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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체 - K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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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 Kpop

황두하 작성 | 2022-03-31 18:52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7 | 스크랩스크랩 | 10,713 View

Artist: 체(Che)

Album: Kpop

Released: 2022-3-11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체(Che)의 가장 큰 매력은 보컬이다. 건조할 정도로 담담한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 안에 섬세한 감성이 느껴진다. 랩처럼 라임을 강조하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흐름을 끊으며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리듬감도 탁월하다. 2020년 말에 발표한 첫 EP [PINE]은 그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5곡, 16분의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체의 음악적 색깔을 인식하기엔 충분했다.


첫 번째 정규 앨범 [Kpop]은 스케일이 더 넓어졌다. 물리적인 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스타일의 붐뱁(“Poison”)부터 팝 록(“대중목욕탕”, “물어볼게”), 포크(“Live”)까지 여러 장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체와 프로듀서 민(m/n)이 전곡을 책임진 프로덕션은 전반적으로 빈티지한 질감의 기타가 활용됐다. 덕분에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와중에도 따뜻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한편, “Protection”의 중간에 다른 악기들이 빠지면서 다운(Dvwn)의 보컬이 등장하거나 “물어볼게”의 후반부에 비트가 일순간 변주되는 부분은 극적이다. 루프(Loop)로만 단순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곡의 흐름에 맞춰진 편곡이 돋보이는 구간이다.


퍼포먼스도 트랙에 따라 팔색조처럼 변한다. 멜로디의 결을 살려 여유롭게 진행되다가도 많은 양의 단어가 빠르게 쏟아지며 리듬감이 형성된다. “Elevator Flow”, “Poison”처럼 완전히 랩에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래퍼들의 싱잉 랩과는 다르다. 멜로디를 가미한 것이 아니라, 노래에 라임과 플로우를 가미해 랩처럼 들리게끔 만든 인상이 강해 흥미롭다.


게스트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특히, “어쩔 수가 없네”에 참여한 개리는 삶의 굴곡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특유의 가사로 페이소스를 더했다. 더불어 중화권 알앤비 아티스트 셸히엘(Shelhiel)과 베이비 야나(BÉBE YANA)가 참여한 “Float”은 세 가지 언어(한국어, 중국어, 영어)가 차례로 나오며 독특한 감흥을 전한다.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엘리베이터’다. 첫 곡 “Elevator Flow”에서 인생을 한 번의 선택으로 ‘층’과 ‘길’이 결정되는 엘리베이터에 비유하고, 결정을 유보하는 현재 상태를 토로한다. 이후 화(“대중사우나”), 성적 욕망(“BITCH ANGEL”), 돈(“돈”), 사랑(“물어볼게)” 등,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와 감정에 대한 생각을 두서없이 풀어낸다.


마치 각 트랙이 엘리베이터의 각 층에 대응되는 것 같은 구성이다. 옥상까지 다다라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서지만(“Live”), 결국 고민은 해소되지 않은 채(“Float”)로 끝이 난다. 이를 독특한 표현의 가사로 담았다.


‘화’라는 감정을 목욕탕에 있는 소재들로 유쾌하게 풀어낸 “대중사우나”와 돈과 관련된 힙합의 클리셰를 비틀어 조소를 날리는 “돈”은 대표적. 이외에도 ‘슬픈 거 한 번만 따라봐 줄래’(“어쩔 수가 없네”)처럼 기존 관념을 뒤집은 표현이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앨범의 타이틀 'Kpop'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이돌 위주의 케이팝(K-Pop)과 다르다. 기존의 케이팝처럼 여러 장르의 요소를 차용했지만, 결과물에는 체의 개성이 가득 담겼다. 마치 AI처럼 무덤덤한 보컬은 처음 들으면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본인만의 색깔과 철학을 가득 담아, 새롭게 ‘케이팝’을 정의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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