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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박재범 - The Road Less Traveled

한국힙합위키

박재범 - The Road Less Traveled

황두하 작성 | 2019-06-25 21:2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32,731 View

Artist: 박재범(Jay Park)

Album: The Road Less Traveled

Released: 2019-06-07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The Road Less Traveled]는 박재범의 비정규 앨범이다. 2011년 솔로 아티스트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거의 매해 앨범을 내며 왕성한 창작욕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에도 17트랙의 꽉 찬 볼륨으로 찾아왔다. 보컬보다 랩에 비중을 둔 ‘힙합 앨범’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2015년에 발표했던[WORLDWIDE]가 떠오르기도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곡 대부분을 영어 가사로 채웠고, 우원재,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등의 국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제이 일렉트로니카(Jay Electronica), 하이어 브라더스(Higher Brothers), 기프티드 갭(Gifted Gab) 등등, 다국적 게스트가 대거 참여한 것이다. 락 네이션(Roc Nation) 산하에서 발표해 미 힙합 씬에 편입된 자신의 위치를 선언했던 EP [Ask Bout Me](2018)의 확장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스케일에서부터 음악 내적, 외적으로 성장을 거듭한 그의 자신감이 가득 담겼다.


우선, 앨범의 포문을 여는 “What Up!”은 매우 강렬하다. 그레이(GRAY)가 주조한 중독적인 베이스라인의 붐뱁 비트 위로 돈 플라밍고(Don Flamingo)와 함께 쉴새 없이 쏟아내는 랩은 여태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만하다. 미국 대중문화에 기초한 재치 있는 워드 플레이와 그동안의 행보를 과시하는 가사 역시 흥미롭다. 이러한 기세는 오래간만에 모습을 보인 제이 일렉트로니카가 묵직한 벌스를 보탠 “Twisted Dreams”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WDFA”부터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다. 보이콜드(BOYCOLD), 그루비룸(Groovyroom), 차 차 말론(Cha Cha Malone)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이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준수하게 구현해낸 것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찰리 히트(Charlie Heat) 특유의 웅장한 신시사이저 운용이 귀를 자극하는 “Monster” 정도가 아주 잠시 귀를 잡아끌 뿐이다.


랩 퍼포먼스 또한 이 구간에서는 힘이 달린다. 상당히 많은 양의 랩을 타이트하게 쏟아내지만, 다음이 예상되는 관성적인 진행 탓에 집중력이 흐려진다. 개성이 부족한 플로우에서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래퍼들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른 진부한 자기과시성 가사가 죽 이어져 귀에 남는 라인 없이 스쳐 지나간다. 영어 위주의 앨범임에도 유일하게 한국어로 벌스를 소화한 “GRAYGROUND Cypher”에서의 랩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박재범 특유의 직설적 표현이 재미를 더한 곡이다.


“GRAYGORUND Cypher” 이후 이어지는 후반부에서 그나마 텐션이 살아난다. “Legacy”, “For Ourselves”, “Undefeated” 등등, 전부 밝은 무드의 사운드와 의지를 담은 진중한 가사가 어우러져 흥미를 유발한다. 다만, 후반부에 도달(?)하기도 전에 피로가 쌓여 트랙들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게스트들의 활약도 요원하다. 앞서 언급한 제이 일렉트로니카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이한 퍼포먼스에 그쳤다. 특히, 플로우의 한계를 드러낸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나 일차원적인 라임으로 일관한 테드 팍(Ted Park)과 김효은의 참여는 곡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피처링 게스 대부분이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며, 잘 만든 컴필레이션 같은 느낌을 줬던 [Worldwide]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The Road Less Traveled]는 본격적으로 해외 활동을 하기 전의 몸풀기 격 작품처럼 다가온다. 락 네이션(Roc Nation) 관계자들을 비롯한 해외 리스너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은 인상도 든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재범의 약점만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 되었다. 프로덕션과 퍼포먼스는 매끄럽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다른 이들의 앨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이다. 발전을 거듭하던 그의 음악이 어느 순간부터 정체 중인 듯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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