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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딥플로우 - Founder

한국힙합위키

딥플로우 - Founder

황두하 작성 | 2020-04-27 21:0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6 | 스크랩스크랩 | 46,221 View

Artist: 딥플로우(Deepflow)

Album: Founder

Released: 2020-04-13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딥플로우(Deepflow)가 2015년에 발표했던 [양화]는 한국힙합 씬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언더그라운드 랩퍼로서의 자부심과 그 이면에 인간 ‘류상구’로서의 애환을 동전의 양면처럼 담아낸 결과 입체적인 감흥을 끌어냈다. 또한, 음악적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탄탄한 랩과 프로덕션으로 강한 설득력을 더했다.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다 노미네이트되고, ‘최우수 랩/힙합 노래’와 ‘올해의 음악인’ 분야에서 수상한 것은 당연해보이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난 지금, [양화]에 대한 감상은 전과 같지 않아졌다. 그와 그가 이끄는 레이블 VMC 소속의 아티스트들은 이후 [쇼미더머니] 시리즈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며 유명세를 탔다.


미디어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고, 그들의 음악 스타일이 달라진 것도 아니지만, [양화]에서 보여주었던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가는 언더그라운드 랩퍼의 이미지와 괴리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던말릭(Don Malik), 저스디스(JUSTHIS)와 벌였던 연이은 디스전은 그의 달라진 행보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한 사건들이었다.


네 번째 정규앨범 [FOUNDER]에선 이러한 상황을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는 [양화] 이후부터 지금까지 자신과 회사, 그리고 주변의 상황이 달라지는 과정과 그사이에서 느낀 감정들을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특히,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영화들의 OST에서 영향을 받은 드라마틱하고 빈티지한 질감의 밴드 프로덕션이 이야기에 페이소스를 더해준다. 영화의 프롤로그처럼 [양화] 전까지의 스토리를 요약해서 읊는 첫 트랙 “Panorama”는 앨범의 성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이후 앨범은 시간대별로 진행된다. “500”, “Low Budget”, “품질보증” 등에서는 VMC가 아직 크루였을 때 저예산으로 고군분투했던 시절을, “대중문화예술기획업”부터 “Harvest”까지는 레이블을 설립하고 성공을 이뤄냈을 때까지를, “BEP”부터 “VAT”까지는 달라진 현재 상황을 다소 씁쓸하게 묘사한다. 보컬 후렴을 제외하고 모두 레이블 멤버들로만 채워진 게스트의 벌스는 각 상황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일례로 VMC 단체 곡인 “품질보증”도 내용상의 한 지점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치밀한 단어 선택과 감정선에 따라 미묘하게 달리지는 톤이 인상적인 랩은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이 없다. 그래서 그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하진 못하더라도, 심정적으로 충분히 동감할 수 있게 한다. 점층적으로 쌓인 감정은 이로한이 참여해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듯한 마지막 트랙 “Blueprint”에 이르러 마침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내러티브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 OST에서 영향받은 프로덕션이다. 프로듀서 반 루더(Van Ruther)는 1950-60년대풍의 소울, 블루스 사운드를 힙합과 융합시켜 매우 세련되게 풀어내고, 밴드 프롬올투휴먼(Fromalltohuman)과 엔피 유니온(NP Union)을 비롯한 여러 세션을 참여시켜 이를 완성도 있게 구현해냈다. 마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가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이나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과 함께했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서정적인 무드를 강조한 악기 구성과 단순한 루핑을 탈피한 편곡으로 개성까지 갖췄다.


그중에서도 [샤프트, Shaft] 시리즈 같은 고전 흑인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인디 레이블의 설립 과정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내고, 이를 극적인 사운드 전개로 풀어내 약 3분의 러닝타임 동안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여기에 중간중간 실소를 유발하는 내레이션까지 더해져 마치 잘 짜인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불합리한 이면을 드러내는 효과는 덤이다.


다만, “대중문화예술기획업” 이외에 귀에 확 꽂히는 킬링 트랙이 부족한 것은 다소 아쉽다. “품질보증”도 이전 앨범의 단체 곡들을 생각하면 다소 약하다. [Heavy Deep]과 [양화]에서 뱅어들을 전면에 배치해 쉴 새 없이 몰아치며 텐션을 끌어올렸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FOUNDER]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딥플로우가 펼쳐낸 이야기다.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내면의 세밀한 이야기를 밀도 높은 묘사로 누구나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적재적소에 꽂히는 라이밍과 타격감 강한 플로우가 어우러진 물오른 퍼포먼스는 물론, 적절한 선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며 제 역할을 한 피처링 게스트들의 활약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딥플로우는 2011년에 발표한 [Heavy Deep]부터 지금까지, 10년간의 개인사를 힙합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켰고, 그 결과는 언제나 성공적이었다. 본작을 시작으로 펼쳐질 그와 VMC의 다음 챕터가 궁금해진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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