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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 뮤직 - RED TAPE / BLUE TAPE
황두하 작성 | 2020-10-05 05:5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6 | 스크랩스크랩 | 32,339 View
Artist: 하이어 뮤직(H1GHR MUSIC)
Album: RED TAPE / BLUE TAPE
Released: 2020-09-02/16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최초 하이어 뮤직(H1GHR MUSIC)은 에이오엠쥐(AOMG)와는 별개로, 박재범이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설립한 레이블이었다. 식케이(Sik-K), 그루비룸(Groovy Room), 피에이치원(pH-1) 등의 국내 뮤지션들 이외에도 페이 레즈(Phe Reds), 테드 팍(Ted Park), 율트론(Yultron) 같은 해외파를 대거 영입한 건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이블의 활동은 갈수록 해외보다는 국내에 치중되었다. 식케이, 피에이치원 등 기존 뮤지션들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갔고, 김하온(HAON), 우디 고차일드(Woodie Gochild), 골든(Golden), 빅 나티(Big Naughty) 등등, 국내 활동에 주력하는 뮤지션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번에 발표한 두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 [RED TAPE]과 [BLUE TAPE]는 이러한 레이블의 이미지를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다. 사운드의 색깔에 따라 앨범을 나눈 것부터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전자에는 강하고 거친 힙합 트랙들을, 후자에는 알앤비의 향이 많이 가미된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의 트랙들을 담았다. 이렇게 절반을 나눠서 곡을 배치한 덕분에 각 앨범의 색깔이 뚜렷해졌고, 튀는 구간 없이 단숨에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레이블이 가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동전의 양면처럼 효과적으로 어필한 것은 덤이다. 단순하지만, 컴필레이션으로서는 매우 효과적인 구성이다.
특히, [BLUE TAPE]은 일관된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블랙뮤직의 여러 하위 장르를 끌어안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이는 솔로곡인 “Selfish”를 비롯하여 많은 곡에서 적재적소에 참여한 골든의 활약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세련된 보컬 어레인지로 한순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레이블 합류 이후 [보이스 코리아] 우승 외에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그가 비로소 레이블의 유일한 알앤비 보컬로서의 존재감을 아로새긴 순간이다.
릭 로스(Rick Ross)와 존 레전드(John Legend)가 함께한 곡이 떠오르는 [RED TAPE]의 첫 트랙 “H1GHR”와 수미상관을 이루며 멋지게 두 앨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트랙 “Toast”도 매우 인상적이다. 역시 골든의 보컬이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가능한 연출이었다.
넘치는 에너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RED TAPE]의 완성도도 준수하다. 참여하는 트랙마다 하이라이트를 가져가며 놀라운 랩 퍼포먼스를 펼치는 김하온과 독특한 표현법의 가사로 캐릭터를 끌고 가는 식케이, 그리고 특유의 개성 강한 랩 싱잉의 매력을 살려낸 우디 고차일드의 활약을 특기할만하다.
그러나 [BLUE TAPE]과는 반대로 비슷한 톤으로 일관한 탓에 종종 집중력이 흐려지는 순간이 발생한다. “Melanin Handsome”, “How We Rock”, “뚝딱 Freestyle”, “Teléfono Remix”, “The Purge”, “Check My Bio”처럼 개성 강한 프로덕션과 멤버들의 재치 넘치는 가사, 중독적인 후렴이 잘 어우러진 트랙들도 있지만, “4eva”, “Closed Case”, “World Domination”, “No Rush” 같은 트랙들은 상대적으로 무난하여 귀에 남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
이는 가사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트랙이 자기과시성 가사로 점철되어 있는데, 대부분 인상적인 구절 없이 동어반복의 인상이 강하다. 박재범, 피에이치원 등은 휘발성 강한 가사와 뻔한 퍼포먼스로 일관하고, 새롭게 영입된 트레이드 엘(Trade L)은 설익은 라임과 동어반복에 가까운 가사로 완성도를 저해한다. 비슷비슷한 톤과 주제로 밀어붙이다 보니 멤버들 간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식케이의 ‘서로 시기 질투해 / 거짓말로 Me Too해’ (“World Domination”)라는 가사는 세련되지 못한 표현으로 기세 좋게 올라가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꺾어 버린다.
해외파 뮤지션들이 주도한 곡들도 아쉽다. [RED TAPE]의 “Dance Like Jay Park Remix”와 [BLUE TAPE]의 “Swing My Way”가 그것인데, 각각 1곡 씩밖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완성도가 특출나지도 않을뿐더러, 주요 멤버들이 참여한 곡들과 달리 뜬금없다는 인상이 강하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억지로 이들의 곡을 끼워 넣은 것만 같다. 이는 국내 뮤지션들이 중심이 된 레이블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RED TAPE]과 [BLUE TAPE]의 또다른 주역은 바로 프로듀서 진이다. 그루비룸, 우기(Woogie) 서밋(SMMT) 등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들뿐만 아니라 구스 범스(Goose Bumps), 보이콜드(BOYCOLD), 그레이(GRAY)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참여하여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매우 높은 완성도로 구현해냈다. 단순히 유행하는 사운드를 재현하는 데에 그친 것이 아니라, “The Purge”처럼 개성 강한 사운드로 소화해낸 것이다. 몇 가지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최정상급의 퍼포먼스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컴필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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