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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Big K.R.I.T. - Cadillactica

한국힙합위키

예동현 작성 | 2014-11-20 17:3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6 | 스크랩스크랩 | 43,789 View

Artist: Big K.R.I.T.

Album: Cadillactica

Released: 2014-11-10

Rating: RRRR+

Reviewer: 예동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빅 크릿(Big K.R.I.T.)의 [Cadillactica]는 2014년 '올해의 앨범'에 가장 다가서 있다. 물론,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나 로직(Logic)의 앨범처럼 멋진 경쟁자들이 있지만, 이 앨범은 굉장함의 단계를 지나 위대함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빅 크릿을 담고 있다. 꾸준한 수작을 믹스테잎으로 계속 생산했던 경력 때문에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걱정은 애당초 없었지만, 이처럼 대단할 것이라는 예상도 힘들었다. 미시시피 출신의 이 괴물은 꾸준히 걸작을 쏟아내는 중이다.


그는 데뷔 앨범 [Live From The Underground]에서 서던 랩 아티스트로서는 드물게 트랩과는 거리를 두고 골든 에이지의 서던 랩을 모던하게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야심만만한 비전은 그의 영리함에 의해 빛나는 결과물로 완성되었고, 그 시절의 향수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해석과 깊고 풍부한 메시지, 그리고 간결한 후렴을 통해 그 시기 걸작보다 더 멋진 음악을 완성했다. 날을 세우면 세울수록 칼은 부러지기 쉽다고 하나 빅 크릿은 데뷔 앨범에서 컨셉트의 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더불어 탄탄한 내적 완성도도 과시했다. 그런 데뷔작의 카리스마를 능가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본작은 그 성취를 뛰어넘었다.


우선 전작보다 좀 더 입체적으로 설계된 메시지의 구조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캐딜락티카'라는 가상의 행성을 배경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하면서도 매력적인 컨셉트를 세우고, 빅 크릿을 둘러싼 다양한 상황을 바탕으로 그의 분노와 고통, 열정과 그를 통해 극복해나가는 과정의 풍부한 이야기를 때로는 직접적으로 토해내고, 한편으론 은유적인 메시지로 전하기도 한다. 사실 이 캐딜락티카라는 배경은 앨범의 전체 구성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도구로 작용한다. 그는 현실 속의 상황에 대한 울분을 직접적인 어조로 토해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조금 모호하게 에둘러 자신의 욕망을 변호하거나 정당화한다. 전지적 창조자이기도 하고, 시대의 희생자이기도 하며, 응당 자신의 것이어야 할 무엇(더 큰 명성, 돈, 존경)을 갖지 못해 분노하는 허슬러인 동시에 그 앞의 고난들을 하나하나 극복해가는 전사이기도 하다. 뭔가 애매하고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바로 그렇다.


캐딜락티카라는 배경은 바로 그의 정신세계 그 자체를 투영한다. 그 때문에 아귀가 맞지 않는 경계들은 모호하게 왜곡시켜도 충분히 인정할만한 이유, 혹은 변명이 생기고, 어떤 말을 뱉더라도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그리고 이런 컨셉트를 통해 그의 가사는 리얼리티에 발목을 잡히거나 판타지에 현혹당하지 않게 되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에서 “Backseat Freestyle”이 했던 역할을 기억하는가? 이 앨범에서 빅 크릿은 그 구조를 훨씬 더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만들어냈다.


데뷔 앨범보다 사이키델릭 펑크와 소울, 블루스, 그리고 역시 808로 대변되는 서던 랩 비트를 적절히 조합해 훨씬 더 공간감있고 풍부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흡사 아웃캐스트(Outkast)의 초기 앨범과 에잇볼 앤 엠제이쥐(8Ball & MJG), 데이빗 배너(David Banner)와 UGK를 잘게 갈아 요리하고 키드 커디(Kid Cudi)처럼 데코레이션한 사운드로 느껴지는 이 앨범의 비트는 들을수록 더 깊은 공간감과 풍부한 다양성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일관적으로 빅 크릿만의 사운드처럼 들린다. 기존 그의 음악이 예전의 어떤 시기나 특정한 레퍼런스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낸 느낌이 강했다면, 이 앨범에서 그는 비로소 오롯한 독창성도 획득했다. 더불어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이나 테레스 마틴(Terrace Martin), 짐 존신(Jim Jonsin), 알렉스 다 키드(Alex Da Kid) 등등, 다양한 스타일의 프로듀서들을 소환해 협업하면서, 이런 다양성과 일관성이 공존하는 비트를 완성한 것은 빅 크릿 또한 대단히 뛰어난 프로듀서였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은 빈티지한 질감과 전작처럼 전통적인 서던 랩 비트의 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적절하게 배합해 탄생한 빅 크릿의 음악은, 트랙의 배치와 구성까지 세밀하게 디자인되어 다채로운 사운드가 앨범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로도, 각 트랙 고유의 매력도 모두 온전히 간직하게 되었다. 매해 쏟아지는 다양한 수작 가운데서도 이만한 완성도를 지닌 프로덕션의 앨범은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앨범은 강력한 킬링 트랙이나 비슷한 템포의 트랙을 묶어서 챕터 별로 배치하며 그 사소한 결함을 가리는 데 노력하지만, 이 앨범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하기를 원한다.


이번 글에선 트랙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 앨범은 다른 명작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곡이 각각의 역할과 매력이 있기에 핵심적인 곡이나 강렬한 추천곡을 언급함으로써 혹시 아직 들어보지 못한 청자의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처음 이 앨범을 플레이했던 그 순간부터 수십 번을 연속으로 재생한 지금까지 어떤 곡도 스킵하거나 되감기 해본 적이 아직은 없다. 아마 여러분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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