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리드머국내리뷰 리짓군즈 - Rockstar Games

한국힙합위키

리짓군즈 - Rockstar Games

이진석 작성 | 2019-05-24 01:1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33,695 View

Artist: 리짓군즈(LEGIT GOONS)

Album: ROCKSTAR GAMES

Released: 2019-04-24

Rating: RRR

Reviewer: 이진석






지난 수년간 한국힙합 씬에서 단연 눈에 띄는 크루를 뽑는다면, 리짓군즈(Legit Goons)다. 그들은 특유의 뻔하지 않은 기획력과 견고해진 음악성 덕분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재작년 발표했던 [Junk Drunk Love]와 2018년 최고의 힙합 앨범 중 하나였던 뱃사공의 [탕아]는 크루의 물오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네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ROCKSTAR GAMES] 역시 구체적인 콘셉트 아래 구성된 결과물이다. 'GTA(Grand Theft Auto)', '맨헌트(MANHUNT)', '레드 데드 리뎀션(Red Dead Redemption)' 등의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 제작사 록스타 게임즈(Rockstar Games)의 이름을 타이틀로 차용하고, 해당 회사에서 발매한 게임의 무드를 트랙으로 재구성하는 식이다.


우선, 록스타 게임즈의 특성을 기믹으로 덧씌운 지점은 그들의 이미지와 꽤 잘 맞아떨어진다. 록스타 게임즈는 게임의 폭력성 탓에 쏟아지는 비판과 이에 대한 장난스러운 대처로 유명하다. 일례로, 그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Digital Lunacy Since 1998', 'Selling Government Secrets to the Communists Since 1998(1998년 이래, 공산주의자들에게 정부 기밀 판매)' 등 무작위로 출력되는 익살스러운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폭력성과 장난 섞인 록스타의 이미지는 인트로를 제외한 첫 트랙, “GTA!”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가상 세계에서의 갱스터리즘(Gangsterism)이다. 트랙 내에서 가장 타이트한 랩을 선보인 뱃사공과 인게임 요소를 넣어 콘셉트와 가장 근접한 가사를 쓴 블랭타임(BLNK) 등, 멤버들의 개성과 앨범의 주제가 효과적으로 맞물린다. 특히, 게임오버를 뜻하는 “SKIT : BUSTED”를 거쳐 게임에서 빠져나와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마지막 트랙 “Credit Roll”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법한 구성이지만,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프로덕션은 전체적으로 아이딜(iDeal)이 주도해나가는 중에, 빅라이트비츠(BIGLIGHTBEATZ), 요시(YOSI) 등의 프로듀서가 요소요소에 등장한다. 곡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거친 질감의 전자음을 앞세워 앨범의 주제에 맞는 분위기를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를 위해 강렬한 색채의 소스를 겹겹이 쌓아 올렸으나, 제대로 정돈하지 못해 산만한 느낌이 앞선다.


다소 난잡해진 흐름을 잡아줄 요소 역시 부족하다. 멤버들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 정도로만 차용해 인스트루멘탈 트랙에 가깝게 구성한 “Love & Drug”이나 “야마카시” 역시 분위기를 환기하기보다 앞서 언급한 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콘텐츠의 활용 역시 아쉽다. 기존에 그들이 가진 자유로운 이미지에 콘솔 게임의 기믹을 씌운 것까진 좋았으나,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다소 일차원적이다.


곡마다 세부적인 주제가 정해져 있지만, 대부분 게임 자체의 호전성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가사적으로도 전보다 헐거워졌다. 본래 그들의 결과물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허구적인 상상 속에서도 현실과 맞닿는 절묘한 페이소스 또한 찾기 어렵다. 설정해놓은 콘셉트에 과하게 매몰되어 본래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인상이다.


이미 수면위로 올라와 기존에 짜인 이미지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음에도, 리짓군즈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그 과정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매번 보란 듯 예상을 넘어 더 좋은 작품을 가지고 나왔던 그들이기에 다소 헐겁게 마감된 완성도에 아쉬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건, 그들이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재능과 욕심, 그리고 왕성한 창작욕을 품고 있는 집단은 절대 흔치 않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8670&m=view&s=review&c=16&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