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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내리뷰 드렁큰 타이거 - Rebirth of Tiger JK

한국힙합위키

드렁큰 타이거 - Rebirth of Tiger JK

황두하 작성 | 2018-11-22 19:4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7 | 스크랩스크랩 | 29,421 View

Artist: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Album: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

Released: 2018-11-14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는 한국 힙합 씬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장르 음악으로서 힙합에 대한 인식이 희미하던 1990년대 후반에 ‘힙합’으로 꽉 채운 앨범을 들고 데뷔했고, 2001년에는 붐뱁 힙합 곡인 “Good Life”로 공중파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곡을 히트시키고,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리쌍, 에픽하이(Epik High) 등과 함께 무브먼트(Movement) 크루를 결성해 활발히 활동하는 등, 한국 대중에게 ‘힙합’이 무엇인지 제대로 각인시켰다.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는 멤버인 디제이 샤인(DJ Shine)이 떠난 후에도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홀로 팀을 지켰다. 지금 활동하는 대부분의 랩퍼들이 그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2009년에 발표한 8집 [Feel gHood Muzik: the 8th Wonder] 이후로 그의 커리어는 다소 아쉬웠다. 9집으로 발표됐지만, 사실은 윤미래, 비지(Bizzy)와 결성한 팀 MFBTY의 작품이었던 [살자(The Cure)]는 암투병 중이던 아버지 고 서정후를 위한 앨범이라는 명확한 목적과는 별개로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아예 MFBTY의 이름으로 발표한 [WondaLand]도 마찬가지다. 트렌드를 살짝 비껴간 프로덕션과 무뎌진 퍼포먼스 탓에 그의 역량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가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자연스레 반가움과 우려가 교차했다.


마침내 발표된 열 번째 정규작이자 마지막 앨범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익숙한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이 담겼다. 인트로를 지나 “끄떡이는 노래”부터 이어지는 CD 1에는 강력한 붐뱁 프로덕션 위로 그의 장기인 한 서린 랩이 펼쳐진다. 앨범의 또다른 주인공인 랍티미스트(Loptimist)는 마치 2009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샘플링한 소스들과 타격감 강한 드럼 비트로 조력했다.


그중에서도 “끄떡이는 노래”, “이름만대면”, “맨발” 등은 중독적인 샘플과 베이스라인으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트랙들이다. 더불어 컨퀘스트(Konquest)가 프로듀싱하고 큐엠(QM), 테이크원(TakeOne)이 함께한 “고집쟁이2”는 “Good Life”가 떠오르는 신시사이저 라인으로 향수를 자극하며 신과 구의 조화를 제대로 보여준다.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전시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가사와 술에 취한 듯 발음을 꼬아 플로우를 만드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랩 또한 여전하다.


그러나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흘러가는 곡도 적잖다. 특히, 오랜 파트너인 윤미래, 비지와 함께한 트랙들은 8집 이전에 들을 수 있던 곡들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처럼 느껴진다. 레이블의 새로운 피인 주노플로(Junoflo)가 많은 트랙에 목소리를 더했지만, 소모적인 라인들과 평이한 플로우로 식상함만 가중했다. 이 탓에 10년 전 드렁큰 타이거를 2018년에 다시 재현한 것 이상의 의의를 찾기는 어렵다.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이전 앨범들의 명곡을 다시 듣고 싶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CD 1과 달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담긴 CD 2는 더 아쉽다. 너무 여러 가지 스타일을 보여주려다 보니 구성이 지나치게 산만한 인상이다. 오히려 그 목적이 명확해 보이는 “손뼉”은 낮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마지막 앨범이기에 시도해볼 법하다고 느껴지지만, “Party In The Bu”, “기지개(Fireball)”, “거들먹”, “범바예 (Remix)” 같은 곡들은 굳이 수록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고집쟁이2”처럼 앨범 전반에 걸쳐 지난 드렁큰 타이거 앨범의 수록곡들이나 가사를 재활용한 것은 흥미로운 감상포인트다. 이는 마지막 앨범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5집의 수록곡 “내 인생의 반의 반”을 재해석한 “내 인생의 반”은 세월만큼 달라진 가사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Beautiful”에서는 “엄지손가락”의 가사를 가져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앨범 전반에 걸쳐 차곡차곡 쌓은 드렁큰 타이거의 역사는 마지막 트랙 “짧은 시(Outro)”에 응축되어 상당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트랙의 후주에 그가 지금껏 발표한 히트곡들의 전주를 짧게 교차시키며,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효과를 준 것이다. 그의 오랜 팬이라면 매우 반가울 만한 지점이다. 본작이 마지막이란 것이 새삼 아쉬워진다.


[Drunken Tiger X: Rebirth of Tiger JK]는 한국힙합 아이콘의 마지막 앨범으로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다. 트랙 수를 꽉 채운 과한 욕심과 과거의 재현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지막이기에, 그리고 드렁큰 타이거이기에 가능한 앨범이기도 하다. 본작은 지난 20년간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모아놓은 일대기, 혹은 에필로그와 같다. 세월의 풍파에 호랑이의 발톱은 무뎌졌지만, 사람들은 엄청난 에너지로 무대를 호령하던 모습으로 그를 기억할 것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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