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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Big K.R.I.T. - 4eva Is A Mighty Long Time

한국힙합위키

Big K.R.I.T. - 4eva Is A Mighty Long Time

강일권 작성 | 2017-11-28 05:0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3 | 스크랩스크랩 | 25,451 View

Artist: Big K.R.I.T.

Album: 4eva Is A Mighty Long Time

Released: 2017-10-27

Rating: RRRR+

Reviewer: 강일권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압도적인 데뷔작을 들고 나왔던 2012년, 그보다 영향력은 덜했지만, 명반을 들고 나온 또 한 명의 랩퍼가 있었으니 바로 빅 크릿(Big K.R.I.T.)이다. 그는 정규 데뷔 앨범 [Live From The Underground]를 통해 ‘90년대 동부와 서부 힙합 씬의 대결 구도 속에서 외면당한 남부 힙합 사운드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그리고 2년 뒤 발표한 두 번째 앨범 [Cadillactica]에서도 뛰어난 랩과 프로덕션으로 놀라움을 안긴다. 그야말로 ‘90년대 남부 힙합의 진보적인 부활이었다.


빅 크릿은 2000년대 트랩 뮤직(Trap Music)의 득세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고 들어왔다. UGK, 에잇볼 앤 엠제이쥐(8Ball & MJG), 게토 보이즈(Geto Boys) 등등, 남부 힙합 선배들이 구축해놓은 특유의 사운드, 즉, 텍사스 블루스와 소울, 그리고 서부 힙합의 조합에 근거한 프로덕션을 계승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감한 실험과 탁월한 리리시즘(Lyricism)을 더해 한층 발전된 남부 힙합을 들려준다.


이번 세 번째 정규 앨범에서도 그렇다. 에잇볼 앤 엠제이쥐가 종종 사용하던 상징적인 표기('4eva')를 따온 타이틀부터 ‘90년대 남부 힙합과 선배들에 대한 존경이 드러나고, 이를 밑바탕으로 하여 완성한 기가 막힌 곡들이 그득하다. 두 장의 디스크, 러닝타임 85분에 이르는 근래 보기 드물게 꽉 찬 구성 또한, 이목을 사로잡는다. 그는 힙합 아티스트인 빅 크릿과 랩퍼 이전에 한 인간인 저스틴 스콧(Justin Scott/본명)의 서사를 각 디스크에 담아 더블 앨범 컨셉트를 십분 활용한다.


‘빅 크릿 사이드’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비교적 가볍고 자유로운 주제를 걸출한 라이밍으로 담아냈다면, ‘저스틴 스콧 사이드’는 현 세계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과 그 속에서 구축한 개인 서사를 눈부시게 펼쳐놓았다. 오늘날엔 이처럼 자아 분리의 기믹이 더 이상 신선하지 않지만, 결국, 좋은 음악엔 설득될 수밖에 없다. 디스크는 비단 가사적인 부분에서만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덕션적으로도 성향을 달리한다.


‘빅 크릿 사이드’는 남부 힙합의 과거와 현재라 할만하다. 앞서 언급한 ‘90년대 남부 힙합의 전형적인 사운드와 최근의 트랩 뮤직이 적절히 배합되었다. 티아이(T.I.)와 함께 호화로운 삶을 과시하는 브래거도치오(braggadocio: 자기 과시, 특히, 일종의 ‘허풍’을 가미한 과시) 트랙 “Big Bank”는 “I Got This”의 ‘두 남자 버전’이라 할만하며, 고 핌프 씨(Pimp C)의 벌스가 반가운 "Ride Wit Me"는 오거나이즈드 노이즈(Organized Noize)가 주조했던 아웃캐스트(Outkast)의 ‘ATLiens’ 사운드와 UGK 특유의 끈적끈적한 퍼포먼스가 절묘하게 결합했다. 빅 크릿이 만들었지만, 오거나이즈드 노이즈의 초기 사운드에 더욱 가까운 "Get Up 2 Come Down"이 바로 이어서 나오는 구성도 흥미롭다.


1집 이전의 믹스테입 [Returnof4eva]부터 시작된 서브 우퍼와 베이스 찬가 ‘My Sub’의 네 번째 시리즈인 “Subenstein (My Sub IV)”도 빼놓을 수 없다. 매니 프레쉬(Mannie Fresh)의 옛 캐쉬 머니 레코즈(Cash Money Records) 프로덕션이 절반을 주도하면, 브라이언 마이클 콕스(Bryan-Michael Cox)의 소울풀한 프로덕션이 나머지 절반을 장식한다. ‘90년대 힙합과 알앤비 계를 풍미한 두 프로듀서의 비트가 교차하는 순간은 백미다.


‘저스틴 스콧 사이드’는 ‘빅 크릿 사이드’에서 선보인 남부 힙합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확장한다. 개인 서사에 기반을 둔 만큼 모든 면에서 더욱 극적이고 장중하다. 본작이 뿜는 포스의 7할이 이 파트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전히 남부 힙합 사운드를 중심에 놓지만, 재즈와 소울 편곡을 과감하게 실행하여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특히, 가스펠 구성이 돋보이는 두 곡 "Keep the Devil Off"와 "Bury Me In Gold"가 남기는 여운은 대단하다.


"Keep the Devil Off"에서 빅 크릿은 온갖 부정적인 것들과 그를 시기하는 적들을 악마로 규정하고 그로부터 거리를 둘 것을 역설한다. 장르 퓨전이 수준 높게 이루어진 프로덕션과 일종의 간증과도 같은 퍼포먼스가 경탄을 자아내는데, 빅 크릿은 랩 하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나 다름없고, 곡은 남부 힙합으로 빚은 정통 펑크(Funk) 그 자체다.

해먼드 오르간과 관악 세션이 어우러져서 음악적 정취를 더욱 돋구는 가운데, 제목과 달리 물질적인 부에 대한 역설적인 태도를 드러낸 "Bury Me In Gold"가 장식하는 마무리는 또 얼마나 훌륭한가. 바로 전에 만나는 재즈 랩 세션 "The Light"도 인상적이다. 빌랄(Bilal),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케네스 왈룸(Kenneth Whalum), 버니스 얼 트래비스(Burniss Earl Travis II)의 보컬과 연주가 크릿의 랩과 사이 좋게 합을 주고받는다.


[4eva Is A Mighty Long Time]에서 빅 크릿은 남부 힙합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듯하다. ‘90년대 중반, 극단적인 실험까지 거침없이 행한 아웃캐스트 이래, 남부 힙합 역사 속에서 이 같은 시도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이는 빅 크릿이 유일하다. 더불어 데뷔작부터 정규 앨범 석 장을 연속으로 걸작의 반열에 올린 힙합 아티스트가 드물다는 사실도 주목해야한다. 당장 생각나는 이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뿐이다. 이제 그 리스트에 빅 크릿의 이름도 추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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