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허클베리피 & 수다쟁이 - Get Backers
남성훈 작성 | 2012-05-14 15:5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7 | 스크랩스크랩 | 29,922 View
Artist: 허클베리피 & 수다쟁이
Album: Get Backers
Released: 2012-05-03
Rating : RRRR
Reviewer: 남성훈
작품을 평가한다는 것은 비단 완성도만을 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독 장르음악의 비평에서, 특정 장르음악에 친숙하지 않은 불특정 대중을 대상으로 하므로 평자의 지식에 기반을 둔 분석적 감상의 선제시가 주를 이루지만,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그러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접어 둘 필요가 있는 작품은 있기 마련이다. 영화 등의 평가에서 완성도는 '탄탄하다' '허술하다' 등 간결하게 넘어간 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대중과 평자 간 합의된 문화 인프라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부분이 (장르) 음악시장과 평단이 결국 넘어서야 할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서두가 약간 길어진 이유는 '허클베리피&수다쟁이'의 [Get Backers]가 기획되지 않은 시의성으로 존재감을 획득한 앨범이며, 이 앨범 전후로 벌어진 이야기들과 함께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와는 별개로 홍대 언더그라운드 힙합 시장을 바라보는 적절하지 않은 외부 시선은 엠넷의 [쇼미더 머니(Show me the Money)] 캐스팅 해프닝으로 꽤 분명하게 던져졌다. 그리고 [Get Backers]는 장르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외부 시선의 장르적으로 올바른 답변이다. 우선 [Get Backers]가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에 발매되었다는 것은 이 앨범의 감상이 어떤 강박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사실이다. 심각하지 않은 유쾌한 어투로 힙합 장르 아티스트의 자세를 풀어낸 것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시선을 향한 공격이나 방어가 담긴 준비된 답변이 아닌, 조롱과 유머가 담긴 직설적인 냉소의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는 효과적인 방법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그들의 입장에 선다면 피곤함의 결과 같기도 하다.
물론, 앨범의 이러한 존재감과 방향성은 프로덕션과 랩을 통해 구현된다. 소리헤다가 이끌고 몇 프로듀서가 힘을 보태는 모양새의 프로덕션을 규정짓는 코드는 '빈티지(Vintage)', '레트로(Retro)', '어쿠스틱(Accoustic)' 같은 것들이다. 특정 시대를 향하고 있지는 않아 보이지만, 안이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이유는 앨범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빈티지한 질감은 유난히 양이 많은 허클베리피와 수다쟁이의 랩을 담을 수 있는 공간감을 만드는 기능적인 효과도 가진다. 랩은 수다쟁이의 방법론을 충실히 따른다. 언제고 재평가받아야 할 밴드인 슈퍼래핑PJ(Superrappin’ PJ)를 통해 DJ와 MC의 역할론, 희석되고 있는 상업화 이전의 힙합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직설적이지만 심각하지 않게 설파하는데 힘썼던 수다쟁이였다. 이번에는 언더그라운드 한국 힙합이라는 좀 더 구체화 된 시공간 안에서 같은 화법과 방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앨범이 수다쟁이의 또 다른 행보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놀라운 부분은 옆에서 균형을 맞추는 허클베리피의 랩이다. 전작 [Man In Black]에서 피노다인 색을 벗으려는 듯 완급조절에 약간의 강박감이 느껴졌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기술적인 강박감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많은 양의 랩을 속도감 있게 안정적으로 쏟아내는 데 성공한다.
앨범의 구성은 마치 한 장의 EP와 몇 곡의 보너스 트랙이 결합한 인상이다. 우선 인트로인 “Dopio(Intro)”에서 “애들이 말해(따라해)”까지 앞서 말한 빈티지한 질감의 프로덕션과 유쾌함의 탈을 쓴 냉소의 랩이 섞인 한 묶음이다. “You Don’t Know”에서 외부 시선을 조롱하고, “I’m Sorry”에서 내부의 문제를 꺼내고 “P.T.F(Press The F5”, “애들이 말해(따라해)”에서는 적극적인 소비층에게까지 답하며 언더그라운드 힙합 환경 전부를 아우르는 흐름은 단연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이다. 분위기는 “금의 지옥”에서부터 급변한다. 그런데 마지막 다섯 트랙이 각각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앨범의 완성에 긍정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화법과 무드를 바꿔 내면의 이야기에 낭만을 더하지만, 한국힙합에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또 다른 트랙을 듣는 것 같다. 중-후반부까지 구축한 특유의 무드가 남길 여운을 해하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Get Backers]는 ‘힙합의 대중화’라는 비틀린 화두를 들고 접근하는 내-외부의 시선에 시의적절하고 또 방법적으로도 가장 적절한 답변이며,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시대를 돌아볼 때 어김없이 언급되어야 할 움직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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