태도나 사고방식이 기존의 많은 랩퍼들이 외쳐왔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좀 더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고 설득력이 느껴지는 건 다 그의 랩이 가진 힘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는 본작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결국, 번 비의 앨범이 걸작이 되느냐, 평작이 되느냐, 졸작이 되느냐의 여부는 프로덕션에 달려있고, 앞서 언급한 너무나도 무난한 프로덕션 탓에 무려 8년에 이르는 ‘Trill 연대기’의 대단원은 다소 심심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글쎄… 한편으론 ‘에필로그’라는 부제에 충실한, 제 역할을 다한 작품으로 기록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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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nnyhonny
bunnyhonny (2014-07-07 03:12:04 / 61.100.196.***)추천 0 | 비추 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혹시 본문 내용을 개인 블로그에 스크랩&인용을 해도 될까요?
할로윈1031
할로윈1031 (2013-11-26 08:55:13 / 125.139.11.**)추천 0 | 비추 0
보통 비평의 평가를 그 아티스트의 기준으로 하는게 정석이지만, 우리가 즐겨듣고 보는게 그 아티스트가 다가 아니다보니 전체적으로 놓고 비교해볼때.. 이건 정말 진짜배기의 음악 *_* 별점과 상관없이 정말 멋진 음악들입니다!!
TYGA
TYGA (2013-11-23 12:32:17 / 112.144.245.***)추천 1 | 비추 0
확실히 Trill O.G가 좋긴 좋았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네요 워낙 랩은 글대로 대박이시고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3815&m=view&s=review&c=17&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