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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창모 - 돈 번 순간

한국힙합위키

창모 - 돈 번 순간

황두하 작성 | 2017-06-12 18:4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45,783 View

Artist: 창모(Changmo)

Album: 돈 번 순간

Released: 2017-05-24

Rating: RR

Reviewer: 황두하





랩퍼이자 프로듀서인 창모(Changmo)는 2013년부터 몇 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하며, 장르 팬의 가시권에 들어왔다. 출신지인 ‘덕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돈 벌 준비], [돈 벌 시간] 등, 연속성을 가져가는 주제의식 속에서 만들어낸 기믹과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랩 실력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2014년에 발표한 첫 번째 공식 데뷔 싱글 “Gangster”는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의 어설픈 차용 탓에 실망스러웠고, 이후 별다른 작업물을 내놓지 않아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 그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작년 7월에 발표한 두 번째 EP [돈 벌 시간 2]부터다. 근래 유행하는 미니멀한 트랩 사운드를 촌스럽지 않게 구현해낸 프로덕션과 트렌드를 적극 흡수해 오토튠을 먹인 중독적인 랩-싱잉 퍼포먼스, 그리고 시원시원하게 내달리는 랩핑이 어우러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논란이 되는 과거 가사 일부의 심각한 문제점과 별개로, 이 시기부터 창모가 구사한 가사의 색깔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물질적인 것에 대한 자기과시를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지역 정체성과 구체적인 서사를 엮은 표현으로 차별화를 둔 점이 유효했다. “마에스트로”는 그 대표격인 트랙이었다.


아울러 “아름다워” 같은 트랙에서는 1990-2000년대 가요 발라드에서 들을 수 있었던 감성을 힙합 트랙으로 옮겨놓는 시도가 돋보였다. EP 이후 창모는 일리네어 레코즈 산하 레이블인 ‘엠비션 뮤직’의 멤버가 되었고, 작년 12월에는 후속작인 [돈 벌 시간 3] EP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5개월 만에 또다시 발표한 공식 믹스테입 [돈 번 순간]은 (그가 힙플 라디오에서 밝힌 대로라면) ‘돈 벌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그동안의 앨범을 통해 드러난 음악적 지향점이 응축된 결과물이라 할만하다.


[돈 번 순간]은 프로덕션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초반부에선 전형적인 트랩 사운드 위로 거침없는 자기과시가 얹힌 세 트랙(“인기가요”, “One More Rollie”, “Show Me Luv”)이 이어진다. 특히, 더 콰이엇(The Quiett), 도끼(Dok2)와 함께한 “인기가요”는 기존 힙합 가사들의 전형을 살짝 비튼 표현들과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가는 창모의 벌스가 인상적이다. 곡의 중간에 등장하여 긴장감을 떨어트린 콰이엇의 벌스가 아쉬울 따름이다. 게스트가 부진한 건 “One More Rollie”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앰비션 뮤직의 김효은과 해쉬 스완(Hash Swann)은 창모와 달리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벌스로 감흥을 반감시켰다.


그런가하면, 몽환적이고 침잠된 무드가 이어지는 중반부는 준수한 프로덕션에 비해 퍼포먼스가 아쉽다. 일례로 “Two Face”는 과장된 신시사이저와 일렉 기타 연주로 엠비언트 사운드를 구현해낸 프로덕션이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클럽 안의 혼란한 분위기를 표현한 가사는 어떠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건지 좀체 드러나지 않고, 그렇다고 무드 자체를 극대화하지도 못했다. 의도적으로 레이드-백(Laid-Back)하게 구사한 플로우 역시 지루함만을 유발한다. 이는 이어지는 “Five”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워”에서 보여주었던 가요적 감성을 힙합 트랙에 섞어낸 시도가 확장된 후반부의 트랙들은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파트다. 그중에서도 의류브랜드인 베이프(Bape)를 소재로 전형적인 러브스토리를 풀어낸 “BAPE”는 대표적이다. 감정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랩톤과 벌스 마지막을 장식하는 내레이션 등, 극적인 연출 또한 돋보인다. “아름다워”를 직접적으로 인용한 “High With Me”와 힙합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Wait For Me”도 준수하다. 첫 트랙인 “인기가요”에서 자신의 음악을 ‘가요’로 정의한 것이 후반부의 트랙들에서 드러나는 것 또한 절묘한 지점이다. 다만, 주특기인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다른 악기를 쌓아가는 프로듀싱 방식은 매력적이지만, 완성도의 편차에 따라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창모는 [돈 번 순간]을 통해 본인의 음악을 몇 가지 전형으로 나누어 정리하며 커리어의 한 챕터를 정리했다. 이러한 전략은 그의 음악에 열광하는 팬들에게 매우 유효할 것이며, 그 자체로서도 흥미롭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아쉬운 요소들 탓에 흥미로웠던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그리고 이는 창모가 이어나갈 새 챕터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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