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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넉살(Nucksal) 개똥철학, 혹은 '병신 같지만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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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4월 24일 (일) 20:02 판 (새 문서: 넉살(Nucksal) | 개똥철학, 혹은 '병신 같지만 멋있어' 힙플 9 38860 2015-04-01 21:57:58 HIPHOPPLAYA (이하 힙플):힙합플레이야 인터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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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Nucksal) | 개똥철학, 혹은 '병신 같지만 멋있어'

 힙플

9

 38860 2015-04-01 21:57:58

HIPHOPPLAYA (이하 힙플):힙합플레이야 인터뷰는 처음이다. 랩네임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넉살: 넉살이라는 이름은 고등학생 때 지었다. 영어 이름도 있었지만 한글로 된 이름을 가지고 싶었고, 광대.. 뭐 이런 몇 가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갔는데 (웃음) 결국 넉살이라고 이름을 지었지.


힙플: 고등학생 때부터 랩을 한 건가?

넉살: 맞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에 힙합이라는 만화책이 유행했었는데, 그 만화책 보면서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랑 춤을 췄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로 넘어오면서 랩을 시작하게 된 건데 딱히 계기라고 하면 우리 집이 사남매 집안이라 누나들이 세 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누나들이 힙합을 좋아해서 집에 항상 대한민국 시리즈라던가, 조피디의 앨범 등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허니패밀리(Honey Family)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중학생 때는 마스터플랜(Master Plan) 앨범을 들으면서 관심을 키웠던 것 같다. 그때부터는 외국힙합도 듣기 시작했지.


힙플: 2009년부터는 애니마토(Animato)와 팀을 결성하여 퓨쳐헤븐(Future Heaven)으로 데뷔를 했는데, 당시 활동은 어땠나?

넉살: 고등학생 때 내 꿈은 원래 글을 쓰는 거였다. 근데, 학교는 재미없고..랩 하다가 대학은 못 갔지.. (웃음) 그나마 실기로만 갈 수 있는 학교를 찾다가 기껏 준비하던 서울예대는 결국 떨어졌다. 그 바람에 알바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글 쓰는 공부를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대학교 힙합 동아리에 들어간 고등학교 친구의 소개로 애니마토 형을 만났다. 리드메카(Rhydmeka) 멤버 중에 쿠마라고 왜 돼지같이 뚱뚱한 친구 있지 않나, 그 친구가 나랑 고등학교 시절부터 같이 랩을 하던 친구였다. 어쨌든, 이 친구가 대학교 힙합동아리에서 만난 선배(애니마토)한테, 당시에 노래방에서 MP3로 녹음했던 음원들을 들려줬고, 그걸 계기로 애니마토 형과 만나 퓨쳐헤븐이라는 팀까지 결성하게 됐다. 2009년이면 내가 23살 때인데 그때 처음으로 EP앨범도 냈었지.


힙플: 데뷔시기로만 보면 사실상 베테랑이다. (웃음) 그럼에도 아직까지 루키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건, 불편한 상황일 수도?

넉살: 퓨처헤븐으로 쭉 해왔다 해도, 퓨처헤븐이라는 팀 네임이 베테랑이 되는 것뿐이지 실력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나는 넉살로의 커리어를 시작하면서부터 커리어가 새로 refresh 됐기 때문에 해당 사항 없다. 베테랑은 무슨.. 실력이 베테랑이지 경력이 베테랑이겠나 (웃음)


힙플: 솔로로 커리어를 전향한건 언제부터인가?

넉살: 군대 전역하고 나서였을 거다. 2009년에 퓨처헤븐 앨범을 1,2로 두 장을 내고 바로 입대를 했거든. 2011년인가 2012년에 전역을 했는데, 애니마토 형이 전업 프로듀서를 선언하더라. 그때부터 솔로로 전향했다. 햇수로 한 3년쯤 됐을 거다.


힙플: 팀이 해체 된 건가?

넉살: 나는 아직도 퓨쳐헤븐이라는 타이틀을 항상 샤라웃한다. 팀으로 활동은 안 하지만, 애니마토 형이 프로듀서로 있고 내가 랩을 하는 트랙이면 그것도 결국은 퓨쳐헤븐인거다.


힙플: 그렇군. 그러고 보니 ‘악마들이 춤 추는 댄스홀’이나 ‘RHYD YO’ 등 꾸준히 애니마토와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나?

넉살: ‘악마들이 춤추는 댄스홀’은 애니마토 형이 작곡과 엔지니어링을 했고, ‘RHYDYO’에서는 엔지니어링을 도와줬다. 'RHYD YO'의 작곡은 영제이(Young Jay)가 했다.




힙플: 그래 영제이가 했지. 말이 나온 김에 리드메카 크루랑 개릴라즈(GUE) 크루에 대해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넉살: 리드메카는 흔히 말하는 내 후드다. 고등학교 친구들부터 이십 대 초반, 주위에 힙합 음악 하던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모여 만들어진 크루.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뭉쳐 다니며, 술 먹고 놀던 팀이지. 그 중 애니마토 형은 나한테 힙합음악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알려준 형이다. 나한테는 음악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스승같은 사람이다. 리드메카 크루는 그렇게 나랑 애니마토형, 쿠마 그리고 블랭타임(Blnk-Time), 영제이, 아이딜(Ideal) 형이 있고, 용우라는 노래하는 친구랑 들개, 허씨, 일균이 형, 원플로우라는 큰 형도 한명 있다. 씬에 완전히 들어와 있지는 않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겸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힙플: 리짓군즈가 리드메카에서 파생된 건가?

넉살: 그렇진 않다. 리짓군즈는 다른 곳에서 자라난 암세포들이다. 리드메카는 리드메카대로 잡초 같은 사람들이고. (웃음)


힙플 :개릴라즈는?

넉살: 내가 군대를 막 전역했을 때 디제이 티즈(DJ Tiz)형이 갓 전역한 나를 불쌍히 여겨 공연 장에 데리고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에는 티즈형이 공연장에서 디제잉을 많이 안하지만 티즈 형이 한참 활동하던 때 티즈형의 디제이 타임에 내가 한두 곡 정도를 같이 하곤 했는데, 마침 그 시기에 뉴블락베이비즈(NewBlockBabyz)를 하고 있던 뉴챔프(NewChamp)형이 내 라이브를 보고 뭔가 좀 더 랩이 위주가 된 유닛을 꾸리고 싶었는지 나한테 컨택을했다. 그렇게 랩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발휘해 보자는 취지하에 개릴라즈가 만들어졌다. 멤버로는 챔프형과 나, 콸라(Qwala), 영제이, 제이호(Jayho) 그리고 서사무엘(Seo Samuel)과 지금은 아트 디렉팅을 하는 명선이 형까지 여섯 명이 속해있다.


힙플: 사실상, 개릴라즈와 리드메카 더 보면 리짓군즈 까지는 접점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춘추전국시대엔 의기투합도 생각 해 볼만 하지 않나? (웃음)

넉살: 맞다. 서로서로 접점이 많고, 선이 없다. 그런데, 내가 속해 있는 크루는 정확히 리드메카와 개릴라즈 두 개뿐이다. 아, 그리고 개릴라즈는 지금은 이름을 바꿔서 'GUE'라고 부른다. 리짓군즈는 그저 임원진일 뿐. (웃음) 리짓군즈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내가 항상 함께 있었다. 그들과는 엄청난 양의 술자리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태동이 됐고, [Change The Mood]라는 앨범이 어떻게 시작되고 완성됐는지도 옆에서 계속 지켜봤다. 솔직히 크루 멤버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데 내가 리짓군즈에 명단을 넣고 활동하지 않은 이유는 내 나름대로 다른 데서 힘을 키우고, 그걸 리짓군즈한테 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굳이 소속감이나 선을 만드는 것 보다는 어차피 사람들은 리짓군즈와 내가 잘 맞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들의 서포터가 되고 싶었다.



힙플: ‘GUE'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까지 들은 것 같다. 콸라 말로는 멤버들 간의 색이 너무 다르고 뚜렷해서 한 트랙에 묶이기가 힘들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틀이 잡히지 않은 상황인가?

넉살: 그렇다. 틀은 아직도 거의 안 잡혀있고, 그건 GUE의 올해 목표다. 서로 생각하는 것들이나 개성이 너무 달라서 좀처럼 쉽지 않다. 랩싯으로 와다다다! 풀어내는 트랙은 쉽게 할 수 있어도 완성도 있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려면 어떤 확실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은 보류상태다.


힙플: 의견 수렴이 안 되나 보군.

넉살: 거기다 요즘에는 각자가 앞두고 있는 앨범들이 있기 때문에 힘을 ‘팍!’하고 한 번 쏟아 부을 여유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냥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지금 나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제이호도 마찬가지다. 사무엘이랑 영제이도 지금 앨범을 거의 완성한 걸로 알고 있다. 올해 상반기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자 앨범 준비가 마무리됐을 때, GUE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볼 생각이다.


힙플: 콸라 말로는 넉살이 그렇게 독설가라고

넉살: (웃음) 병원에 가야만할 것 같다. 맨 정신에는 안 그러는데, 술만 먹으면 스멀스멀 욕을 하고 싶다. 사실 독설가라기보다는.. 글쎄, 독설가는 어떤 타당한 근거에 의해서 비판을 하고, 말을 싹수없게 하더라도 상대방이 반박할 수 없도록, 납득되는 욕을 하는 사람인데 나는 그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너 쓰레기야 너 구려’식이니까 그게 많이 기분 나쁘고 그랬을 거다. 콸라랑 예전에 많이 그랬었지..


힙플: 멱살 잡고 싸웠다고 들었다.

넉살: GUE는 술 먹고 자주 싸운다. 아주 많이..(웃음) 술 먹는 자리에서는 항상 두 명씩 짝지어서 싸우고 있다.(웃음) 그 중심에 대부분 내가 있는데, 콸라와는 이번 [Monsta Truck 2014]의 ‘동양똥개’나 ‘뻠삥’ 같은 트랙이 나오기 전까지 특히 그랬다.


힙플: 음악으로 싸우면, 보통 어떤 이유로 싸우나?

넉살: 내가 봐온 콸라는 어떤 음악적 기류가 있을 때, 그걸 되게 빨리 흡수하고, 캐치를 해내서 내버리는 타입이었다. 근데, 그건 내가보기에 너무 생명력이 짧아 보였던 거지. 난 항상 자기만의 근간을 둬야 된다고 생각한다. 콸라가 됐든 누가 됐든, 뮤지션을 떠올릴 때 단지 목소리가 아닌 어떤 것들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콸라한테 '근간을 잡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얘기를 해줬다. 물론, 친하니까 하는 얘기겠지. 어쨌든, 그 얘기를 맨날 하니 그만해 제발!’ 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거다. (웃음)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집에서 나오지 말고 폐관 수련하면서 더 딥하게 들어가라’ 이런 레퍼토리였다. 근데 그 얘기를 백 번째 들으니 폭발할 수밖에.. (웃음) 그런데, 그 후에 콸라가 ‘그래.. 시발 내가 집에 가서 만들어 올게..’ 하더니 나온 앨범이 [Monsta Truck 2014]다. 그걸 듣고 바로 사과했다. (웃음) 어쨌든, 내 생각에 콸라는 이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분명히 좋은 것들이 나올 거고, 근간을 두고 쌓아 올라가는 결과물들이 나올 것 같다. 예전 EP들은 좀 중구난방한 느낌이었거든. 오히려 나는 하나의 컨셉을 두더라도, 지금이 더 좋은 거 같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들이지만. (웃음)


힙플: 돌아가서 작년 초 ‘Just Do It’부터 ‘RHYD YO’가 넉살 커리어의 시작인 것 같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넉살을 주목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은데, 준비 과정이 있었나? 당시가 아무래도 쇼미더머니 직후였으니까

넉살: 그냥 그러고 있었다. 쇼미더머니가 끝난 후 나는 다시 원래의 이준영으로 돌아가서 술 먹고 술 먹고 다시 술 먹고 계속 이러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 차리면 아르바이트하고 있고, 아르바이트 끝나면 고작 하루에 한두 시간 가사 쓰는 그런 패턴의 생활이었지. 그러던 중에 애니마토형의 뭐라도 하라는 압박에 못 이겨냈던 곡이 ‘Just Do It’이다. 프리모(DJ Premier)의 ‘Classic’에 발판을 둔 비트가 내 컴퓨터에 있길래 그냥 틀고서 무작정 가사를 썼다. 자켓도 애니마토형이 뻑큐 한 번 해보라 길래 바로 밖에 나가서 뻑큐한 사진으로 포장한 거였다. 근데 그 사진을 아직도 힙플에서 쓰고 있더군 (웃음) 어쨌든,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렸는데 쇼미더머니2의 여파인 건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주목을 받았다.


힙플: 결국 쇼미더머니 득을 본 건가

넉살: 쇼미더머니 당시를 생각하면 나는 참 고맙다. 일단 내 인지도를 올려줬으니까. 그리고, ‘아오 저 병신새끼’ 하는 반응보다 ‘저 사람 잘하는데 왜 떨어졌냐’ 하는 말도 안 되는 여론이 생긴 것도 고맙다.


힙플: VMC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 내 기억에 딥플로우가 FA시장 1%라며, 랩 제일 잘하는 랩퍼로 넉살을 지목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넉살: 뭐, 지금은 상구형이 쓴 물 삼키고 있지.(웃음) VMC에 입단한 건 작년이었는데, 사실상 상구 형을 안지는 꽤 오래됐다. 정확히 말하면 인사만 하던 사이였다. 계기는 작년 즈음 ‘RHYD YO’를 내고 앨범의 비트를 모으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상구형이랑 술자리에서 한두 번 만났는데, 상구 형이‘너 지금 뭐 준비하고 있냐’ 물어보길래 내가 준비하고 있는 앨범에 대해 열심히 약을 팔았다. (웃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야 시작한 앨범인데 그렇게 한 1년 반 정도를 상구형한테 약을 팔았던 것 같다. (웃음) 아무튼, 내가 주절주절 얘기하니까 지루했는지 당시에는 ‘그래 잘 준비해’하고 마무리 됐었는데, 얼마 후에 공연이 끝나고 리짓군즈랑 술을 먹으러 가는 길에 상구 형을 또 만났다. 그런데 그 때 상구형이 의미심장하게 ‘이따가 술 한잔하자’하더라. 당황했지 (웃음) 사실 따로 술을 먹을 정도로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거든.. ‘맞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과 ‘VMC에 나를 데리고 가려나’ 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칠성포차에 가니 상구 형이 각 잡고 앉아있더군. 상석에는 상구형, 옆에는 지인 한 명. 이렇게 셋이서 술을 먹었다. 상구 형이‘너 지금 뭐 준비하고 있냐’를 또 물어보더라. 데자뷰를 느꼈지만, 했던 얘기를 또 했다. 물론, 앨범은 전혀 진전이 없던 상태였지만.. 그땐 그냥 약을 팔았다.


힙플: 누가 회유 했다고 하기에 애매한 스토리 같다. (웃음)

넉살: 상구 형은 기본적으로 말을 정말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착하기도 하지만, 내가볼 때 명석하고 지혜로운 형이거든. 당시에는 좀 취하기도 했지만, 그런 면모에 회유 당했던 것 같다. 투자금, 회사에 대한 얘기를 좀 하더니 ‘차라리 VMC에 들어와서 네 앨범을 내는 게 어떠냐’ 라고 하더라


힙플: VMC를 주저 없이 선택한 이유가 있나

넉살: 한 마디로 ‘앨범 준비하는 거 있으면 어영부영 내서 사라지지 말고, 서포트 해줄테니 VMC에 들어와라’ 였다. 그리고 당시에 나 역시도 별로 재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상구형 음악 하나는 진짜 리스펙하기 때문이다. 일단, 가사적인 부분에 내가 굉장히 신경 쓰는 디테일이 있고, 라이밍도 좋고, 여러 면에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순조로웠지.




힙플: ‘Nuckle Flow’는 대외적으로 VMC 입단 출사표 같은 곡이었지만, 가사를 들춰보면 나올 얘기가 많다. 발췌한 가사로 정리해보면, '이 바닥의 내면을 비춰본 적 없는 페이크들 때문에 힙합은 힙합비치들의 가십거리가 됐고, 로우디가(Row Digga) 같은 사람들은 환멸을 느끼고 입을 닫았다' 라는 건데

넉살: (웃음) 그렇게까지 해석이 되나?


힙플: 얻어걸린 건가?

넉살: 절대 아니다. 내 가사가 원래 돕하다.


힙플: 아무튼 그 곡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넉살: 어차피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들어올 거란 건, 이제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은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을 수도 있는 애매한 곡으로 내가 벌스 두 개를 하고 상구형이 두 번째 벌스에 들어오는 구성으로 만들었다. 근데, 상구형의 드랍더밤이 안 된다는 컨펌을 받고 한 번 어그러졌다. 원래 발표를 한두 달 전에는 했어야 됐는데, 계속 밀린 거지. 그 다음에 나온 아이디어가 50마디를 ‘와다다’ 쏟아내라는 상구형의 주문이었다. (웃음) 정말 디테일하게 설명해줬다. 어떤 부분에 강약을 주는지 까지.. (웃음) 어쨌든, 그런 곡을 만들었지만, 사실 난 이 곡이 정말 싫었다. 내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는데, 나는 ‘내가 이만큼 랩을 잘하고,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놈들!’ 하는 걸 표면으로 드러내는 게 싫었거든. 사실 그게 거의 전부인 트랙이지 않나, 난 그 의도가 너무 오그라들더라. (웃음)


힙플: 그럼에도 했던 건 회사의 압박이었나 (웃음)

넉살: 상구형이 말하길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해봐라 어떤 포인트가 중요한 거다’라고 하더라. 예를 들어 음악적인 디스코그래피나 내 인생에서 봤을 때, 이건 내가 갑자기 벌거벗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그런 이벤트와 같은 거라고..(웃음) 수긍이 갔고 그래서 50마디를 썼다. 제목은 상구형이 정해줬다. 가사적인 얘기를 하자면 어찌됐든 아무리 내가 랩을 잘한다는 얘기를 하더라도 그걸로 50마디를 끌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말 했듯이 좆같이 웃기는 이곳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거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줄게 내 rap을 받어 비춰봐 넌 본적이 없지 이 바닥의 내면’ ‘그러니 니넨 hip hop bitch들의 가십거리 밖엔 안돼’ ‘닥치고 그만 꺼져 이 게임에 부랑자들 불안종자들, 말도 섞기 싫어 그래서 로디형은 자켓 뒤에 숨어’

힙플: 넉살이 쓰는 단어들, 이미지적으로 참 진흙탕 같고 좋다.

넉살: 그러니까.. 이건 뭐 VMC 사람들이나 주변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건데, 사실 난 가사를 쓸 때 연계성을 명확하게 두지 않고, 라인이 넘어갈 때 마다 가사적인 이미지만 제공하는 걸 굉장히 즐겨 한다. 그러니까, 어두운 이 바닥의 내면을 비추기 위해서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주는 게 아니라 단지, 어두운 내면이라는 이미지만 주고 그 다음에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거지.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이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Nuckle Flow’ 가사를 쓸 때는 ‘내가 50마디를 하더라도 너희는 지겹지 않게 들을 수 있다’라는게 첫 번째 의도였다. 가사적인 의도는 사실 덤이었지. 그냥 내가 이 게임을 봤을 때 좆같은걸 썼다. 예를 들면 이 흐름에 들어오기 전 겉에서 봤을 때는 이 힙합씬이 참 예쁘고 좋은데 그 강물 속에 들어갔더니 똥물이었던 거지. 환멸감까지는 아니어도 그런 것들에 대해서 비꼬듯이 썼다. 특정한 무엇을 거론할 것도 없이 구린 것들에 대한 풍경 정도다. 그렇다고 내가 멋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힙플: 구구절절 해지기 싫은 심정 이해한다.

넉살: 그러니까, 내가 누구를 말할 처지인가? (웃음) 나부터 앨범 한 장이 없는데.. 제정신이야 내가?


힙플: 작년부터 피쳐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같다. 작년 한 해 어땠나?

넉살: 작년 한해는 여러 가지로 많이 했다. 나는 내 자신이 되게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뭐 하나가 나오는 것도 사실은 굉장히 느리고, 요새는 술 담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집중력도 떨어졌다. 20분만 지나면 발작하면서 컴퓨터로 웹서핑하고 있을 정도로 (웃음) 그런데 작년에 피쳐링을 많이 했던 게 16마디를 끌어가는 능력이나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서 도움이 참 많이 됐다. 피쳐링 곡에서 퀄리티를 구리게 준건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실험을 많이 해볼 수 있었으니까.


힙플: 얼마 전에 넉살이 피쳐링한 챈시더글로우(Chancey The Glow) 앨범의 수록곡‘come 15’의 벌스를 보면‘작년 한 해에 다리 좀 벌리고, 걸레 짓을 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만 보면 작년이 썩 맘에 들었던 건 아닌 줄 알았는데?

넉살: 그것도 맞다. 말 그대로 피쳐링 부탁을 받았을 때 일이 많이 겹치면서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로 욕심 때문에 한 피쳐링들이 많았다. 그리고 기분 나쁜 피쳐링도 많았다. 중간 중간 연락하면서 기껏 피쳐링 했는데, 나오지도 않은 트랙들은 진짜 리스펙이 존나 없는 거지.


힙플: 피쳐링이 들어오면 일단 하고 보는 편인가

넉살: 작년에는 그랬다. 그런데 내가 어떤 랩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쓰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리고 말했듯이 피쳐링을 해줬는데 곡을 안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실 그건, 비단 작년뿐만이 아니라 2009년 때부터 그랬다. 솔직히 랩 피쳐링이라는게 쉽게 부탁할 수 있지만, 하는 입장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심하거든. 당연히 리스펙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안 좋다.


힙플: 페이보다 존중이라는 말인가?

넉살: 중요한 건 여기는 최소한 존중이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는 거다. 페이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페이를 안 줄 거면 존중이라도 있어야지. 뭐 돈 주면 존중이고 뭐고 장땡이긴 하다. 페이만 주면 엄마아빠지.


힙플: 본인이 생각했을 때 작년에 한 그 무수한 피쳐링 곡들 중 커리어 하이는 어떤 곡인가

넉살: 그건 너무 분명하다. 코드쿤스트(Code Kunst)가 ‘Organ’으로 나한테 호흡기를 대줬다. 조성우씨가 나한테는 참 은사다. 암.. 은사지..


힙플: (웃음) 호흡기까지야.. 윈윈한 거 아닌가.

넉살: 윈윈했지. ‘Organ’도 그렇고 ‘에디슨’도 그렇고 생각이 많이 난다. 당연히 작년 피쳐링 곡으로 치면 코쿤이 앨범에 ‘Organ’이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지만 사실, 다른 것들이 생각이 날법하다가도 어딜 가든 오르간이라는 단어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니까 ‘내가 그게 제일 잘했나..?’ 이렇게 반 세뇌 당한 거 같기도 하다.




힙플: 어떻게 하다 보니 넉살이 코드쿤스트의 페르소나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코드쿤스트와의 시너지는 어떤가

넉살: 코드쿤스트와 처음 작업을 시작한 게 작년인데 당시만 해도 코드쿤스트랑 나는 그냥 사이버친구였다. 근데, 코드쿤스트가 앨범을 준비하면서 트랙 하나를 부탁하더라, 그렇게 받은 비트를 처음에 듣자마자 든 생각이 ‘아.. 똥이다 똥.. 개새끼’ 였다. 내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던 거지. (웃음) 정말 아무것도 안 떠올랐다. (웃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라고 개새끼야..’ 이러면서 손을 놓고 있었는데, 앨범 발매까지 한 달 즈음 남았을 때 ‘거의 다 되셨죠? ^^;’ 라는 메시지를 받고 정신을 차렸다. 반사적으로 ‘물론이야~ 준비는 항상 다 돼있지!’ 했지만 첫 벌스 말고는 사실 아무것도 안 돼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작업을 사무엘의 작업실에서 급하게 작업했지. 지금 들어 보면, 녹음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보컬소스가 굉장히 좋지 않지만 어쨌든 코쿤이가 만족을 했고, 또 이상하게 시너지가 잘 발휘돼서 그 곡이 터져버렸다.


힙플: (웃음) 정말 기대하지 않은 트랙이었나?

넉살: 전혀 없었다. 근데 아직도 상구형은 나한테 ‘넌 아직도 오르간을 넘지 못했어..’ 라고 말한다. (웃음) 어쩌다 보니 내 인생트랙이 됐지.


힙플: 개인적으로도 둘의 시너지를 좋아한다. 넉살이 유독 코드쿤스트 곡에서 딥하고 의미심장하더라고

넉살: 그때는 정말로 내가 그 비트를 못 느꼈던 거고, 지금은 생각이 드는 게 코드쿤스트의 비트는 랩퍼가 창의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코드쿤스트는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프로듀서의 감각이 있다. 자기 의도대로 물길을 딸 줄 아는 거지. 흐름의 방향은 잡아주지만, 랩퍼가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프로듀서들이랑 작업을 할 때는 여러 곡 중에 좋은 곡 고르고, 앨범 제목만 아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곤 하는데, 코드쿤스트는 앨범의 컨셉부터 설명을 해주고 ‘어떤 트랙이었으면 좋겠다’ 까지 소통을 한다. 나는 나름대로 그게 좋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면 내가 내 창의력만 불어넣어서 내가 좋아하는 비트로 만들어버리면 그 앨범은 그냥 그 비트 한 곡만 살아남는 거지 않나, 그러면 그건 '한 곡 짜리 싱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코드쿤스트와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은 모두 '앨범의 수록곡'이었다. 그러면 그 곡들은 앨범에 위치했을 때 앨범의 장치로서의 생명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더욱 강력한 곡이 된다. 아마 [Novel]에서도 앨범으로 들었을 때 'Organ'구간에서 터져주는 시너지와 'Organ'만의 시너지가 같이 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감동을 느꼈다고 본다.


힙플 :개인적으로 ‘Organ’이나 ‘에디슨’ 가사는 곱씹을 정도로 좋아했다. 두 곡의 가사적인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해줄 수 있나? 아무래도 직관적인 가사는 아니다 보니

넉살: 일단, 'Organ'은 내가 ‘감각의 제국’이라고 지었던 부제를 코드쿤스트가 바꾼 거다. (웃음) 나는 확실히 가방 끈이 짧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이 바닥에 들어오면서부터 배운, 말 그대로 Street Knowledge'라는게 있지 않나, 나름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경제관념과 그러면서도 음악을 해야 한다는 열정들. ‘Organ’은 그 두 가지를 저울질 하며, 방황하던 때 쓴 곡이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Organ’의 가사를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해하지 말고 느껴야 한다’라는 거다. 내 가사가 모호하고 다소 현학적인 늬앙스를 줄 때가 있는데, 사실 난 느낌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좀 웃긴 말로 하면 대가리로는 못 알아들어도 안에서 뭔가 ‘아.. 이거 시발 병신 같긴 한데 멋이가 있어..’ 할 수 있다면 그 느낌이 내가 추구하는 느낌인 거다. 그런 것처럼 나는 어떤 감동의 전달은 꼭 귀를 통하지 않고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르간의 첫 번째 벌스는 여러 가지 염세적인 단어들이 나열 되어있지만 '우리를 진짜로 만들어 주는 건 의식하며 이해하는 것들이 아닌, 내가 진짜로 느끼고 하고 싶은 것들, 그것들이 우리를 움직이는 거다'라는 얘기를 한 거다. 두 번째 벌스는 내가 꼴 보기 싫어했던 것들이다. 울고 싶을 때조차 우울한 뭔가를 봐서 억지로 눈물 짜내는 상황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음악을 따라 들으며 정작 자신이 좋다고 하는 건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변명하는 그런 풍토들 말이다. 한 마디로 ‘나도 알아 네가 느끼는 거, 내가 느끼는 거 너도 알지? 그럼 얘기 끝났네.’ 라는 거다.




힙플: 에디슨은?

넉살: '에디슨'도 코드쿤스트가 제목을 정해줬다. 에디슨의 비트는 처음에 받을 때부터 생색이 엄청났다. 유수의 많은 랩퍼들이 모두 달라고 했던 걸 나를 위해 쳐낸 귀한 비트라나 (웃음) 그리고, ‘이번 앨범에 당신이 꼭 필요해!’라며 독려도 잊지 않았지.. 아무튼 ‘에디슨’은 내 플로우가 아주 창의력이 넘친다는 단서와 (웃음) 랩을 쏟아내면 되는 랩싯이라는 컨셉트를 받고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짱이야’ 식의 랩싯은 내가 재미가 없으니, 생각을 했던 게, 에디슨의 발명품이었다. 에디슨이 전구도 만들었지만 전기의자도 만든 걸 알고 있었고, 거기서 착안을 해 가사를 썼다. 말하자면, 투팍은 힙합 안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누군가에게 권총을 당기게 한 살인교사 범죄자일 거다. 그럼 이 전구와 전기의자의 잣대는 누가 결정할까? 그건 너라는 거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결국 그 사람한테 닿아야지만 전구인지 전기의자인지 알 수 있는 거고.


힙플: 오르간보다 명확하게 설명한 것 같다. (웃음)

넉살 :이 곡은 아주 딥하게 갈 수도 있었던 내용인데, 나는 나름대로 만족한다. 재미있었다. (웃음) 그런데, 사실 누가 한번 듣고 아 그런 내용이구나!’하고 알아듣겠나. 웃음)


힙플: 그건 그거대로 좋지 않나, 곱씹을 수 있는 가사였다는 것만으로 좋은 거라고 생각 한다. 가사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넉살: 많이 있다.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자 내가 갖고 있는 장점인데, 단점으로 보면 나는 가사를 너무 어렵게 표현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한 것들은 말 그대로 느낌의 전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떤 실체화된 완벽한 문장, 예를 들어 ‘나는 이 의자가 편합니다.’ 라는 문장으로 얘기하기엔 한계가 있다. 내가 어떻게 편한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느낌이 죽는다. 그래서 더 꼬부라지고 더 깊은 의미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게 내 가장 큰 약점이다. 나한테는 그걸 자제하고, 쉽게 표현을 하려고 해서 그나마 ‘Organ’이라는 트랙 도가 나온 거였다.


힙플: 거기서 조금 더 딥하게 들어가면 에디슨이 되는 건가?

넉살: 에디슨은 어느 정도 선을 많이 넘은 개념이긴 하다. 그렇지만, 신경을 많이 써서 쉽게 표현하려고 했다. 말했듯이 이게 장점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한 번 더 곱씹었을 때 알고 보니 안쪽에 또 다른 내용물이 있구나' 라는 걸 사람들이 발견하게 할 수 있게끔 단서들만 잘 놔준다면, 충분히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그 밸런스가 어려울 뿐.


힙플: 자칫하면, 매우 현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지금의 밸런스는 만족하는 편인가

넉살: 말 그대로 개똥철학이 되느냐, 혹은 누군가에게 ‘씨발 뭔지 모르겠지만 존나 멋있어’가 되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힙플: 존경하는 뮤지션으로 항상 커먼(Common)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인가

넉살: 맞다.


힙플: 커먼은 어떤 존재인가?

넉살: 내 궁극적인 목표다. 내가 생각하는 커먼은 여러 가지 앨범들을 냈지만, 뭐랄까 그 안에서‘희망을 가져야 돼’ 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열심히 살고 좋은 일을 해라’라고도 얘기하지도 않고, 다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야 된다’는 것까지만 내포한다. 나는 비록 염세적인 단어들로 문장을 많이 만들지만 ‘그냥 뒤져야지’가 아니라 그걸 넘어서 그런 문장들로도 가사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포하고 싶은 게 궁극적인 내 가사의 모습이다.


힙플: 좋은 메타포에 대한 갈망인 것 같다.

넉살: [천로역정]이라고 성경의 얘기를 동화처럼 그린 책이 있다. 어렸을 때, 친구가 제발 사탄에서 벗어나라고 선물해준 책인데 (웃음), 그 책의 인트로를 보면 ‘성경에서는 너에게 진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무엇이다'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라고 한다. ‘무조건 Like가 붙는 비유적인 진리일 뿐 네가 잘 해석해서 그 에너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라고.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신실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like을 빗대서 얘기하는 성경의 화법은 나는 참 좋다고 본다.


힙플: 물론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겠지만, 요즘에는 리릭시즘이 선택해야 하는 옵션 중 하나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넉살: 좀 아쉽다. 어찌됐든 내가 받았던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션들이 점점 적어진다는 뜻이니까. 감동이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리릭시즘은 어떤 식으로든 감동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을 한다. 무조건 가슴으로 쭉 오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게 직설적이든 비유적이든 그건 상관없다. 랩의 구조로도 감동을 줄 수 있겠지. 한 문장에 여운을 남기며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는 것처럼. 예를 들면 비프리(B-Free)형의 가사들은 터프할 정도로 직설적인데도 감동을 주지 않나 ‘힘들지? 나도 힘들어’라며 깔고 가는 나레이션들이 어쩌면 오그라들 수 있는 건데도 와 닿는 게 있다. 그건 내 기준에서 리릭시즘에 의한 감동이고, 나는 좋은 메타포들만이 좋은 리릭시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문제는 요즘은 그런 것들보다 랩퍼들이 너무 기술에 취해있다는 거다. 꼭 트랩이어야하고, 랫칫이 유행하니까 그 흐름을 또 따라가고.. 돈 얘기, 비치 타령.. 그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물론, 그 안에서도 리릭시즘은 존재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말하자면 너무 조미료 같은 랩들만 많아졌다. 가사적인 감동에서 오는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긴 하다.


힙플: 공연장에서의 넉살의 라이브는 알 사람은 다 알 거다. 공연에서 특히나 포텐을 터트리는 랩퍼 중 한 명인데.

넉살: 할 때 마다 하는 얘기인데, 너무 떨린다. 공연은 나한테 되게 스트레스다.(웃음) 막상 올라가면 너무 재미있지. 사람들 에너지도 받고, 내 에너지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건 진짜로 1차원적인 직접 소통이지 않나, 그런데 내가 긴장을 좀 많이 하는 편이라 수백 번 불렀던 곡들도 공연 전에는 너무 떨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사실 트랙으로보다도 라이브로 더 인정을 받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힙플: 베이스크림(Basecream) 크루의 친구들이나 비투비(BTB)같은 브랜드에서 댄서 씬이나 랩 씬과 같이 국내에 흩뿌려져 있는 서브컬쳐들을 응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 그 움직임의 프론트 MC가 넉살인 듯한데 얼마 전 배드캠프라는 공연을 기획하지 않았나.

넉살: 내가 참 행운아인 게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이 작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잘하는 건, 굉장히 집약적이거든. 그래서 다른 필드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근데 운이 좋게도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런 움직임을 시작을 한 건데, 어찌됐든 힙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같이 있어서 그런지 말이 너무 잘 통한다. 베이스크림은 쿠키(Kooky)라는 친구가 만든 크루인데, 뮤지션으로는 그 안에 혁오 밴드나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 같은 아티스트들이 속해있다. 거기에 디자인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브랜딩도 하고 있다. 다들 너무 잘하고 어린 친구들의 에너지가 있어서 굉장히 뜨거운 덩어리같은 팀이다. 그리고 비투비 같은 경우는 댄서씬에서 활동하는 제이락(J-Roc)과 댄디(Dandy)라는 친구가 쌍두마차로 있는 브랜드다. 올드스쿨 감성이 확실하지. 그 둘이 페이데이(Payday)라는 공연에 함께하고 있는데, 그 공연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랩퍼들의 힙합씬 보다 멋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힙플: 공연장 분위기에 반한 건가

넉살: 비투비와 리짓군즈 멤버인 호림이의 소개로 처음 페이데이를 보러 갔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에도 이런 컬쳐가 있구나’ 싶었지. 그래서 그 친구들과 함께 배드캠프라는 공연으로 이 문화를 섞어보자는 얘기를 한 거다. 지금도 준비하고 있다. 곧 '배드캠프 VOL.2'가 5월 달 쯤에 공연을 할 예정인데, 나한테는 너무 좋은 기회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댄서들이 춤을 출 때, 랩퍼들이 랩을 할 때는 느끼는 감정들을 서로 교류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힙플: 좋은 움직임들이다. 우리나라 공연씬에 그 느낌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넉살: 지금 작게 시작이 됐으니까, 아마 앞으로는 눈덩이 불어나듯이 커질 거다. 결국 나중에는 커다란 눈사람이라도 하나 만들지 않을까 싶다.


힙플: 마지막이다.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앨범인지 간략하게 프리뷰해줄 수 있나

넉살: 일단,‘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책이 있다. 아룬다티로이라는 인도의 여성작가가 쓴 책인데, 내가 앨범에 넣으려고 했던 내용과는 조금 틀리지만, 그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앨범은 작고 사소한 일들과 꿈을 응원하는 이야기 부터 내가 자라면서 봐왔던 세상의 이야기가 채워질 것이다.



힙플: 기대 많이 하고 있다. 정말 마지막으로 넉살한테 스톤쉽 프로필 사진이란? (전원웃음)

넉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웃음) 사실, 내 사진은 나쁘지 않은데 던밀스(Don Mills)나 오디(Odee)도 그렇고, 우리 사장님 사진은 누가 보면 뮤지컬 악단인줄 알겠다. (웃음) 프로필은 아마 조만간 교체될 거다.


힙플: 긴 시간 인터뷰 수고 많았다. 앨범 기대하겠다!


기사작성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사진제공 | 스톤쉽

넉살 | https://twitter.com/… 비스메이져 | https://twitter.com/… 스톤쉽 STONESHIP www.stoneship.kr

14 Comments 김대원

2015-04-01 22:30:53

넉쌀 앨범 기대합니다

양싸

2015-04-01 22:33:26

최근 들어 관심이 급격히 커진 MC인데 잘됐으면 좋겠네요 넉언니 화이팅!!!! ㅋㅌㅋ

우열손

2015-04-01 22:47:34

와 형 군필이였어요? 감사합니다! VMC 올해는 짱 드세요

plat

2015-04-01 23:05:22

앨범드랍좀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DanceD

2015-04-01 23:48:38

사실 넉살의 고등학교 때의 모습도 힙플에 있습니다. 힙플라디오 중 각나그네 aka 재지 아이비와 정기고가 하던 샤이닝 스타 라디오에 아마추어를 소개하던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에 가비 본즈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나왔었죠

유해자

2015-04-01 23:53:22

존경합니다. 넉살!! 이런 분이 쇼미2에서 떨어지다니 ㅋ 솔직히 좀 어이없었음 가사도 개철학적이고 플로우도 국탑이라 생각하는데

강백희

2015-04-02 00:20:56

주먹을 쥔다고 다 깡패는 아냐

real 급식충

2015-04-02 01:01:53

넉살 악마들이 추믈투는 땐스홀이나 골디락스 디게 좋아햇는데 쇼미도 기대햇지만아쉽고 개상잇는플로우도 글쿠 참매력잇는래퍼 내기준탑10래퍼 기대기대

랩병찌

2015-04-03 21:57:16

비엠씨의 홍일점(?) 넉살

가니메데

2015-04-05 20:00:29

첨에는 가사 보고 음.....어렵다 뭐지? 이런생각 했는데 듣다보니 이미지가 그려진다고 해야되나? 여튼 좋아여! 진짜 인터뷰에 나온말처럼 뭔진 모르겠는데 멋있어여!!ㅋㅋ에디슨은 진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듣는듯!앨범 얼른 보거싶드아ㅠ

끼요미

2015-04-07 01:53:03

도대체 그 앨범 언제 내시는 겁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

티니비

2015-04-10 02:58:52

넉살은 항상 들을 때 좋고, 가사를 볼 때 더 좋은 랩퍼. 근데.. 틀리다가 아니고 다르다... 으으...

보노보노

2015-04-18 03:07:59

정규드랍이 시급합니다

얼넋

2015-04-26 01:52:58

organ 듣고 넉살과 코드쿤스트빠 되었음. ㄷㄷ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799&pag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