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지드래곤 - COUP D`ETAT
남성훈 작성 | 2013-09-22 21:5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1 | 스크랩스크랩 | 49,693 View
Artist: 지드래곤
Album: COUP D`ETAT
Released: 2013-09-05
Rating: RRR
Reviewer: 남성훈
그룹 빅뱅(Big Bang), 듀오 GD&TOP, 그리고 솔로 앨범 [Heartbreaker]를 지나오며 재능과 과욕, 기획과 가능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했던 G-드래곤(이하 ‘GD’)은 2012년 작 [One of a Kind]에 이르러 드디어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냈다. 어떠한 장르/편곡 스타일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기 색을 완전히 투영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 결과 어느 곡에서든 능숙함과 여유가 짙게 배어있었다. 장르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대중에게 항변하는 아티스트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우선 어떤 스타일의 곡이든 존재감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GD는 비로소 그 시작점에 섰다. 특히, 대중적인 꼼수 없이 온전히 아티스트의 존재감이 주축인 앨범단위의 결과물을 통해 국내 대중이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종의 쾌감을 선사했다는 것은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의 신작 [COUP D`ETAT]는 [One of a Kind]의 연장선인 동시에 비장한 확장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트랙 수는 두 배로 많아졌지만, 그가 앨범에 담고자 하는 것은 전작과 매우 유사하다. 앨범에 담긴 곡들은 정서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자의식을 직접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내는 트랙들과 사랑을 소재로 한 트랙을 앨범에 적절히 나눠 배치하는 식이다. 물론, 그 면면의 스케일은 확장되었다. 영화로 치면, 성공한 블록버스터의 속편 공식을 따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앨범의 구성을 뜯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자의식 과잉의 멋을 코믹하게 풀어 놓았던 "One of a Kind"는 "Coup D'etat", "늴리리야"로 확장되면서 일종의 책임감까지 부여한 듯하고, 똘끼 가득한 흥겨움을 줬던 "Crayon"은 "세상을 흔들어", "미치GO"로 확장되면서 특유의 똘끼와 흥겨움 모두 전작보다 상승했다. 루핑의 멋이 담긴 어쿠스틱한 연주와 중독적인 멜로디로 호평받았던 "그XX"의 신선한 화법은 "니가 뭔데(Who You?)", "삐딱하게(Crooked)"로 이어지고, 무명의 보컬 피처링으로 묘한 분위기를 풍겼던 "결국"은 "R.O.D", "Black"으로 그 감상의 결을 이어간다. 전작의 후반부에서 GD의 영역에서 떨어져 있을 법한 아티스트와 콜라보인 "Missing You"와 "Today"가 만든 효과를 역시나 후반부에 배치한 심플한 록 편곡의 "Runaway", 자이언 티(Zion-T)가 함께한 "너무 좋아(I Love It)"를 통해 유지하는 식의 구성이다.
그렇다면 과연 ‘성공한 전작의 계승과 확장’이라는 속편의 공식은 효과적이었을까? 그 전략 자체의 효과만을 생각해보느냐, 아니면 그 이상을 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둘 다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프로덕션과 퍼포먼스 모두 이미 보여줬던 장기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데, 완성도와는 별개로 자연스레 드러나는 강박감까지 희석하진 못했다. 여기에 GD가 구사하는 고유의 화법 역시 여전히 유효하긴 하지만, 허를 찌르는 순간을 이제는 예상할 수 있다 보니 짜릿함이 이전과 같지 않다. 초반부에서 명 프로듀서 디플로(Diplo)와 랩퍼이자 프로듀서 미씨 엘리엇(Missy Elliott)과 콜라보를 통해 표면적으로 내세운 야심이 정작 별다른 차별점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결과적으로 앨범의 스케일은 모든 면에서 확장되었지만, 채워 넣은 절댓값이 이에 비례하여 늘어나지 않아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COUP D'ETAT]는 힙합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 색을 끌어와 GD라는 아이콘을 통해 풀어낸 잘 마감된 앨범이지만, 이 앨범을 즐길 수 있는 많은 지점이 전작에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약점이 되었다. 그럴듯한 앨범을 만들어 냈지만, 전작과의 비교가 주요 감상지점이 되는 상황을 겪은 많은 아티스트가 그랬듯, 앞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될지, 또는 정체의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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