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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아날로그 태그 - Name Tag

한국힙합위키

아날로그 태그 - Name Tag

Quillpen 작성 | 2012-09-25 17:1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26,501 View

Artist: 아날로그 태그(Analog TAG)

Album: Name Tag

Released: 2012-09-07

Label: 팩토리보이 프로덕션

Rating: RRRR

Reviewer: Quillpen





음악팬으로서 예상치 못한 수작을 만나는 기쁨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는 유명 뮤지션들이 쏟아내는 음악의 홍수 속에서도 신인, 혹은 무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어느 정도는 빼놓지 말고) 들어보아야지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여기 아날로그 태그(Analog TAG)의 [Name Tag] 같은 앨범 말이다. 프로듀서, 랩퍼, 영상 디렉터, 아트 디렉터 등이 뭉친 레이블 팩토리보이 프로덕션(FACTORY BOi Production) 소속이라는 지극히 소량의 정보 속에서 소리소문 없이 등장한 아날로그 태그는 첫 발자국을 인상적으로 남기게 됐다.

우선 구성적인 부분에서 특별한 지점은 없다. 프로듀서 고유의 역량을 드러내는 인스트루멘탈과 랩퍼와 앙상블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트랙이 적절한 비율을 이루는 모습은 기존에도 어렵지 않게 봐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록된 트랙들이 자아내는 감성과 사운드 질감의 연출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좋은 샘플 소스를 찾고(재즈, 블루스, 제3세계 음악 등등), 감각적인 멜로디 라인을 추출해내어 루핑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샘플링 작법에 기반한 아날로그 태그의 음악은 유럽 힙합 프로듀서들이 종종 구현하는 포근하고 아련함을 더하는 질감의 사운드로 마감되면서 진한 인상을 남긴다. 샘플의 층을 구성하고 매끄럽게 이어붙이는 능력이나 샘플 소스와 악기 소스의 질감을 각각 살려내는 부분, 또 감성을 건드리는 멜로디를 찾고 연출하는 부분 등등, 앨범의 대부분 곡에서 이제 막 이름표를 달고 등장한 신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프로덕션을 과시한다. 특히, 제3세계 음악까지 미친 그의 넓은 디깅력은 명상음악에 주로 쓰이는 인도의 현악기 비나를 연상하게 하는 샘플을 통한 후렴구의 연출이 압권인 “人道(인도 feat. G.L & UMC)”, 역시 인도의 전통적인 두 악기 툼비와 반수리 연주인듯한 현악과 관악 샘플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Dark Grayish Blue” 등에서 빛을 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적 성취를 기반으로 한 본작의 (앞서 언급한) 구성 중 전자(인스트루멘탈)는 매우 성공적이며, 후자(랩퍼와 앙상블)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아날로그 태그는 인스트루멘탈 트랙과 달리 후자 트랙에서는 벌스에서 악기 샘플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며 랩퍼가 랩을 할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주고 후렴구에서 샘플과 스크래치로 조지는 전형적인 붐 뱁 힙합 스타일을 보여주면서도 프로덕션의 통일성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랩퍼와 시너지가 절반의 성공인 이유는 주제와 불협화음 때문이다. 술제이, 산이(San E), 이노배이터(Innovator), 수다쟁이 등이 각각 참여한 곡들은 랩퍼들의 랩 자체를 비롯하여 비트와 어우러짐도 문제없지만, 불특정 헤이터(Hater)들을 향한 일갈과 자기 과시, 그리고 노골적인 섹스 이야기가 완성도와는 별개로 본작의 음악적 색채와 잘 묻어나지 않는다. 같은 소속 패임-제이(Fame-J)가 피처링한 “어느 멋진날” 역시 갑작스럽게 가벼워진 주제와 랩핑 때문에 흐름상 너무 튀어버린다. 아날로그 태그의 심중을 헤아릴 순 없겠지만, 앨범의 아트워크나 전반적인 프로덕션을 통해 방향성을 짐작해 보았을 때, 주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일반적인 전개 방식보다는 좀 더 추상적인 방식을 요구했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아쉬운 부분에 대한 평이 길어지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조금만 더...’를 바라는 청자의 욕심이 반영된 아쉬움이다.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음악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한국힙합 씬의 새로운 실력파 프로듀서를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본작의 의미는 더한다. 모두가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새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랩퍼에 비해 눈에 띄는 신예 프로듀서의 출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현 한국힙합 씬에서 ‘아날로그 태그’라는 이름표는 기억해둘 만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Quillpen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10 코멘트 등록 sodghs sodghs (2012-10-17 16:51:46 / 118.219.19.*)추천 1 | 비추 0 최근에 몇 번 돌려봤는데 이걸 왜 넘겼지... 생각이 들 정도로 퀄리티가 상당하더군요. 근데 [후자(랩퍼와 앙상블)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이건 공감합니다. 가사 주제면에서 좀 튀는 곡이 몇몇 있었지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특히 어메이징 뮤직이 참여한 곡이 좋더군요. 노한동 노한동 (2012-09-29 21:49:16 / 36.38.65.***)추천 0 | 비추 0 요즘에 들을만한 국내힙합 없나 엠x에서 정처없이 듣다가 딱 발견해서 딱 꽂힌 앨범.. 최근에 2번 트랙 revenge는 요즘 제 favorite track! Fukka Fukka (2012-09-27 13:12:16 / 211.246.77.***)추천 0 | 비추 0 리뷰보고 들어봤는데 예상보다 더 괜찮더군요. 근데 몇몇 곡은 랩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듯 sodghs sodghs (2012-09-27 12:52:17 / 210.94.115.***)추천 0 | 비추 0 G.L 인도에서 얼핏 보고 지나쳤던 프로듀서였네요. 온라인으로만 발매된 거 같던데 피쳐링진이 장난아니긴 하더군요. 리드머 평보니 앨범 내 음악들도 괜찮은가 보네요.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0926&m=view&s=review&c=16&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