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리드머국외리뷰 2 Chainz - ColleGrove (with Lil Wayne)

한국힙합위키

조성민 작성 | 2016-03-22 01:3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 | 스크랩스크랩 | 21,621 View

Artist: 2 Chainz

Album: ColleGrove (with Lil Wayne)

Released: 2016-03-04

Rating:Rating: RRR+

Reviewer: 조성민





투 체인즈(2 Chainz)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랩퍼다. 그는 플로우를 타이트하거나 세련되게 설계하는 유형도 아니고, 리리시즘(Lyricism)에 입각하여 멋진 가사를 쓰는 편도 아니며, 기가 막힌 펀치라인을 마구 꽂아 넣는 스타일도 아니다. 또한, 여태 없었던 형태의 독특한 캐릭터로 무장한 것도 아니고, 풀어내는 가사의 스펙트럼 또한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으며, 목소리 역시 곡을 완벽히 장악할 만큼의 카리스마를 지니지 못했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능력 있는 랩퍼’가 지녀야 할 덕목들은 그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투 체인즈가 한창 주목받기 시작한 2012년에는 그가 거둔 성공과는 별개로, 어느 정도 의구심이 든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당시 가장 잘 나간다는 랩퍼들의 앨범에 그의 이름이 피처링 게스트로 도배되었던 시절 발표된 [Based On A T.R.U. Story]와 [B.O.A.T.S. II: Me Time] 이 두 장의 앨범은 높아져만 가는 그의 이름값에 걸맞은 음악적 결과물로 귀결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짧지만, 후끈했던 전성기 대비 분위기가 침체된 현재, 투 체인즈가 공들인 정규 3집 [ColleGrove]의 탄생은 어떤 의미로는 새로운 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이끌었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많기에 모든 공적을 그에게 돌릴 순 없지만, 강력한 파트너인 릴 웨인(Lil Wayne)을 만남으로써 평소 그가 잘하던 것들 이외에 그간 솔로 프로젝트에서는 보지 못했던 요소들이 잘 추가되었다. 예컨대, 둘이 타이트하게 벌스를 주고 받으며 곡을 밀고 당기는 트랙에서는 그들의 빼어난 곡 운영 능력을 엿볼 수 있고, 투 체인즈의 주특기인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가사가 주를 이루는 중독적인 후렴구는 여전히 감각이 살아 있음을 입증한다. 또한, 티티보이(Tity Boy) 시절 릴 웨인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 스토리텔링 트랙과 많은 이들이 질색해 하는 오토튠 덮인 릴 웨인의 랩, 그리고 대마초 사랑과 여색을 드러내는 뻔하디 뻔한 트랙들까지, 사운드 운용의 폭을 굉장히 줄인 미니멀한 트랩 비트 위에 다양하게 담겨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한다면, 그들의 랩 퍼포먼스에 담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다. 예상 가능한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랩을 하는 이들의 만남 자체에서 딱히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바랐던 것도 아니었으니 “랩이라도 제대로 해주십사.”라는 생각이었고, 이 둘은 다수의 트랙에서 그 기대감을 만족시키는 벌스를 담아냈다. 특히, 싱글로도 발표된 “Bounce”는 둘의 시너지가 가장 잘 발휘된 곡이다. 릴 웨인은 전성기적 랩 퍼포먼스와 펀치라인을 때려냈고, 투 체인즈는 예전보다 호흡을 자연스럽게 끌고 가며 부드럽고 유려한 플로우를 선보이다가도 바짝 조일 때는 타이트하게 뱉으며, 능숙한 템포 조절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릴 웨인의 아카펠라 벌스로 시작되는 “Smell Like Money”와 투 체인즈의 후렴구가 매력적인 “Bentley Truck”, 그리고 앨범 끝자락에 있는 “Section”도 주목할만한 트랙들이다.


투 체인즈가 랩퍼로서 지니는 강점은 랩을 전달하는 방식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독특한 남부 억양을 머금은 추임새, 그리고 하이톤과 로우톤을 적절히 섞어내어 그루브한 느낌을 부여하는 동시에 투박하게 짜놓은 플로우를 바탕으로 느릿느릿 정박에 맞춰 던지는 랩은 귀에 착착 감기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또한, 뇌리에 박히는 후렴구를 만들어내는 능력 역시 뛰어나다. 본작에서도 이러한 그의 진면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동시에 실망스러운 부분 역시 두드러진다. 첫째는 그의 가사다. 그가 써낸 라인들의 경우, 가끔은 너무 성의 없게 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곡의 성격과 맥락상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진짜 문제는 투 체인즈에게 아직도 혼자의 힘으로 한 곡을 주도하여 끌고 나갈 만큼의 무게감이 없다는 것이다. 릴 웨인은 모든 곡에서 평타 이상의 모습을 보였고, 투 체인즈 역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함께한 트랙에서 릴 웨인의 벌스를 음 소거 시켜버린다고 생각하면 당황스러워진다. 이는 치명적인 부분이다.


그래도 본작은 투 체인즈가 가진 가능성과 나아가야 할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전에 비해 세공된 플로우와 랩 스킬은 듣는 즐거움을 더하고, 트랩 비트에 맞물려 적재적소에서 턴업시키는 후렴구는 왜 그가 피처링 게스트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지 증명한다. 그에게 여전히 남은 숙제란 하루 빨리 솔로 프로젝트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가 작년에 내놓은 믹스테잎과 최근의 행보를 봤을 때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조성민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6867&m=view&s=review&c=17&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