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 Hoodstar
남성훈 작성 | 2019-02-09 02:41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7 | 스크랩스크랩 | 46,037 View
Artist: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Album: Hoodstar
Released: 2019-02-01
Rating:Rating: RRR+
Reviewer: 남성훈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는 2018년 데뷔 EP [UNEDUCATED WORLD]에서 마약과 총기처럼 한국힙합에서 이질적인 요소를 필터링 없이 차용하는 시도를 했다. 이러한 기믹 설정은 생경함이 주는 코믹함을 잘 살려냈지만, 그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몇몇 트랙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매력이 힘을 발휘했지만, 퍼포먼스는 수준 이하였고, 가사의 구조 역시 견고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작정하고 구축한 컨셉트가 허술하게 무너지는 지점이 산재했다.
그럼에도 이후,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마치 수년 전 독특한 기믹을 잘 펼쳐냈던 던 밀스(Don Mills)의 경우처럼 랩퍼들이 주목하는 랩퍼로 급부상했다. [Hoodstar]는 이러한 과정을 겪은 언에튜케이티드 키드가 신생 레이블 영앤리치(Yng&Rich) 레코드에 자리를 잡고 발표한 EP다. 제작 컨셉트와 작법, 그리고 추구하는 매력은 [UNEDUCATED WORLD]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작이 일종의 습작처럼 느껴질 정도로 [Hoodstar]는 잘 정제되었다.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가사의 감흥을 해치던 불필요한 영어 가사를 최소화하고 곡을 대표하는 구절을 반복한 방법 덕분에 표면적인 비장미와 이를 통해 만들어진 코믹함 모두 흡입력이 강해졌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기믹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약점을 잘 덜어내고 강점은 잘 부각했다. 물론, 한계가 뚜렷한 그의 랩 실력 안에서 검증된 플로우 차용과 이에 최적화된 퍼포먼스가 잘 조율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기믹을 앞세운 힙합 엔터테인먼트에 그치지 않고, 랩 앨범으로서의 가치를 지탱하게 하는 것은 바로 피처링 아티스트들의 활약이다. 인트로 격인 “실미도”를 지나 “Money Holic”에서의 폴 블랑코(Paul Balanco)의 인상적인 등장은 앨범에 생기를 더하고, “Business Man”에서 불안하게 곡을 이끄는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랩을 잘 받아 여유 넘치게 실력을 뽐내는 수퍼비(Superbee)의 벌스는 랩을 듣는 재미를 충분히 제공한다.
“지금”에서의 오케이션(Okasian) 파트는 단연 하이라이트이다.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톤으로 능글맞게 뱉는 랩 싱잉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가사 컨셉트와 일맥상통하나 코믹함과 진중함의 서로 다른 결이 충돌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트랩에 기반한 프로덕션은 레퍼런스가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익숙한 타입 비트들로 꾸며졌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뻔뻔한 가사를 돋보이게 하는 음산한 기운의 비트와 풍부한 멜로디가 흥을 돋우는 래칫 모두 적정한 완성도를 갖췄다.
[Hoodstar]는 힙합 속의 특정 요소들을 패러디하여 만든 코믹함과 우스꽝스러움을 효과적으로 잘 담아냈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한국힙합의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아 보인다. 이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한국힙합을 커다란 농담처럼 보이게 하는 렌즈로써 기능하기 때문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남성훈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32
코멘트
등록
Enomis
Enomis (2019-02-09 15:16:22 / 120.50.80.**)추천 5 | 비추 0
한국 조폭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국힙합을 커다란 농담처럼 보이게 하는 렌즈로써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으니까 노창의 My New Instagram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8577&m=view&s=review&c=16&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