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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JJK -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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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 -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황두하 작성 | 2020-03-23 17:0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27,871 View

Artist: JJK

Album: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Released: 2020-03-11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JJK(제이제이케이)가 2015년에 발표한 [고결한 충돌]은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앨범 중 하나였다. 결혼, 임신, 출산이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치열한 연출과 세밀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랩, 그리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짜임새 있는 프로덕션으로 그려냈다. 항상 언더그라운드, 홍대, 길거리 문화를 대표하며 치열하게 ‘랩퍼’의 정체성을 지켜오던 그가 이런 주제를 택한 것이 낯설었지만, 그 치열함과 낯선 주제가 만나 예상치 못한 짜릿함을 선사했다. 결과적으로 [고결한 충돌]은 길고도 꾸준했던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남았다.


그리고 전작 [The Alley Cats]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는 [고결한 충돌]의 후속작이라고 할만하다. 앨범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거대한 사건을 겪은 후 가장이 된 일상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악몽에서 헤매던 화자는 아이의 칭얼거림에 겨우 잠에서 깨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떠나지만, 돌아오는 길에서 부부싸움이 시작되며 현실의 고민이 일상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랩퍼’와 ‘아빠’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가운데, 전자의 정체성을 억지로 눌러가며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느껴진다. 이러한 고민이 “낙하점”에서 다 큰 아들이 아빠를 원망하는 악몽으로 재현되는데, 이어지는 “어스름”에서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랩퍼’와 ‘아빠’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하다. 그러나 마지막 트랙 “마주하다. 다시,”의 후반부에서 이러한 고민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첫 번째 트랙인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이처럼 앨범의 끝과 처음이 연결되는 도돌이표 구성은 앨범을 두 번째 들었을 때 즐거운 나들이를 묘사하는 초반부의 “오늘만큼은”, “청녹 숫자”, “일루와”의 감흥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갈등의 결론이 완전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앨범은 끝이 나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같은 치밀한 구성과 세밀한 묘사 덕에 그의 결혼 생활과 육아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를 위해 많은 양의 단어를 뱉어내는 JJK의 랩은 기술적으로 탄탄하다. 하지만 “일루와”나 “웃어!”의 첫 번째 벌스처럼 지나치게 스킬을 강조하다 보니 종종 전달력이 떨어지곤 한다. 그래서 가사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할 때가 생긴다. 또한, 피치를 조정하거나 목소리를 변조해 아내와 아들의 역할까지 해낸 벌스들은 이질감이 들어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아예 게스트를 초빙해 역할을 맡겼다면 좋았을 것이다.


반면, 게스트를 부른 곡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각각 "오늘만큼은"과 "알잖아"에 참여한 스내키 챈(Snacky Chan)과 베이식(Basick)은 JJK와 상관없는 본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피처링 아티스트가 반드시 앨범의 주인공과 연관된 이야길 해야 된다는 법은 없으며, 자신의 얘길 하는 건 보편적이다. 그러나 JJK 개인사에 집중을 요하는 본작의 특성상 게스트의 얘기가 얹혀서 주제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의를 분산시킨다.


한편, 신예 프로듀서 돈 사인(Don Sign)이 전곡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탄탄하다. 그는 피아노 라인이나 일렉트로닉 기타 스트로크 등으로 연출한 루프 위에 가벼운 질감의 드럼을 얹어 레이드 백(Laid-Back)하고 멜랑꼴리한 무드의 음악을 완성했다. 또한, 미니멀한 악기 구성으로 비트에 여백을 많이 두어 랩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다만,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랩이 때때로 비트와 어울리지 못하고 붕 뜨는 느낌을 준다. 게스트 스내키 챈의 그루비한 랩과는 대비가 된다. 더불어 “번호키 누르면”부터 시작되는 중반부를 기점으로 두터운 베이스라인과 혼(Horn) 연주가 도드라지는 재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마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낙하점”의 편곡은 “u”를 직접적으로 레퍼런스한 것처럼 느껴진다.


[고결한 충돌]의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는 JJK가 커리어 사상 가장 세련된 랩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작에서 보여준 강박적인 랩이 더욱더 아쉽다. 그럼에도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는 성공적이었던 전작의 후속으로서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리한 구성과 성실한 묘사로 장르 음악 안에서의 낯선 소재를 유연하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작품 안에서 다룬 고민과 갈등이 작품의 존재 자체로 해소된다는 점은 본작이 가진 아이러니한 완결성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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