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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레디 - 500000

한국힙합위키

레디 - 500000

이진석 작성 | 2020-06-10 17:2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8 | 스크랩스크랩 | 35,971 View

Artist: 레디(Reddy)

Album: 500000

Released: 2020-05-17

Rating: RRR+

Reviewer: 이진석





레디(Reddy)는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의 초기 멤버이자 존재감 있는 신예였다. 화려하진 않아도 담백하게 그루브를 만드는 랩은 꽤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본인의 장점을 발휘하는 방법을 아는 듯했다. 커리어 초기에 발매한 [Imaginary Foundation]은 그의 고유한 매력을 효과적으로 살린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디스코그래피에 이렇다 할 방점을 찍지 못했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인지도를 얻었고 그 뒤에도 적지 않은 작품을 냈지만, 음악적으로 주목할만한 성취는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규작 [500000]은 정체된 커리어에 새 길을 터줄 만한 결과물이다.


[500000]은 래퍼가 된 후, 레디가 겪었던 일들을 나열한 일대기다. 우선, 그는 뮤지션으로 데뷔한 뒤 생활을 위해 패션 MD로 일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나름대로 주목받는 신예 래퍼지만, 의류 업체의 직원으로 근무하며 혼란과 괴리를 느낀다. 그 과정에서 코홀트(Cohort) 탈퇴와 [쇼미더머니] 출연 등, 여러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점차 현재에 이르게 되는 식이다.


여러 의미가 담긴 50만 원을 매개로 회상에 빠져드는 인트로 “500000”과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I Was a Boom Bap Kid”를 제외하면, 모든 트랙이 시간순으로 배치되어 진행된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서사를 풀어내는 만큼,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레디의 장점이 드러난다.


스웨이디(Sway D)와의 실제 일화를 재구성한 스킷(Skit)과 이어지는 “Hmmm”은 플레이어로서 느끼는 괴리감과 앨범의 중심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그가 일했던 휴먼트리(Humantree)에서 런칭한 스트릿 브랜드 ‘베리드 얼라이브(Buried Alive)’의 이름을 본인의 상황에 맞춰 재해석하거나, “치트키(Cheat Code)”에선 예전 참여했던 단체곡의 구절을 역설적으로 활용하는 등, 여러 요소를 통해 듣는 맛을 끌어올린다. 앨범에 내러티브를 더하는 동시에, 청자로 하여금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개별 곡의 완성도 역시 준수하다. 하이라이트 소속 프로듀서 요시(Yosi)와 팔로알토(Paloalto)가 키를 잡은 말끔한 프로덕션은 상황에 따른 레디의 감정변화를 따라가며 효과적으로 감흥을 선사한다. 변주를 통해 심리적인 낙차와 감정선을 따라가는 “Buried Alive”라든지, 가라앉는 듯 침잠된 분위기로 레디가 느낀 괴리감을 연출한 “수면 위(The Surface)”는 대표적이다.


다만, 앨범 장악력이 약해지는 부분은 아쉽다. 애초에 레디는 화려한 테크니션이 아닌 데다가 후렴에 목소리를 보탠 팔로알토를 제외하면, 객원 없이 혼자 이끌어가다 보니 노출된 단점이다. 프로덕션의 변주와 기계음 활용을 통해 이를 상쇄하려 한 흔적이 보이지만, 스타일의 한계를 깨기엔 다소 부족했다.


또한, “Hmmm”을 비롯한 몇몇 곡에서 보컬 퍼포먼스로 채운 후렴 부분은 헐거워 텐션을 떨어뜨린다. 초, 중반부의 스토리라인과 잘 짜인 앨범의 콘셉트를 고려하면, 청각적인 쾌감의 부족이 더욱 아쉽다. 앨범의 결말 역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중반부까지 레디의 경력에서 있었던 강렬한 사건들을 끄집어내 흥미로운 서사를 구축했지만, “Baby Driver” 이후의 무난한 진행은 이야기의 끝을 깔끔하게 갈무리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500000]은 그의 커리어 내에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또한, 오랜만에 레디의 담백한 랩과 콘텐츠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솜씨를 느낄 수 있다. 화려하고 개성 강한 신예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장점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귀를 확 잡아 끌 만한 강렬함은 없지만, 그간 레디의 행보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이들이라면, 즐거울 만한 요소가 많을 것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진석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10 코멘트 등록 ^^ ^^ (2020-06-10 18:34:05 / 203.132.169.*)추천 10 | 비추 0 Best driver가 아니라 baby driver 아닌가요??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9004&m=view&s=review&c=16&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