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비와이 - 032 Funk
장준영 작성 | 2021-10-06 15:3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1 | 스크랩스크랩 | 37,559 View
Artist: 비와이(BewhY)
Album: 032 Funk
Released: 2021-07-30
Rating: RRR+
Reviewer: 장준영
비와이(BewhY)가 [The Movie Star] (2019)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032 Funk]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프로덕션이다. 지난 정규작들에서 풍성하고 과장된 사운드 아래 여러 스타일을 시도했다면, 이번엔 앨범명에서 명시하는 펑크(Funk)가 중심에 있다.
둔탁한 붐뱁 비트에 기타와 건반 소스가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천공항 Freestyle”, 빠른 기타 리프가 속도감을 자아내는 “썸네일각”처럼 6곡을 모두 펑키한 사운드로 가득 채웠다. 트랙마다 등장하는 캐치한 후렴구도 인상적이다.
가사에서도 큰 변화가 보인다. 기존 비와이의 가사에선 크리스천으로서의 신념, 래퍼로서의 우월감, 성공 등의 주제가 반복되었다. 이번엔 묵직한 내용 대신 여행이란 컨셉에 맞는 가볍고 밝은 내용으로 채웠다. 여행 출발 전에 들뜬 마음을 드러내거나(“떠 버릴래”), 공항에서의 일화를 담고(“인천공항 Freestyle”),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외친다(“Celebration”).
이처럼 추억과 상상을 바탕으로 한 여행 서사가 밝고 신나는 펑크 프로덕션과 만나면서 청량감을 가중한다. 다만, 상대방에 대한 설렘과 애정을 드러내는 “비비안 소녀”는 다른 수록곡과 내용적으로 동떨어져 프로덕션을 통해 느낀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비와이의 퍼포먼스는 여전히 즐겁다. 촘촘히 짠 라임과 이야기를 유려한 플로우로 뱉는다. 특히 여행과 관련된 단어를 풍성하게 사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Celebration”과 “인천공항 Freestyle”에서 들려주는 가창도 매력적이다. 좁은 음역과 비음 섞인 음색이 선명한 멜로디와 어우러지면서 꽤 중독적으로 들린다.
래핑에선 그 어느 때보다 타격감을 강조한 듯하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을 연상케 하는 추임새에 된소리와 거센소리로 발음하는 단어가 늘어났다. 그래서 흥미로운 한편으로 전달력은 떨어진다. 듣자마자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랩은 세상에 많고, 딜리버리가 좋은 랩의 필수요건도 아니지만, 그동안 비와이가 구사한 랩의 특징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든다.
[032 Funk]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통일감 있고 준수한 퍼포먼스와 프로덕션도 전제했지만, 정규작과는 상이한 결과물이기에 더욱 두드러진다. 팬데믹 시대에 즐거운 경험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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