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XXX - KYOMI
이진석 작성 | 2016-07-16 00:0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1 | 스크랩스크랩 | 56,909 View
Artist: XXX(김심야 X 프랭크)
Album: KYOMI
Released: 2016-07-09
Rating: RRR+
Reviewer: 이진석
비스츠앤네이티브스(Beasts and Natives)의 신인이자 이센스(E-Sens)의 [The Anecdote]에서 유일한 피처링으로 참여해 관심을 모은 랩퍼 김심야와 프로듀서 프랭크(FRNK)의 팀 XXX(엑스엑스엑스)의 앨범은 발매 이전부터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팀의 음악적 색깔은 그동안 공개되었던 작업물이나 라이브 영상을 통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일렉트로닉을 장르적 기반으로 삼고, 순탄한 진행보다는 한두 번 꼬아놓은 구성의 프로덕션을 깔아놓은 뒤, 세찬 빗발처럼 떨어지는 김심야의 랩을 얹는 것. [KYOMI]는 그 예측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조명해야 할 것은 프랭크의 프로덕션이다. 일렉트로닉 하우스를 비롯해 트랩, 신스팝 등등, 다양한 장르의 흔적이 묻어있지만,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수차례의 변주가 거듭되는데, 이처럼 변화무쌍한 진행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오늘날 변주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만, 소스와 진행을 쉼 없이 바꿔치면서도 산만한 느낌이 들지 않고, 적절한 긴장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프랭크의 범상치 않은 역량을 체감할 수 있다. 사운드적으로 심혈을 기울인 흔적 또한, 곳곳에 엿보인다. 그는 틈틈이 보컬 샘플을 삽입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삽입해 빈티지한 질감을 부각하기도 하며, 병이 깨지는 사운드 소스를 통해 파티의 현장감을 살리는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감흥을 끌어올린다.
[KYOMI]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파티가 열리고 있는 클럽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파티 중 남녀의 만남을 ‘교미’로 표현하고(“교미”, “Too High”), 허영심을 비꼬아 꼬집기도 하며(“우물정자”, “Dior Homme”), 일부 트랙에선 의도적으로 열등감과 지질한 일면을 드러내기도 한다("교미"). 일정한 서사구조를 따르지 않고 파티라는 상황 내에서 느끼는 감정을 각 트랙에서 하나씩 풀어내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 타이틀 곡인 “승무원”은 내용적으로 앨범의 중심주제에서 가장 떨어져 있지만, 재치 있는 접근방식 덕에 앨범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 되었다.
랩퍼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쉴 틈 없이 변모하는 프로덕션 위에서 수준 이상의 랩 디자인을 구축한 김심야의 래핑 역시 괄목할만하다. 기본적으로 뱉는 솜씨가 안정적일뿐더러, 적절히 완급을 조절하고 때론 기계적으로 톤을 조절해 능숙하게 무드를 맞추는 솜씨가 탁월하다. 직설적인 표현이 두드러진 가사와 복잡한 사운드가 합쳐져 언뜻 즉흥적으로 보이지만, 탄탄한 설계를 바탕으로 변주에 치밀하게 맞물린다.
다만, 플로우가 선사하는 쾌감과 별개로 가사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전곡에 걸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순한 한영혼용 라인들이 특히 그렇다. 맥락도 부족한 데다가 무분별하게 반복되다 보니 김심야가 만들어내고자 했던 특유의 말초적인 캐릭터에 몰입되기보단 찝찝한 뒷맛이 더 크다. 자연스레 본작에서 랩은 전체적으로 프로덕션이 구현한 스타일과 무드에 일조하는 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되었다.
[KYOMI]는 김심야와 프랭크라는 두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기술적 성취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과시하는 일종의 프로모 앨범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비록, 아쉬움은 존재하나 결과적으로 탄탄하게 마감되었다. 이 작품 이후로 이들이 어떤 커리어를 펼쳐 나갈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그것이 듀오든, 솔로든 본작을 통해 두 개성이 맞물리며 발휘한 시너지가 이후 행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엔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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