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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프로듀서 '김박첼라'의 '포니테일(ponytail)'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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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3월 5일 (토) 19:34 판 (새 문서: 프로듀서 '김박첼라'의 '포니테일(ponytail)' 인터뷰 힙플 2 22820 2010-07-23 16:43:46 힙플: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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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김박첼라'의 '포니테일(ponytail)' 인터뷰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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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820 2010-07-23 16:43:46

힙플: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신인으로 알고 있죠? 최근 '혜성처럼 등장한' 이란 수식어도 붙던데 이런 반응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웃음)

김박첼라 (이하, 김): 늙은 혜성의 등장인가요?(웃음) 두 번째 정규 1집이죠? 그런데 다음에도 1집울 낼 생각이라 앞으로도 쭈욱 신인으로 지낼 듯싶네요. 신인이라는 타이틀 좋지 않나요? 사실 평생 신인하고 싶어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음악들 계속 들고 나와서 말이에요. 어쨌든 여기저기서 뜨거운 반응들이 느껴집니다. 매주 공연 스케줄이 꽉 찰 정도로 공연 문의가 쇄도하고, 음반, 음원 모두 기분 좋은 판매량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업 의뢰도 끊이질 않고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더 뜨거울 수 있었는데 저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지닌 분들의 앨범이 같이 쏟아져 나와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랄까요?(웃음)


힙플: 포니테일(Ponytail) 이전 가장 최근작인 인디언 팜(Indian Palm)은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씬 안팎으로, 그리고 팬들도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분위기인데, 계획은 없나요?

김: 의외로 아직까지도 인디언 팜을 찾아주셔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프로젝트라서 각 멤버들의 앨범이 진행되면서 활동을 접으려고 했는데, 은퇴선언(?)을 하니 더욱 더 찾아 주시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기존 힙합 팬 말고도 인디언 팜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생겨서 기존 힙합 아티스트들이 가지 않았던 장소에서도 공연을 하게 되었네요. 덕분에 상당히 재밌는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의외의 장소에서 계속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인디언 팜은 계획에 없습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은 멤버들 각자의 작업 물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힙플: 인디언 팜 이후, BRS 소속 아티스트들이 조금 조용한 듯싶은데요. 레이블 식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김: 일단 BRS의 규모가 크진 않습니다. 인디언 팜에 레이블 인원의 1/3(저와 아날로그 소년)이 속해있으니깐 조용히 지낸 건 아니죠. 1/3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으니까요.(웃음) 레이블의 또 다른 프로듀서인 소리헤다는 자신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그는 소리의 질감에 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묵직한 비트 위에 올려두는 데 탁월한 솜씨가 있습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또, 새로 영입된 쓰롭비츠(Throbbeatz)란 친구는 이번 마이포니테일(myponytail) 앨범에서 녹음과 믹스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뭐 다들 잘 들 지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랄까요? 계속 좋은 작품들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힙플: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하셨어요. 지난 작품들과 다른 기분이 드실 것 같아요.

김: 지난 작품들과 기분이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리스너들이 저한테만 집중할 것이기 때문 더욱 신경이 쓰였어요. 곡도 쓰고, 노래도 하며 거의 대부분을 제가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도 저 혼자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네요. 하지만 혼자 다 해낸 만큼 뿌듯합니다. 누군가와의 공동 작업을 하면서 절충해야하는 부분이 꼭 있는데 그런 것 없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욕심을 다 채울 수 있었거든요.


힙플: 이번 음반은 힙합플레이야 등의 힙합 커뮤니티에서는 ‘김박첼라’의 앨범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다른 곳들은 ‘포니테일’로 소개 되고 있더라고요. 또 다른 이름을 내 놓이신 것으로 봐도 될까요?

김: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김박첼라가 보컬을 한 밴드 앨범이라고 봐야겠죠. 그러니 어찌되었든 포니테일이 좀 더 정확한 명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박첼라가 다 한 것은 뻔히 아는 일이고, 또 그 이름이 더 알려져 있기 때문에 김박첼라의 앨범이라고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에피소드가 꽤나 긴데 처음에 사실 김박첼라의 첫 프로듀스 앨범을 기획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열 곡 이상의 곡에 많은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고 진행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 모든 것을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지요. 노래와 랩, 프로듀스, 연주 등 음악에 관련된 모든 것을 내가 해버리면 꽤나 유쾌한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요. 하지만 랩은 중간에 빠졌지요. 제 랩을 들었던 모두가 말렸거든요(웃음) 어쨌든 제작 초기에 시험 삼아 두 곡 정도 프로듀스를 해봤는데 주위 동료들이 괜찮다는 평을 주어서 쭉 진행해 봤어요.

그런데 제작되는 음악들이 프로듀서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김박첼라’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오히려 혼자 연주와 보컬 등 모든 걸 책임지는 원맨밴드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밴드 이름을 새롭게 짓기로 했죠. 여러 가지 이름 후보군이 나왔는데 그 중 ‘포니테일’이 무겁지도 않으면서 어감 상 좋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포니테일’이라는 머리 스타일이 긴 머리를 하나로 묶는 걸 말하잖아요?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아하! 여러 가지 갈래의 음악을 김박첼라만의 스타일로 묶어낸 밴드. 그게 바로 ‘포니테일’의 음악성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죠.(웃음)


힙플: 앨범의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이 앨범이 힙합인가?' 라는 의문을 갖는 분들이 분명히 계세요. 이런 의견들에 대한 작품자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 랩이 한 곡 들어가 있습니다만 ‘힙합은 랩이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제 앨범이 ’힙합 앨범이다’라고 하기엔 애매한 면이 있지요. 또, 완연하게 힙합 느낌을 주는 묵직한 비트가 있는 곡도 있지만, 록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운드가 있기도 하구요. 또, 어떤 곡은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곡도 있지요. 사운드 적인 기법을 말한다면 분명 힙합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힙합 커뮤니티인 힙합 플레이야에서 루키로 선정되었을 땐 의아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음악을 계속 듣다보면 분명 이것은 힙합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저는 힙합이 단순히 랩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제 생각엔 힙합은 거리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리에서 들려오며, 거리에서 부딪히며, 거리에서 찾아낸 음악들을 담아낸 것이 바로 힙합 아니던가요?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창고 하나 가지지 못했어요. 창고를 가진 백인들은 특유의 록 밴드 문화를 만들었지만, 흑인들은 거리에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어요. 그 정신이 힙합 아닌가요? 단지 랩은 그 힙합의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제가 거리 위에서 저를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느 때는 노래였고, 어느 때는 기타였습니다. 거기서 받은 감정들을 작은 작업실서 하나의 곡으로 써 내려갔죠. 다만, 듣는 분들이 힙합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다른 장르의 방법을 빌려와서 힙합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힙합씬의 본토 힙합 완벽히 ‘복각하기’ 혹은 ‘따라 하기’에 지쳐 있어요. 한국의 거리가 아닌 미국의 거리를 이야기하는 그 말투와 음악에 진저리가 났습니다. 물론 멋은 있죠. 저도 그것을 듣고 자라왔고, 솔직히 따라한 적이 있으니깐요. 하지만 그것으로는 한국 힙합은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현재 힙합 씬을 공격하고 싶었어요.(웃음) 공격이라고 하니깐 거창한 느낌을 주는데 충격을 주고 싶다는 거죠. 왜냐면 저는 힙합 프로듀서고, 한국 힙합을 일구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런 방식으론 절대로 우리만의 뿌리를 이 땅에 내릴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미국의 유행이 바뀌면 우리도 그 대세를 따라서 똑같이 해야 합니까? 그런 식으로 이 문화가 오래갈 것 같진 않네요. 확신해요. 그래서 저만의 어법과 관점으로 힙합을 풀어봤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화두를 던져봤습니다. ‘마포 그루브’라는 새로운 장르인데요. 제가 거리에서 느낀 소회들, 듣던 음악들을 응집시켜놓은 어떤 것을 고민했는데, 마침 마포구라는 공간의 의미가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신촌에서 홍대를 아우르는 이 공간은 제가 자주 가던 음악클럽, 음반 샵들을 아우르는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에 그루브를 붙여서 나름 재밌는 조어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제가 땀을 벼려낸 11곡 모두 ‘마포 그루브’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힙합의 의미가 될 수도 있고요.


힙플: 그럼 이 ‘마포 그루브(groove)’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 바로 우리나라 로컬 씬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단어입니다. 외국의 팝문화에 휩쓸리지 않는 우리만의 파퓰러 뮤직 혹은 새로운 가요랄까요? 가요라고 하면 좀 의미가 퇴색될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시부야케같이 세계적인 어떤 흐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만든 장르입니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음악을 하는데 세계가 인정해준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저는 그 흐름이 오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 확실히 인디라는 것을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거든요. 즉, 현재의 가요는 아니지만 또, 외국의 것을 따라하지 않은 우리만의 것. 그것이 대한민국적인 것은 아니고, 그냥 이 작은 동네의 것이라 보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냥 버스 한 번 타면 올 수 있는 동네지만 이곳의 에너지는 정말 강합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몰려들고, 많은 클럽들이 이곳에 한데 몰려 있지요. 그 예술가와 클럽이 만나 만들어낸 음악들. 그것이 모던 록이고, 포크고, 힙합일 수 있는데 그런 음악 장르 말고 지명이 담긴 명칭을 가지면 더 큰 융합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욕심을 낸 겁니다. 뭐 굳이 이 단어로 불릴 필요는 없어요. 단지 지역에 대한 더 큰 관심.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이 많아지면 언젠간 자생력을 갖게 될 겁니다. 그것이 마포 그루브말고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도 있죠. 제 바람은 꼭 TV나 라디오 등의 대중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예술가가 많아지길 원합니다. 그렇게 되면 분명 우리의 삶은 좀 더 풍성해 질 것입니다. 그 다양성. 그 다채로움.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지 않나요?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나요?(웃음) 어쨌든 마포 그루브. 신촌에서 홍대까지. 즐겨주십시오.


힙플: 주변에 혹은 좋은 보컬들도 많은데 본인이 직접 노래를 하신....(웃음) 이유도 궁금한데요.

김: 네. 제가 직접 노래를 하게... 되었어요.(웃음) 사실 예전에도 8마디 정도의 후렴을 부른 적이 꽤 있습니다. 즉, 노래는 이게 처녀작은 아니지요. 사실 가창력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아날로그 소년은 그런 저를 유희열, 페퍼톤스, 루시드 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보컬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니깐요.(웃음) 하지만 음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주 발성이 좋지 않아도 들을 만 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봤습니다. 그리고 앨범을 진행할 당시엔 주변에 보컬을 아는 분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정기고(junggigo)나 소울맨(soulman)같은 분들과 어느 정도 친분을 갖게 되었지만, 인디언 팜 당시에도 보컬 섭외가 어려워서 제가 몇 곡 직접 했을 정도니깐요. 하지만 라이브를 하면서 약간 자신감이 붙은 거 같아요. 거기까지가 좋았는데 살짝 오만해졌는지 이렇게 앨범 전곡을 노래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네요(웃음)


힙플: 앨범 전체적으로 노랫말과 멜로디에서 상당히 감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 감성적인 사람이라서...(웃음) 농담이고요. 포니테일 안에서의 보컬은 그런 기분을 내고 싶었습니다. 뭔가 곁에 있는 친구. 따스함이 있고 여유 있는 친구. 어쩔 땐 괴짜 같기도 하고. 친구가 그렇잖아요? 막 웃겨주기도 했다가 진심어린 조언도 해주고. 그게 또 제 모습이기도 하고. 의도했지만 또 의도되지 않은. 그런 알 수 없는 멜로디와 가사입니다. 인디언 팜 활동을 하면서 동료들로부터 받은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요. 멜로디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내뱉은 것들을 담는 편입니다. 가사도 많이 고민하지 않는 편이구요.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한 앨범이거든요. 이게 또 뭔 소리인가 싶을 텐데. 제가 겉으론 약간 재밌어 보이지만... 아닌가요?(웃음) 보시는 바와는 다르게 생각도 많고 고민이 많아서 음악 작업을 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만족을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나이도 있고 결과물이 필요한 때인지라 그런 고민을 최대한 안 하는 데에 중점을 둬봤습니다. 음악이란 건 때론 직관에 의존할 때 더 좋은 느낌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거의 모두 그런 즉흥적인 감정과 단어들을 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게 감성적이라고 느껴졌다면 역시 전 감성적인 사람이라서...?(웃음) 웃자고 한 이야깁니다. 다음으로 가지요.


힙플: 타이틀 곡 OOHWHOO는 정말~ 모던 록에 가까운 곡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타이틀곡으로 선정 된 배경은요?

김: 기타를 치다가 ‘우후~’라는 후렴구가 떠올랐고 그 테마를 토대로 끝까지 만든 곡인데. 타이틀로 포니테일을 가장 잘 표현하는 한 곡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내달리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고. 그런데 사실 저는 타이틀을 고른다는 게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꼭 그 곡만 들어야할 것 같잖아요. 대표곡 같기도 하고. 모든 곡들이 타이틀이라는 느낌으로 작업했으니 천천히 들어주십시오. 곡이 주는 느낌은 모던 록에 가까운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모던 록의 요소를 차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제 친구들에게 바치고 싶은 노래지요. 내일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들. 항상 힘이 됩니다.


힙플: musiq에서는 한국 힙합 씬을 회상하며, 현재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김: 한국 힙합 씬도 있고 전반적인 인디 컬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90년대 중반 정도에 이 마포의 인디 문화를 접했는데 지금처럼 다소곳이 꾸며져 있진 않았어요. 거친 맛이 있었죠. 신촌의 한 차도를 막고선 록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고, 인디 만화 전시회 같은 곳에 하드코어 밴드가 와서 공연하고 그랬어요.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공연이 꽤나 많은 곳에서 이뤄졌죠. 그때는 지금 대학 축제처럼 연예인이 오는 게 아니라 홍대, 신촌 등지의 인디밴드가 와서 공연하고 그것을 대학생들이 정말 뜨겁게 즐겼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한 만큼 아쉬운 점도 크네요. 연에 기회사와 인디 레이블의 중간점이 되어버린 곳도 많아졌고, 누군가는 인디를 버리고 TV 속으로 들어갔고. 한 때의 유행이 되어버린 건지 유명 클럽은 닫아버리고. 아쉬움이 많습니다. 지금은 힙합 공연만 전문적으로 하는 클럽도 닫아버렸잖아요? 그래서 제가 뛰놀던 그 시절의 소회를 듬뿍 담아봤습니다. 그래서 메타형님의 가사를 일부러 인용하기도 했고요.(웃음)


힙플: '18t'이 의미하는 바는요?

김: 꿈의 무게를 의미해요. 아직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는 제 삶.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에 꿈이 있다면 그 무게가 얼마나 될까 상상해봤어요. 18kg 정도 될까 하다가... ‘그건 너무 가볍잖아’라고 되뇌며 18톤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니깐 엄청 무겁다는 것이죠(웃음) 사실 한국 땅에서 자신만의 꿈을 꾼다는 건 위험한 일이잖아요? 감수해야할 것이 너무 많고. 또 어른들이 겁도 많이 주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현실에 질 수만은 없는 청춘들의 노래입니다. 제일 공들여 가사를 쓴 곡입니다. 제 체험도 제법 녹아있고요. 많은 분들이 같이 들었으면 좋겠네요. 우울해서 타이틀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제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꼽는 곡입니다.


힙플: 마지막 곡인 포니테일은 곡 자체를 원했던 뮤지션들이 많다던데, 본인의 앨범에 수록하게 된 이유는요?

김: 사실 곡 의뢰를 받아서 그 사람을 떠올리며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곡은 그 분의 느낌을 잡아보다가 마음에 들어서 제가 써버린 곡입니다. 그러니깐 어찌 보면 그 분이 노래했으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지도 모르는 것이죠. 이 노래 이야기 나올 때마다 그 분은 약간 분노하십니다.(웃음) 그리고 그 분 빼고 다른 뮤지션들은 앨범이 발매된 후 들었기 때문에 곡이 좋다는 평 정도였을 것입니다. 이미 나온 곡을 어떻게 드리겠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업하다 욕심나서 제 목소리를 넣었습니다. 그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정기형.(웃음)


힙플: 비프리(B-Free) 앨범에 수록한 곡과 이번 음반만 비교해도 김박첼라의 음악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계신데요. 본인 음악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시작 된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다양성의 근원은 역시 반골 기질이랄까요?(웃음) 뭘 하든 똑같이 하는 건 왠지 싫습니다. 나만의 것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무엇을 해도 다르게. 어떤 것을 봐도 색다르게. 그리고 넓다면 넓다고 할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은 그만큼 많이 듣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는 만큼 보이고, 듣는 만큼 표현할 수 있달 까요? 또, 일단 힙합은 거의 안 듣습니다. 힙합을 들으면 힙합 음악을 만들 때 그 분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게 너무 싫거든요. 요즘엔 예전 음악들을 찾아 듣습니다. 예전 음악들은 역시 내공이 엄청 납니다.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첼라가 제자란 뜻인 것처럼.


힙플: 비슷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다양한 장소와 상황, 사물에서 영감을 얻으실 텐데, 마이포니테일에 있어서 영감을 받았던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 아직 영감에 대해서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데... 사실 예술가들이 받는 영감은 순간적인 것이 많죠. 수많은 경험과 상상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그것을 만들어냅니다. 다만 그 영감을 구체화하는 데는 모두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요. 그 시간과 싸우면서 최초의 영감이 낡아버릴 때도 있고 더 좋아질 때도 있죠. 저 같은 경우엔 짧게 떠오른 영감을 구체화하면서 그 때 그 때 처한 상황에 곡들이 영향을 받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제 소박한 문래동 작업실. 그 앞의 홈플러스, 그리고 가끔 나가는 홍대 카페 자리, 거기서 만나는 힙합 뮤지션들. 술 마시고 같이 퍼지는 친구들. 마이포니테일을 작업한 6개월의 일 초 일 초. 그리고 시작하기 전의 김박첼라. 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모든 것들이 앨범에 영향을 준 거 같아요.


힙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최근 발매된 비프리와 곧 발표 될 유엠씨(UMC) 등의 트랙리스트에서 프로듀서 김박첼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함께 작업했던 외부 아티스트들과의 작업 에피소드나, 외부 곡 작업 시에 아티스트의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추시는지?

김: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들 모두 비밀리에 진행하고 싶어요. 저는 감성적이면서 동시에 비밀이 많은 남자이고 싶으니깐요.(웃음) 하지만 작업하는 방식은 말해드려야 혹시나 저를 찾을 다른 분들이 참고 하실 텐데... 저는 무조건 같이 놀며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엔 많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여러 장르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직접 작업실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프리와의 작업 때도 이런 저런 악곡을 들려주다가 그 장소에서 바로 그의 요구에 따라 기타 룹을 바꾸기도 하고, 같이 잼을 하다가 바로 후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느낌이 최종적인 앨범까지 가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정말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듭니다. 그리고 같이 작업하면 좋은 점은 서로 곡에 대해 자뻑이 생기기 때문에 클레임이 적다는 것이 장점입니다(웃음)

유횽과의 작업에서는 저는 그저 비트메이커와 작곡가 역할에 가까웠는데... 어쨌든 모든 작업들에서 프로듀서로서 그 아티스트의 요구에 일단 초점을 맞춥니다. 또, 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더 돋보일 수 있는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려면 수다도 많이 떨어야 되고, 술도 자주 마셔야 되고(웃음) 그런 의미에서 망한 작업이 바로 방사능과의 작업인데. 작업실에서 와서 뭔가 감미로운 것을 원했는데 사실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전 분명히 신나는 게 그들과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작업 당시엔 네 명이서 자뻑에 빠져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돌아간 뒤로 연락이 뜸해지더라고요(웃음)


힙플: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누가 있을까요?

김: 아주 많습니다. 놀랍게도 작업하고 싶던 몇몇과는 지금 작업하고 있고요. 그리고 힙합씬보다 다른 장르와 결합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조합이 재밌는 것을 만든다고 생각하거든요. 비스티 보이즈(Beatstie Boys)를 프로듀스한 릭 루빈(Rick Rubin)은 그런 의미에서 저의 교과서 같은 존재입니다. 90년대 록 씬과 힙합 씬을 종횡무진 휘 다니던 그의 궤적. 저도 그런 프로듀서가 되고 싶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같이 놀아보아요. 저는 생각보다 열린 사람입니다. 비밀이 많고 감성적이지만...(웃음)


힙플: 포니테일 쇼 케이스도 밴드 공연으로 열릴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인디언 팜, 누벨바그, 집 앞 공연 등 밴드 세션과 함께 하는 어쿠스틱 공연을 고집해 오시는데, 그 이유는?

김: 고집한다기보다 그냥 평소 하는 것들입니다. 또, 편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위에 말했듯이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이 싫어서랄까요? 천편일률적인 공연이 싫거든요. 무언가 다른 걸 고민하다가 기획한 경우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디제이가 소외된 현재 힙합 공연은 정말 별로입니다. 음악적이지 않아요. 디제이들과 함께 무대에서 호흡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과 MC간의 음악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디제이. 그 힘을 잘 사용하면 대단하다고 봅니다. 뭐 제겐 그 음악적 고리가 밴드이고 어쿠스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어쿠스틱 한 밴드가 인간적인 움직임을 만든 달까요? 또 그것이 사실 음악이기도 하고요.


힙플: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말형과 함께 하는 '페이퍼스'라는 팀의 앨범을 준비 중이에요. 지금 라이브로 여기저기서 살짝 살짝 선보이고 있는데 반응들이 꽤나 좋습니다. 어쿠스틱 한 힙합의 끝을 보여주는 팀이랄까요? 젬베리듬을 기반으로 콘트라베이스에 어쿠스틱 기타를 얹는 등의 리얼 연주로 담은 힙합 앨범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건 꽤나 세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었거든요. 물론 그런 요소를 가진 곡은 몇 곡 씩 나오긴 했지만요.(웃음) 또, 올해 가을 쯤 나올 ‘아날로그 소년’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고 있습니다. 내년쯤엔 프로듀서로서의 김박첼라를 표출할 제 첫 정규 앨범이 나올 예정이구요. 그 중간 중간 여유가 되면 신중현 선생님의 곡들을 사이키델릭한 밴드의 느낌으로 트리뷰트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가 걸려서 지금 알아보고 있고요. 덥이나 훵을 예전 향수 그대로 복각하는 프로젝트를 해볼까도 생각중입니다. 아니면 뭐 말도 안 되게 나긋나긋한 ‘첼라와 진왕’이라는 포크 듀오 앨범이 나올 수 도 있고요.(웃음)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쌓아두고 있습니다. 뭐 음악 말고도 영상 쪽으로도 욕심이 넘쳐나는데 투자할 시간이 없네요.


힙플: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릴게요.

김: 꽤나 기나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정관념을 버려보세요.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억압과 폭력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그런 것들이 너무 싫습니다. 조금만 여유를 가져도 세상은 정말 다양하게 빛날 것 같아요. 제 음악에 그런 여유로움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즐겨주세요. 그리고 8월 7일날 역사적인 김박첼라쇼가 첫 회를 엽니다. 놀러오세요. 제 이름을 건 최초의 쇼. 지면에서 볼 수 없던 저의 입담. 그 때 보여드릴게요.(웃음)


힙플: 정말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묻겠습니다.(웃음) 김박첼라에게 한국 힙합이란?

김: 팜(Farm). 일구어 나가야할 것. 혹은 팜(Palm). 맞부딪치며 손뼉 칠 넓은 손바닥.


김박첼라에게 소울맨이란?

김: 스승(Guru)


인터뷰 | 루피(Lupi of Young Boyz) & 김대형 (HIPHOPPLAYA.COM) 이미지 제공 | BRS Records ( | http://www.brsrecords.kr)/…

17 Comments 송진호

2010-07-23 16:49:56

오 김박첼라 멋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R.E.A.M

2010-07-23 17:17:13

옷 2빠~~ 난 루시드폴 보컬 좋은데ㅋㅋ 하여간 프로듀싱 진짜 잘하더라ㅎ

케이엠

2010-07-23 18:05:35

김박첼라님 실제로 보면 훈훈하시고 노래 잘 하심.

노지혜

2010-07-23 19:38:24

우왕 멋잇어요!!!

박선혁

2010-07-23 19:58:35

뭐래야되나 이렇게 무슨 인지도 있는 기반을 두지 않더라도 꾿꾿이 하시는 분들이 잘 조명 받아야하는데

김민순

2010-07-23 21:03:55

인디언팜하고 포니테일 둘다 감명깊게 들었습니다. 인디언팜의 계획이 없다고 하셔도 아날로그 소년 정규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으셨다면 인디언팜의 색깔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클라우

2010-07-23 21:27:13

헤헤 :D

김성일

2010-07-23 21:39:00

잘생겼지, 노래 잘부르지, 스타일 있지 옘병 개 부럽네ㅠ

심재욱

2010-07-23 22:06:09

전 .. 정말 좋아하는 . 프로듀서중에 한명 이시라는

박진

2010-07-24 13:56:12

김박첼라 실제로 보면 진짜 잘생겼음 훤칠하시고...진짜 훈남... 그리고 인디언팜이 너무 좋아서... 잊을수가 없음... 아날로그소년, 영보이즈, 포니테일 각자도 좋지만 인디언팜 2번째 앨범좀... 진짜 아직도 잊을수 없음...

최진수

2010-07-24 15:05:51

인터뷰 잘 봤습니다 음악적인 주관이 확실하셔서 좋네요^^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진

2010-07-25 13:22:09

최고

이지수

2010-07-26 13:14:53

오호 이분 앨범 사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구만.

엄종업

2010-07-26 16:38:43

말투 진짜 사랑스럽네요.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인터뷰였어요. 안들어봤는데 들어봐야겠네+_+

이보한

2010-07-30 09:26:52

2010년에 가장 좋게 들은 음반! 포니테일!

이지은

2010-07-30 17:18:38

좋군요

김지원

2010-08-05 01:08:54

사진 너무 멋있어요 김박첼라 흥해요 !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4891&page=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