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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 - 비공식적 기록 II
남성훈 작성 | 2013-06-20 18:5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28,261 View
Artist: JJK
Album: 비공식적 기록 II
Released: 2013-05-24 Label: ADV
Rating: RRRR
Reviewer: 남성훈
이제 와 생각해보면, JJK(제이제이케이)의 데뷔작인 [비공식적 기록](2006)은 저평가된, 혹은 충분히 회자하지 못한 작품이었다. 보통의 힙합 앨범에서는 절대 특별한 장치가 아니지만, 유독 홍대를 기반으로 한 힙합 앨범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아무렇지 않은 듯 실명을 언급하는 것을 포함한) 적당히 적나라한 직설법이 만들어내는 기운은 듣는 이에게 불편함과 쾌감 사이 정도 될법한, 꽤 신선한 감상을 제공했었다. 하지만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장르 음악 시장의 허상을 담백하게 펼쳐낸 데뷔작이 남긴 강한 인상 때문인지 JJK는 이후의 작품에서 데뷔작을 뛰어넘는 앨범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7년 만에 발표한 후속작 [비공식적 기록 II]는 과연 성공적일까? 발표 자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당위와 연속성, 그리고 전작과 비교 등, 일반적으로 속편을 대하는 몇몇 중요한 기준이 떠오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공식적 기록 II]는 두 작품 사이의 모든 결과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전작과 강한 유기성을 지닌 연작인 동시에 전편이 만들었던 고유의 기운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견고해진 성공적인 속편이다. [비공식적 기록 II]가 전달하는 장르적 쾌감은 긴 시차임에도 화자의 기본적인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한다. 청자가 [비공식적 기록] 연작을 즐길 수 있는 그럴듯한 구심점이 명확한 것이다. 다른 랩퍼의 앨범도 결국 마찬가지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JJK의 잘 짜인 라임을 통해 계산되지 않은 듯한 내용을 될 대로 되라는 듯 뱉어내는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고유함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이 두 작품에서 극대화되어 위치하기 때문에 구분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작품의 컨셉트에 맞게 개인 경력의 기록을 통해 장르 애호가들에게까지 홍대를 기반으로 한 힙합 장르 음악 시장의 생경함을 만들어내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습도 그 특징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비공식적 기록 II]를 감상할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앨범과 동명의 첫 곡에서부터 “Reset The Game”, “종의 마지막”, 그리고 다른 곡의 몇 라인을 통해 현 장르음악 시장을 향한 혐오와 체념을 보여주는 JJK의 모습이 일종의 이상주의자로 그려지는 부분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탄생하고 유지된 한국의 홍대 힙합 시장에서 거리 공연의 낭만을 그리는 “360도”를 부르고 현재 그가 활동하는 시장의 주 수익원이 된 팬덤, 대중가요시장과 계급적 접점 등을 편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르음악인의 태도가 구체화하면 더 뚜렷해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JJK의 이런 이상주의자로 보이는 모습이 아주 상식적이고 평범한 장르 씬 속 음악가의 모습일 뿐이라는 사실은 역으로 과연 편의상 ‘힙합 씬’이라 불리는 모호한 공간이 과연 지역에 기반을 둔 장르 음악 씬의 일반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서 화자인 JJK가 결국 그 안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보니 만들어지는 짙은 페이소스 역시 놓치면 아까운 감상의 묘미다. 밝은 무드의 편곡과 가사의 “Work To Do”가 JJK의 편치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짧은 콩트로 기능했다면 이 때문일 것이다. 같은 나라, 같은 언어권에서도 각 지역의 방언으로 조합해 짜내는 랩 고유의 멋을 해치는 것이 일반적 작법이 된 한국힙합의 기형적 틀인 한영혼용이 거슬릴 정도로 쓰인 몇 곡이 못내 아쉽지만, 이 역시도 그가 [비공식적 기록 II]를 통해 보여주는 불편한 모습의 한 면처럼 들리는 청자도 있을 법하다.
어쨌든 [비공식적 기록 II]는 올해 가장 신선한 작품 중 하나였던, 군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PNSB의 앨범 [Fractice]의 가장 진실하고 그럴듯한 홍대 힙합의 답장처럼 느껴진다. 확실한 태도의 인물과 명확한 기반 지역, 그리고 전작과 시차가 만들어 낸 이야기의 깊이는 [비공식적 기록 II]를 올해 나온 힙합 앨범 중 가장 곱씹어 볼 만한 이야기를 담은 동시에 랩/힙합 장르 고유의 쾌감을 충분히 선사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단순히 장르 음악 시장의 현주소를 알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제목대로 ‘비공식적 기록’으로 유효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물론 JJK의 현재까지 최고작은 [비공식적 기록]에서 이제 그 뒤에 ‘II’를 붙인 앨범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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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kka
Fukka (2013-06-22 00:06:12 / 39.7.21.**)추천 0 | 비추 0
오랜만에 가사를 천천히 보면서 듣는 맛이 느껴진 앨범이었습니다
sodgh
sodgh (2013-06-20 20:00:27 / 222.233.162.***)추천 0 | 비추 0
홍대 힙합 문화를 여과없이 잘 드러낸 앨범이었죠. JJK 본인의 이야기도 굉장히 솔직하면서도 재치있게 풀어냈고요. 정말 좋게 들었습니다. JJK 최고의 앨범은 개인적으로 지난 3집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앨범도 3집에 버금가는 앨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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