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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싸인 - Born Under a Bad Sign
이진석 작성 | 2021-10-11 23:4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 | 스크랩스크랩 | 10,233 View
Artist: 돈 싸인(Don Sign.)
Album: Born Under a Bad Sign
Released: 2021-08-04
Rating: RRR+
Reviewer: 이진석
신예 프로듀서 돈 싸인(Don Sign.)은 제이제이케이(JJK)의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을 비롯한 몇몇 앨범에 참여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의 첫 앨범 [BORN UNDER A BAD SIGN]에선 돈 싸인의 정체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앨범의 중심을 잡는 건 블루지한 기타 사운드다. 동시에 그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덕분에 수록된 곡들은 단순히 객원을 모아 퍼포먼스를 펼칠 공간을 제공한 걸 넘어, 자연스레 프로듀서의 결과물로 포괄된다.
기타 사운드로 앨범의 기조가 확고하게 세워졌지만, 단순히 비슷한 프로덕션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돈 싸인은 힙합, 알앤비, 모던 록, 블루스를 포함하여 기타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장르를 오가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이펙터를 활용하여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Ball”이나 “난 아마 잠들거야”, 보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Holy Water”나 황량하게 울려 퍼지는 기타와 브라스가 비장미를 자아내는 “Out The Mud” 등, 특유의 블루지한 느낌은 유지하면서도 제법 다채롭게 꾸린 구성이 이어진다.
특히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가장 돋보이는 트랙이다. 변주를 섞어 극적으로 전개되는 기타와 색소폰 연주, 묵직하게 떨어지는 최항석의 보컬, 비트에 차지게 달라붙는 넉살의 랩이 합을 이뤄 인상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그야말로 앨범의 장점을 한데 모아 놓은 곡이다.
다만, 모든 게스트가 뛰어난 활약을 펼친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부분 역시 존재한다. 일례로, 한차례 변주를 거친 뒤 인상적인 라인을 뱉는 오도마(O’Domar)와 달리 아카시(ACACY)의 전형적인 싱잉랩은 무난한 수준으로 그쳐 감흥을 떨어뜨린다. 제이호(Jayho)가 참여한 “COMFY” 역시 평소 그의 스타일처럼 느긋한 랩 퍼포먼스를 펼쳤지만, 앨범 내에선 그다지 존재감 없이 지나간다.
[BORN UNDER A BAD SIGN]은 전반적으로 장점이 도드라진 작품이다. 특히, 프로듀서로서의 뚜렷한 스타일을 내세워 정규 앨범을 꾸릴 수 있는 신예라는 점에서 매우 반갑다. 물론, 독자적인 색채뿐만 아니라 프로덕션의 완성도 역시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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