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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박재범 - Worldwide

한국힙합위키

박재범 - Worldwide

황두하 작성 | 2015-11-10 19:4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0 | 스크랩스크랩 | 61,523 View

Artist: 박재범(Jay Park)

Album: Worldwide

Released: 2015-11-05

Rating: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2PM 활동 이후 솔로 뮤지션으로 컴백한 박재범(Jay Park)은 장르 뮤지션으로 자리잡기 위해 지속적인 시도를 해왔다. 첫 번째 미니앨범 [Take A Deeper Look]에서 그는 메인스트림 R&B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가운데, 다른 한 편으로는 랩퍼로서 욕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이는 정규 데뷔작이었던 [New Breed]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컬, 랩, 댄스 퍼포먼스까지 가능한 자신의 장기를 최대한 살려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시도는 좋았지만, 애매한 구성과 밸런스 조절의 실패로 그렇게 큰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이후 자신의 레이블인 AOMG를 설립하고 발표한 두 번째 정규작 [Evolution]은 말 그대로 진화된 박재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었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장르 뮤지션으로서 재능을 뽐내려는 노력은 일부 분야에서 뚜렷한 성취를 드러냈고, 무려 17곡의 트랙을 담았음에도 산만하지 않게 다가왔다는 건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다만 힙합을 표방한 몇몇 트랙들에서 한껏 톤을 올려 내뱉는 랩 스타일에선 여전히 불안한 지점이 노출됐고, 너무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보니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가사와 단순한 라임의 단점 역시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약 1년 만에 발표한 [Worldwide]에서 박재범은 본격적으로 '힙합 앨범'을 표방하며, 전작들에서 간간이 선보인 랩을 보다 전면에 내세운다.


앨범은 이번에도 18곡이라는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이전 공개곡들이 다수 포함되어있기는 하지만, 전작 이후의 짧은 작업기간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무려 27명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의 피처링 진이다. 중복된 아티스트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나는데, 흥미로운 건 이 많은 게스트들 사이에서도 박재범이 랩퍼로서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주인공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점이다. “When”의 타블로(Tablo), “원해(Want It)”의 천재노창, “Life”에서 개코 등등, 몇몇 곡에서 하이라이트를 뺏기는 경우는 있어도 완전히 주객전도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랩은 전작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껏 톤을 올려 이를 조절하려 내뱉는 랩은 한결 매끄러워졌고, 스킬적인 면에서도 평균 이상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트렌드를 따라 랩-싱잉 퍼포먼스를 시도한 “뻔하잖아(You Know)” 같은 트랙에서도 매력적인 보컬을 잘 살려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단순하고 노골적이어서 그 이상의 쾌감을 주지 못하는 가사와 맥락없이등장하여 휘발성으로 사용되는 한영혼용 문장은 랩퍼로서 한 단계 성장한 그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곡 전체를 영어로 소화한 “On It”과 다른 트랙들 간에 그의 랩에서 상당한 실력 차이가 느껴진다는 점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Seattle 2 Seoul”에서처럼 직설적이고 단순한 가사가 감정적인 파고를 일으키는 포인트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그 외의 트랙에서는 크게 감흥을 느끼기 힘들뿐더러 감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현 메인스트림 힙합의 트렌드를 충실하게 구현한다. 트랩, 랫칫, 붐뱁 등등, 힙합의 여러 서브 장르를 아우르는 가운데, 모든 트랙이 준수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비록, “몸매”를 비롯하여 'BET Cypher'에서 프리모(DJ Premier)가 선보이던 비트가 떠오르는 “Cha Cha Cypher"처럼 지나치게 클리셰를 따른 트랙들은 아쉽지만, 전반적인 앨범의 완성도를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그레이(Gray)가 주조한 “On It”은 비프리(B-Free)의 “Hot Summer”에 이어 그레이의 뛰어난 센스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붐뱁 트랙이다. 구성적인 면에서도 “My Last”, “B-Boy Stance”와 같이 분위기상 조금 튀는 곡이 존재함에도 전체적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산만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데, 멜랑꼴리한 트랩 비트가 박재범의 진중한 가사와 어우러진 “Seattle 2 Seoul”이 앨범을 잘 마무리 해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Worldwide]는 장르 뮤지션으로서 박재범의 선언과도 같은 앨범이 되었다. 비록, 많은 피처링 진에게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할애했지만, 이제 랩과 힙합 음악으로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앨범 한 장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의 아티스트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처럼 많은 트랙이 담긴 앨범을 1년 만에 또 다시 발매하면서도 완성미를 더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역시 그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며, 이런 기운이 [Worldwide]를 감상할 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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