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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보이(Giriboy) - '치명적인 앨범 II' 인터뷰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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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32 2013-02-28 19:11:14
힙합플레이야(이하 힙) : 안녕하세요. 힙합플레이야 회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기리보이(이하 기) : 안녕하세요. 기리보이입니다. 하하!
힙 : 먼저 데뷔 때 이야기부터 간단하게 나눠볼게요. 기리보이(Giriboy)라는 이름으로 나왔는데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기 : 기리보이란 이름의 뜻은 길이 보인다, 어떤 일을 해도 앞길이 창창하다는 뜻입니다. 음악이 아닌 다른 일,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린다든지 하면 이 이름을 쓰려고 하고 있어요.
힙 : 그럼 음악은 언제 처음 시작하셨어요?
기 : 예전부터 음악 듣는 건 좋아했는데 고1 정도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랩하는 걸 보고 ‘나도 해보자’ 하는 생각에 그때부터 랩을 먼저 시작했어요.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로 번개송을 만들면서 랩을 먼저 시작했는데 작곡까지 내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는 형한테 프로그램을 받아서 고1 때부터 시작을 했죠.
힙 : 본격적으로 기리보이란 이름이 알려진 건 'You look so good to me'‘라는 곡으로 데뷔 한 이후잖아요. 처음으로 노래를 발표한 소감이 어땠어요?
기 : 좋았죠. 처음 발표하는 곡이기도 하고 앨범을 낸 시기에 만든 곡이라 더 의미가 깊었어요.
힙 : 그럼 ‘You look so good to me’를 시작으로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아니면 그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기 : 그 전부터 생각은 했죠.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같은 건 없지만 그 전부터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힙 : ‘You look so good to me’가 2011년 12월에 발표된 곡인데 이 곡은 고3 때 만든 곡이라고 알고 있어요. 혹시 이 곡 말고도 예전에 만들어둔 곡 중에 현재 발표된 곡이 있나요?
기 : 네, 많아요. 치명적인 앨범EP 중에서 거의 반 정도가 고등학교 때 만들었던 거예요.
[M/V] GIRIBOY - YOU LOOK SO GOOD TO ME (FEAT.SWINGS) (2011. 12. 05)
힙 : ‘You look so good to me’ 이후에 릴보이(Lil Boi)씨와 ‘한잔해요’라는 곡을 발표하셨잖아요. 어떻게 릴보이씨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기 : 릴보이랑은 같은 크루라 친해서 함께 작업하게 됐어요. 원래 릴보이랑 5~6곡 정도를 넣어서 앨범을 내려고 했고, 그중에 '한잔해요'도 수록곡으로 있었어요. 그러다가 앨범 발매가 무산됐어요. 그러다가 그랜드라인 사장님인 웜맨(Warmman)형한테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결과적으로 ‘한잔해요’는 잘 안됐지만, 웜맨형이 ‘한잔해요’가 잘 될 것 같다고 뮤직비디오도 찍어서 이 곡만 내자고 하셔서 ‘한잔해요’만 하게 된 거예요.
힙 : 그러면 ‘한잔해요’가 잘 안됐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기 : 네, 완전 큰 걸 보고 있어서. (웃음)
[M/V]GIRIBOY & Lil Boi(of Geeks) - 한잔해요(Han Jan Hae Yo) (2012. 01. 25)
힙 : 릴보이씨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메인(Domain)에 대한 얘기 좀 해볼게요. 릴보이씨와 기리보이씨 두 분 다 두메인 소속이잖아요. 두메인은 어떻게 결성된 건가요?
기 : 예전에 인터넷에서 크루 같은 게 많았어요. 그때 크루 멤버 다섯 명이 인터넷에서 만났는데 우리는 인터넷에서만 하지 말고 만나자고 해서 만나게 됐어요. 만나서 놀다가 아마추어 공연도 몇 번 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긱스(Geeks)도 같이 노니까 “너 두메인 해라” 해서 하고, 지코(ZICO)도 같이 노니까 “너 두메인 해라” 하고. 같이 노는 사람들끼리 모인 거예요.
힙 : 그럼 두메인의 이름으로 공동작업을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기 : 두메인이란게 그냥 같이 노는 사람들 모인 거라서 음악적으로 “뭘 하자!” 이런 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각자 각자 피쳐링은 하는데 이름을 걸로 컴필(compilation)을 내자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크루는 같이 즐기는 게 우선이지 목표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힙 : 이제 저스트뮤직(JUST MUSIC)에 합류하게 된 이야기를 해볼게요. 스윙스(Swings)씨가 먼저 들어오라고 제안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때 이야기 좀 해주세요.
기 : 그때 그냥 알바도 하고 작업실에서 작업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었어요.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가는데 갑자기 스윙스형한테 노래 잘 들었다면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그날 바로 만나서 얘기하고 밥 먹고 하다가 갑자기 회사에 들어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냥 만나는 줄 알고 갔던 건데 회사에 들어오라고 하시길래 멘붕이 왔어요. 제가 거의 스윙스형 노래만 듣고 자랐을 정도로 스윙스형을 제일 좋아했거든요. 오버클래스 팬이었어요. 근데 회사에 들어오라고 하셔서 멘붕이였죠. 그때 바로 회사에 들어간다고 할 수도 있었는데 뭔가 그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생각해본다고 했어요. 근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형 마음이 바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오늘 말해야겠다!’해서 스윙스형 공연이 있길래 알바를 빼고 공연장에 찾아가서 딱 말했죠.
힙 : 그때 스윙스씨한테 들려줬던 곡은 발표된 곡인가요?
기 : 네. ‘한잔해요’랑 ‘얼굴에 다 써있네요’. 그거 말고도 아직 안 나온 것도 많고요.
※ [앨범] Giriboy & Lil Boi - 한잔해요 (2012. 01. 26)
| /album/2319238
※ [앨범] Giriboy - 얼굴에 다 써있네요 (2012. 03. 02)
| /album/2322829
힙 : 기리보이를 소개할 때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퓨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기리보이씨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기 : 많아요. 뮤지션의 경우 저는 각 장르별로 한 명씩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거기 제일 위가 퍼렐(Pharrell Williams)인데,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엔이알디(N.E.R.D)있잖아요, 퍼렐 그 밴드. 엔이알디 앨범 중에 ‘Seeing Sounds’라고 있는데 제목부터 간지가 나잖아요. ‘보는 소리!’ 이러면서 ‘나는 듣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음악 외적으로는 멜로영화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한국 멜로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영화에 나오는 대사 하나를 가지고 ‘이걸 풀어서 노래를 만들자’ 이런 식으로 노래를 만들기도 해요.
힙 : 그럼 기리보이 본인 스스로도 장르를 힙합으로만 국한하지는 않는 건가요?
기 : 네. 그렇게는 하지 않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힙합이라서 힙합을 하려고 해요. 힙합을 베이스로 하되 여러 장르로 표현하고자 하는 거죠.
힙 : 그럼 혹시 장르적 도전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지는 않나요?
기 : 그런 거에 대해서는 요즘 조금 부담을 느끼긴 해요. 그래도 좋으니까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힙 : 첫 번째 회원 질문을 해볼게요. 기리보이씨가 노래를 만들 2012. 11 .29 때 영화를 보고 대사를 풀어서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영화 외에도 영감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 있나요? (ID: oo4444)
기 :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영화 대사를 듣고 ‘아, 이걸 풀면 재밌겠다.’ 해서 노래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 특히 술 먹을 때 제일 많이 나와요. 예를 들어서 친구가 “오늘 2차 가자!” 이려면 ‘오 2차 가자 좋은데?’ 이런 식으로 생각날 때마다 다 써놔요. 그리고 개그 프로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인터뷰하는 지금 이 공간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나는 게 있죠. 아! 또 하나 최근 얘기를 하나 하면, 건대 어느 술집에 갔는데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그걸 보고 ‘어 이것도 좋은데?’ 하면서 조만간 쓰려고 하고 있어요.
힙 : 그럼 ‘치명적인 앨범Ⅱ’ 중에서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기 :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 라는 곡의 제목은 공포영화를 보고 만든 제목이에요. 공포영화에서 장난전화를 하는 씬이 나오는데, 거기서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그걸 그대로 쓴 거예요.
힙 : 이제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볼게요. 타이틀 명이 ‘치명적인 앨범’인데 앨범이름을 그렇게 짓게 된 이유가 있나요?
기 : ‘좋은 앨범’ 이런 걸로 할 수도 있는데, 매력있는 단어를 찾다가 ‘치명적인 거 좋다!’ 해서 만들었어요, 그 단어 자체가 좋아서.
힙 : 그럼 ‘치명적인 앨범’ 외에도 타이틀 명으로 생각해뒀던 거 있어요?
기 : 완전 많죠. 전자음 많은 노래를 만들면 감전된 앨범으로, 육감적인 앨범은 야한 노래 모아서. (웃음) 뭐 이런 식으로.
힙 : 그럼 어느 정도 앨범 제목도 계획이 되어있는 건가요?
기 : 네. 바뀔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계획되어 있어요.
힙 : 다시 앨범 이야기로 돌아와서 ‘치명적인 앨범Ⅰ’을 발매하고 그 후에 확장앨범 형식으로 ‘치명적인 앨범Ⅱ’를 발표하셨어요. 확장앨범 형식을 미리 계획하고 ‘치명적인 앨범Ⅰ’을 발표하신 건가요?
기 : 처음부터 확장앨범 형식을 계획하고 ‘치명적인 앨범Ⅰ’을 낸 건 아니에요. 게임을 하다가 디아블로도 확장팩이 있고 스타도 브루드워가 있잖아요. 이걸 보고 앨범도 게임처럼 확장으로 내면 재밌겠다 싶어서 몇 곡 더 넣고 치명적인 앨범Ⅱ를 발매하게 됐어요.
힙 : 그럼 혹시 앨범 전체를 어우르는 주제가 있나요?
기 : 앨범 전체 주제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앨범을 내는 시기에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넣는 거죠.
힙 : ‘치명적인 앨범Ⅰ’에서는 ‘계획적인 여자’가, ‘치명적인 앨범Ⅱ’에서는 ‘다른꼴’이 타이틀곡이에요. 타이틀곡을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 : 제일 좋아서가 맞는 대답인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대중성이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정하게 되었어요.
힙 : 대중성에 대해 잠깐 언급하셨는데, 혹시 앨범을 준비하는 시점에 기리보이씨가 빠져있는 스타일이 아니어도 대중성이 있는 곡을 의도하기도 하나요?
기 : 그런 건 딱히 없어요. 제가 원래 가요도 좋아해서 어느 정도 대중성이 있는 곡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곡이 너무 뻔해서 바꾸는 경우는 있지만 대중성 있는 곡을 만들려고 의도하지는 않아요.
힙 : ‘다른꼴’은 뮤직비디오도 나왔잖아요.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연기도 하셨는데 소감이 어땠어요?
기 : 그냥 욕심이 많아서..계속 연기도 더 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힙 : 연기를 본인의 의지로 한 거예요?
기 : 네.
[M/V] GIRIBOY - 다른꼴 (feat. Crucial Star) (2012. 12. 04)
힙 : 수록곡 중에서 인기랑 관계없이 ‘이건 진짜 마음에 든다!’ 하는 곡 있어요?
기 : 다 마음에 들어서 이런 질문이 나오면 항상 어려워요. 굳이 꼽자면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왜냐면 멜로디와 가사가 제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딱 있어요. 그런 느낌적인 느낌.
힙 :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이 곡은 제목에 비해 풋풋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근데 스윙스씨가 공개한 커버곡은 19세 버전이 됐잖아요. 원곡자의 입장에서 커버곡을 감상한 소감이 어때요?
기 : 사실 저는 커버곡을 싫어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전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원래 그 곡은 야한 가사지만 야하지 않은 느낌이 매력인데 그렇게 직접적으로 하니까 제 의도와는 조금 달라진 느낌이었어요.
※ [앨범] Giriboy -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 (feat. Swings) (2012. 11 .29)
| /album/2350010
힙 : 이번 앨범에서 피쳐링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계획적인 여자’에서는 지코(ZICO)씨가 피쳐링을 했고 ‘You're a chemical’에서는 빈지노( Beenzino)씨가 피쳐링을 해서 화제가 됐는데, 피쳐링 선정 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기 : 제일 중요한 건 잘해야 돼요. 잘하는 사람인데 제 곡과 느낌이 맞으면 섭외를 하는 거죠.
힙 : 그럼 기리보이씨가 생각하는 지코씨와 빈지노씨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 : 지코는 일단 랩을 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계획적인 여자’라는 곡이 나를 이용해먹은 여자를 욕하는 노래잖아요. 근데 지코한테 뭔가 나쁜 남자 이미지도 있고 무서운 이미지도 있어서 지코랑 같이 하면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하게 됐어요. 나쁜 이미지와 잘함이 어울려서 같이 하게 된 거죠. 빈지노형 같은 경우에는 제가 형 앨범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왜냐면 빈지노형 앨범을 들어보면 곡마다 주제가 뚜렷해요. 랩 자체를 잘하시기도 하고. 제가 주제가 뚜렷한 걸 추구하는데 제가 추구하는 거랑 빈지노형이 추구하는 거랑 맞는다는 느낌도 들어서 같이 하게 됐어요.
힙 : 그럼 이번 앨범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요?
기 : 퍼렐(Pharrell Williams)이형! 퍼렐이형이랑 김동률? (웃음) 힙합뮤지션으로 한정한다면 실력 있는 사람 전부 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특히 버벌진트(VerbalJint)형이랑 같이 해보고 싶구요. 누구든지 다양한 사람과 많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힙 : 피쳐링은 아니지만 ‘얼굴에 다 써있네요’에 등장하는 여자 대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도 혹시 음악 하는 분인가요?
기 : 음악 하는 사람 아니에요. 제 여자친군데 여자 목소리가 필요해서 부탁하게 됐어요.
힙 : 그 외에도 참여 보컬 중에 최단비, 임성현이란 분은 낯선 이름인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 : 최단비는 제 친구인데 피아노를 치는 친구예요.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에서 피아노를 쳐줬어요. 얘도 저처럼 노래를 잘 못하는데 노래를 부르려고 해요. ‘내 몸이 불타오르고 있어’에서 이 친구가 피아노를 쳐줬으니까 “야 니가 피아노 쳤으면 노래도 니가 해”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피쳐링에 참여하게 됐어요. 임성현 누나는 제가 JUST MUSIC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제가 노래를 너무 못한다고 스윙스형이 붙여준 보컬 선생님이에요. 소개를 해주자면 슈퍼스타K에 나왔는데 뭔가 소울풀한 목소리고..노래를 굉장히 잘해요.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제가 해올 노래를 해주시는데 ‘음 역시 잘한다!’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선생님이에요.
힙 : 노래선생님 이야기가 나와서 보컬에 대한 질문 좀 해볼게요. 스윙스씨가 보컬선생님을 붙여줄 정도로 노래를 못한다고 하셨는데도 앨범에서 보컬로 참여한 곡이 많잖아요. 기리보이씨는 스스로 보컬이 마음에 드나요?
기 : 아직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근데 제 보컬 선생님도 제가 노래를 못하는 게 매력이라고 레슨을 안 하겠다고 하셨어요. 생각해보니까 보컬리스트처럼, 예를 들어서 김범수처럼 노래를 잘하면 제 스타일이 뻔해질 것 같아서 보컬 레슨을 그만둔 게 오히려 잘한 것 같기도 해요. 제 보컬 실력에 대해서 만족은 하는데 라이브를 위해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정연습 정도는 항상 하고 있어요.
힙 : 그럼 이쯤에서 회원질문 하나 할게요. 곡 컨셉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노래실력보다는 개성을 살려서 노래하신 건가요? (ID: p190208)
기 :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보컬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근데 보컬리스트처럼 잘할 생각이 없어서 저는 만족해요. 오히려 제가 보컬리스트처럼 잘하면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노래를 잘하는 대신 곡에 맞는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해요. 내 곡에 맞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처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 없어요.
힙 : 기리보이씨 노래는 중간 중간에 대사가 많이 나오는 게 특징이잖아요. 그런 대사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건가요?
기 : 곡을 만들 때 떠오르면 미리 생각해두는 경우도 있고 녹음하다가 생각나는 경우도 있어요. 녹음하다가 ‘아 이거 넣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바로 녹음을 해요. 아까 말했다시피 듣는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계속 대사가 생각나는 것 같아요.
힙 : ‘얼굴에 다 써있네요 나무ver’, ‘시간이 날 기다려 낙엽ver'에서 버전 이름을 나무, 낙엽으로 지은 게 인상 깊어요. 이렇게 특이한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 : ‘얼굴에 다 써있네요’와 ‘시간이 날 기다려’를 가을 느낌이 나도록 편곡했어요.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낙엽 느낌, 나무 느낌이 난다고 해서 이름을 그렇게 짓게 된 거예요. 원래 나무버전은 이름을 어쿠스틱 버전이라고 지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지으면 너무 뻔한 것 같아서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나무버전으로 지었어요. 그게 더 재밌잖아요.
힙 : 'You don't look good to me'는 'You look so good to me'와 반대 상황이기도 하고 곡이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반전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데 어떻게 탄생한 곡인가요?
기 : 일단 제가 ‘You look so good to me’라는 곡을 엄청 아꼈어요. 그 곡이 원래 학교를 가려고 만든 입시 곡이었거든요. 근데 제가 'You look so good to me'를 데뷔곡으로 제일 처음에 냈기 때문에 그냥 흘러가는 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정말 아끼는 곡인데 그렇게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이걸 어떻게 재해석할까 하다가 탄생한 곡이에요.
힙 : 그럼 'You look so good to me'에서 곡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도 기리보이씨가 직접 생각하신 건가요?
기 : 네. 처음에 ‘You look so good to me’를 다른 곡으로 만들어보려고 싸이코반(Psycoban)형한테 갔어요. 원래는 슬로우잼(Slow jam)버전으로 하려고 했어요. 뭔가 알앤비(R&B)적인 곡으로 만들려고 했죠. 그때 마침 제가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싸이코반형이 제임스 블레이크 노래처럼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제가 “어 좋은데요?” 해서 'You don't look good to me'의 앞부분이 나온 거예요. 그러고 나서 작업을 한 달 정도 쉬었어요. 한 달 정도 지나고 나서 제가 앨범을 내야 해서 다시 싸이코반형을 찾아갔어요. 찾아가서 어떻게 할 건지 같이 생각하다가 제가 먼저 디제이가 믹스하듯이 변하는 걸로 가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어요. 그랬더니 싸이코반형이 자기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건데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You don't look good to me'의 후반부가 나오게 됐어요. 노래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락이 나와요. 락이 나오는 부분까지는 제가 생각한 거예요. 그 이후에 덥스텝(Dubstep)으로 넘어갔다가 뽕으로 넘어가서 재밌게 끝나는데 이걸 싸이코반형이 생각한 거예요. 근데 싸이코반형이 앨범 망치는 것 같다고 계속 걱정을 했어요. 근데 제가 이런 거 완전 좋아한다고 해서 그대로 만들게 됐어요. 제가 진지한 것보다 재밌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힙 : 열 두 트랙 중 ‘밤이 필요해’가 주제 면에서 가장 다른 곡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곡들은 연애나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가 주제인 반면에 이 곡에서는 착하고 밝은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실제로 기리보이씨가 착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시나요?
기 :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착하고 밝게 보는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 좀 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저는 착하고 밝은 성격은 아닌데 그렇게 보니까 살짝 부담이 돼요.
힙 : 분위기 면에서는 ‘이젠안돼’가 가장 다른 느낌인데 이 곡은 어떤 곡인가요?
기 : 지금까지 낸 곡들이 이 곡과는 다른 느낌이라서 ‘이런 곡은 기리보이가 안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원래 ‘이젠안돼’ 같은 곡이 제 느낌이에요. 제가 원래 하던 게 이런 느낌의 노래이기도 하고 제가 그런 느낌을 좋아해서 이 곡을 만들게 됐어요. 제가 영국 락을 좋아하는데 영국 락은 노래를 부르면 뭔가 이상하게 부르거든요. “으아~”이런 느낌도 좀 있고. 그래서 이런 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쓴 곡이에요. 그리고 이 곡은 가사 면에서도 좋아요. ‘이젠안돼’는 어른들도 들으면 “어 뭔가 가사가 좀 문학적이구만?” 하고 들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잘 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이 곡 좋아하셔요. 하나 더 말하자면 이 곡은 듣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듣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사랑 얘기로 들리고, 꿈이라고 생각하면 꿈 얘기로 들리고.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힙 : 이제 앨범 수록곡 이야기는 마치도록 할게요. 앨범 디자인에 디자이너 안중찬씨가 참여하셨는데 기리보이씨가 직접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나도록 요구한 건가요?
기 : 네. 이런 걸 8비트라고 하잖아요. 그런 걸 좋아해서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걸 정확하게 8비트라고 말을 못해서 이런 느낌을 설명했는데 “아 8비트?” 하고 아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맞아, 그거에요!” 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완성된 디자인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어요.
힙 : 회원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치명적인 앨범2는 기리보이씨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성공적인 앨범이었나요? (ID: elf4192)
기 : 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더 잘 돼야죠.
힙 : 앨범을 발매한지 3개월 정도 지났잖아요. 이 인터뷰를 보고 앨범을 다시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다시 노래를 듣게 될 분들에게 앨범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탁드려요.
기 : 가사를 중점적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힙 : 아까 ‘밤이 필요해’와 함께 이야기 나눴던 것처럼 치명적인 앨범 자체가 연애,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다른 주제를 다룰 생각은 없으신가요?
기 : 다음 앨범에서는 좀 다양하게 하려고 해요. 일단 치명적인 앨범에서는 연애이야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게 이 앨범을 고등학교 때부터 만들었는데 만드는 동안 멜로영화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작업할 때 제가 본 것, 생각나는 것을 주제로 곡을 만들어요. 그런데 제가 다른 생각도 많이 하고 다른 것도 많이 봤기 때문에 다음 앨범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나올 것 같아요.
힙 : 이제 앨범에 관한 이야기는 끝내고 믹스테입과 관련해서 질문 드릴게요. 아직 믹스테입은 낸 적이 없나요?
기 : 네. 아직 믹스테입을 낸 적은 없고 지금 준비 중에 있어요. 인스트루멘탈 앨범으로 낼 계획이에요. 그리고 이번 앨범 인스(instrumental)도 공개를 아직 안 했는데, 이번 앨범 인스도 다 믹스테입에 넣으려고 공개를 안 한 거예요. 언제쯤 나올지 예상은 못하겠지만 계속 준비 중입니다.
힙 : 아까 보컬 얘기가 잠깐 나왔었는데, 기리보이씨는 작사, 작곡, 편곡, 랩, 보컬, 코러스까지 모두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잖아요. 이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것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기 : 보컬 빼고는 다 자신 있어요. 제가 할 게 너무 많으니까 한 개만 집중해서 잘 못해요. 그중에 제일 집중하는 게 곡 쓰는 거라서 그게 제일 자신 있어요. 빈도가 낮을수록 자신이 없는데 그게 보컬인 거예요. 반대로 곡 쓰는 건 빈도도 높고 제일 자신도 있어요.
힙 : 그럼 작곡과 관련해서 질문할게요. 이번 앨범에서는 기리보이씨가 모든 곡을 작곡했잖아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곡을 받을 생각도 있어요?
기 : 많죠.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곡을 달라고 부탁하기 좀 어려운 것도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그러다 보니까 곡을 받기도 하면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왜냐면 저 혼자 하다 보면 약간 똑같이 흘러갈 수도 있는데 다른 분들한테 곡을 받으면 앨범 중간 중간에 다른 느낌도 섞어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다음 앨범에서는 아마 다른 분들한테 받아서 하는 곡도 좀 있을 것 같아요.
힙: 반대로 기리보이가 프로듀서 입장에서 피쳐링을 받아서 프로듀서 앨범을 낼 생각도 있나요?
기 : 프로듀서 앨범도 생각하고 있어요. 심지어 진행 중이에요. 프로듀서 앨범은 아직 많이 진행된 건 아니고 스윙스형 옛날 곡들을 리믹스하듯이 하고 있어요. 완전 피쳐링 앨범은 아니고 리믹스 앨범 중간에 몇 개를 끼워 넣는 형식으로 할 것 같아요.
힙 : 5년 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 유명한 작곡가가 되어 있을 거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mc보다 작곡 쪽에 더 욕심이 있으신가요?
기 : 저는 다 하고 싶어요. 롤러코스터에 지누라는 분이 있어요. 밴드활동을 할 때는 지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그 외 활동에서는 히치하이커((Hitchhik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거든요. 이 분이 밴드를 하면서 동시에 작곡가로서 활동도 하시는데 그런 이미지가 좋은 것 같아요. 작곡가로서의 모습도 보여주면서 플레이어로서의 모습도 보여주는 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힙 : 기리보이씨도 참여했던 'the New Wave'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같이 인터뷰 하신 분들을 보면 젊은 분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잖아요. 지금 씬 자체가 젊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시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리보이씨가 보는 씬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 : 제가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잘 모르겠지만(웃음), 세대 간에 잘 어우러지고 있는 것 같아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더 오래 했던 베테랑 MC분들이랑 지금 올라오는 MC가 같이 활동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 [관련기사] [인터뷰] the New Wave #4 한해, 기리보이, 도넛맨 (2012. 10. 01)
| /magazine/9889
힙 : 마지막 팬 질문입니다.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해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오버그라운드로 나갈 생각도 가지고 계신가요? (ID: fuck123)
기 : 완전 많죠. 근데 그것 때문에 변하는 건 싫어요. 그런 점에서 버벌진트형을 존경해요. 10cm도 그렇고. 자기 걸 하는 데 그게 대중적으로 인정을 받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면 나갈 마음은 있어요.
힙 : 2013년 활동 계획에 대해서 만들어주세요.
기 : 다음 앨범은 만들고 있는데 20% 정도 된 것 같아요. 말하자면 세 가지 앨범을 진행 중이에요. 정규앨범을 만들면서 ‘이 곡은 다른 앨범에 넣자’하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건 없고 일단 곡만 만들어놓은 상태죠. 공연은 솔로공연을 해야 하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힙 : 마지막으로 기리보이씨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기 : 감사합니다. (웃음)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 이인혜 ([email protected] / | http://twitter.com/… / | http://www.facebook.com/… )
사진, 영상 | Directed by SIN ( | https://twitter.com/… / | http://instagram.com/…
관련링크 | 기리보이 트위터 ( | http://twitter.com/… 저스트뮤직 트위터 ( | http://twitter.com/…
참고자료 | 2012. 01. 18 [ROKHIPHOP] ROK RADIO 회 "JUST MUSIC" 특집
2012. 10. 01 [HIPHOPPLAYA] the New Wave #4 한해, 기리보이, 도넛맨 | /magazine/9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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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하코
2013-02-28 19:28:58
1등이다
하코
2013-02-28 19:45:58
읽어보니까 다음앨범이 더 기대되네요
이없
2013-02-28 19:51:25
하
승승
2013-02-28 19:52:22
굳
여우비
2013-02-28 22:07:40
기리보이 진짜 좋음
강해찬
2013-02-28 23:06:25
지드래곤이랑 완전 완전 닮음
김유신
2013-03-01 12:11:50
얼굴에 다 써있네요~
박정은
2013-03-02 10:35:54
다음 앨범은 어떤 스타일일지 궁굼하네요~ 기리보이님 노래도 원하는 음악을 해도 충분히 대중성있게 다가올꺼에요 ㅎㅎ버벌진트 10cm 처럼 ㅎ
김수영
2013-03-02 13:40:03
인터뷰 잘봤어요 ...! 근데 댓글이 이거밖에 없다니 조금 아쉽네요 ㅎ름 ...
신윤철
2013-03-03 10:24:39
굿굿 ! 다른꼴 들으면서 알게됬는데, 다른 곡도 좋더라구요
이병수
2013-03-04 01:05:42
기리보이 흥해라
김지예
2013-03-06 22:20:57
20%밖에 완성 안됐다니ㅠㅠ언제기다려
김동훈
2013-03-10 19:17:23
실력도 외모도.. 치명적이네요
정수빈
2013-04-02 23:21:26
기리보이 천재..........항상 기대합니다
남경아
2013-06-10 19:28:19
기리보이 저스트잼공연에서 라이브하는거보고 귀요미에노래도넘좋아서 반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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