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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프리스타일 타운 '술제이' & 언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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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3월 5일 (토) 19:22 판 (새 문서: 프리스타일 타운 '술제이' & 언성 인터뷰 힙플 27618 2010-07-06 16:02:46 힙플: 프리스타일 타운의 이야기부터 부탁드릴게요. 술제이(Sool J,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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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타운 '술제이' & 언성 인터뷰

 힙플  27618 2010-07-06 16:02:46

힙플: 프리스타일 타운의 이야기부터 부탁드릴게요.

술제이(Sool J, 이하: S) : 2005년 밀러 프리스타일 랩 배틀 대회를 통해 너무나 값진 경험을 했는데요. 제 인생에 많은 선물을 준 프리스타일이라는 훌륭한 문화를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또 이 문화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일종의 소명감을 가졌죠. 그 시작이 2005년 겨울이었는데 사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그 당시 프리스타일 판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어요. 지금은 프리스타일 원 대회를 통해 조금씩 형식이 자리 잡히고 있지만 5년 전에 제가 본 몇 군데 클럽 대회에서는 그 형식이 힙합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어요. 우선 Rhyme, Flow, Message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너무 많았어요. 황당했죠. 참가 선수가 아무리 Rhyme을 잘 써도 Rap에 대한 개념이 없는 관객들의 환호로 승패를 정하거나 (늦은 밤에 열리는 대회에서) 술에 취한 관객들이 재치있고, 멋들어진 펀치라인이 아니라 욕설이나 상스러운 표현 등 단순히 자극적인 말에 반응했어요. 또 참가 선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관객석에서 경기 자체와 무관하게 자신의 친구에게만 일방적인 호응을 하기도 했죠. 그런 무대에서 MC가 Rap을 할 기분이 들었을까요? 물론 그 당시에도 분명 많은 선배님들이 제대로 된 대회를 만들어 가고 계셨기에 새까만 후배인 제가 감히 그 모든 프리스타일 대회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프리스타일 문화를 왜곡 시키거나 단순히 반짝 이벤트로 치부하는 기획자들에 대한 짜증과 안타까움을 느꼈던 거죠. 그래서 바꾸고 싶었어요. 소중한 이 문화를 함께 나누고, MC들이 Skill을 겨룰 수 있는 진정한 장을 열고 싶었어요.


힙플: 말씀하신 대로 욕설이나, 거친 표현들을 제외 한 프리스타일 매력을 알리기 위해 프리스타일 타운을 시작하시게 된 건데요. 그럼 술제이씨가 생각하시는 프리스타일의 매력은 어떤 건가요?

S: 프리스타일의 매력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거죠. 또 순간에 영원을 담아낸 다는 것입니다. 프리스타일에 대해 정의를 내릴 때 우리는 엄청 복잡하게 프리스타일을 구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랩을 Written(가사 쓰기)와 Freestyle(즉흥)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데 이 둘을 합친 용어인 Written Freestyle도 있어요. 그리고 Pure Freestylee이란 말도 쓰죠. 게다가 다 영어라서 더욱 머리가 아픈데.. 일일이 다 설명은 못하겠고, 프리스타일 타운의 게시판에서 칼럼 글들을 참고 바랍니다. 저는 Written Freestyle과 Pure Freestyle을 통해서 Freestyle의 양쪽 면을 다 확인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리스타일도 결국엔 평소 자신이 가사를 썼거나 즉흥으로 뱉어왔던 기본 랩 실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요. 그래서 지금껏 자신이 걸어왔던 영원을 찰나의 순간에 담아내는 것이라 표현해봤어요. 그런데! 진정한 프리스타일 흔히 말하는 Pure Freestyle은 바로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본능이 나오는 순간이라 말할 수 있어요. 내가 랩을 뱉고도 \'와우 이게 진짜 내가 쓴 Rhyme이야? 방금 이 표현 죽이는데?\' 자신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던 Rap이 나오는 순간의 짜릿함을 경험해 본 MC라면 프리스타일 매력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시 그 순간을 똑같이 재현 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프리스타일입니다. 아, 프리스타일의 매력이 너무 많아서 이정도 설명으로도 사실 성에 차지 않는데요. 하하.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프리스타일을 즐기며 웃고, 울고, 화내고, 흥분하며 함께 원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프리스타일 통해서 우리는 진실한 소통을 나눌 수 있습니다.


힙플: 그럼 오랜 기간 진행해 온 프리스타일 타운 행사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S: 프리스타일 타운을 처음 시작할 때 청사진으로 그렸던 단체가 있는데 바로 JJK가 이끄는 랩 어택(Rap Attack)이었어요. 홍대 놀이터에서 JJK가 어린 래퍼들과 함께 붐 박스를 둘러싸고 랩을 하고 있는데 그 광경이 너무나 신기하고, 멋졌어요. JJK 짱!(웃음). 아, 간단 상식을 말씀드리면 랩 어택은 \'싸이퍼(Cipher)\'라는 미국에서 사용되던 프리스타일 놀이의 이름을 그들만의 이름으로 바꾼 거라 보시면 됩니다. 현재 프리스타일 타운에서는 마이크 스웨거(swagger)라는 이름으로 프리스타일 놀이를 하고 있는데 저는 이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그 모든 게 다 프리스타일이고, 함께 원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랩 어택에 커다란 감흥과 자극을 받은 저는 이런 싸이퍼 문화가 홍대 놀이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지금까지 5년 가까이 전국을 돌며 세미나와 프리스타일 행사들을 개최했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 창원, 인천, 춘천, 제주도. 그리고 다시 또 돌고, 돌고. 그러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사실 굉장히 많은데요. 한 가지를 굳이 꼽으라면 \'전화기 랩 배틀\'입니다.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가끔씩 문자나 전화가 와요. 술제이가 맞느냐고, 당신이 랩 배틀 챔피언이냐고, 물으면서 프리스타일 랩을 들려달라고 하거나 조금 심할 경우에는 랩 배틀을 붙자고 해요. 그러면 저는 신기해서 상대를 해줬어요. 어느 날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상대방 친구가 혼자 씩씩 거리면서 화가 난 건지 흥분을 한 건지 저에게 랩 배틀을 신청했어요. 저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먼저 공격하라고 하면 받아치는 식으로 랩을 주고받았는데 전화를 끊을 때쯤에는 상대방 친구가 공손하게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를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또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어제는 실력을 다 못 보여준 거 같다며(웃음) 한 판 더 붙자고 하더군요. 또 랩 배틀을 했죠. 짧게 말해서 \'어제 네가 보여줬던 실력이 다 인거 같다\'로 결론 내리고 사과를 받고 통화를 끊었어요.(웃음) 재밌는 건 그 친구 사는 지역이 천안이었는데 대전 지역 세미나에 직접 참석을 했다는 겁니다.(웃음) 세미나 후에 랩 배틀 이벤트에서 그 친구와 이번에는 전화가 아닌 실제로 랩배틀을 붙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죄송합니다, 라는 사과로 랩을 마무리 했어요.(웃음) 지금 그 친구는 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잘 지내니? (웃음).) 꼭 랩 배틀이 아니더라도 전국 각지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 한명 한명과의 이야기가 모두 프리스타일 타운에서 영원히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들입니다.


힙플: 에피소드를 포함해서 그간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프리스타일 타운에 대해서 더 해주실 이야기가 있다면요?(웃음)

S: 사실 짧은 인터뷰에 프리스타일 타운의 활동을 모두 담기란 불가능합니다.(웃음) 일단은 가장 광범위 하게 했던 활동이 전국을 돌면서 프리스타일 세미나 열고, 지역 힙합 문화의 단합과 경쟁을 유도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지역 클럽에서 개최되는 랩 배틀 대회를 프리스타일 타운을 통해 진행하고, 심사를 봤었죠. 프리스타일 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서 선수들의 입장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진행하려 노력했고, 반대로 선수들을 엄격하게 다뤄서 그저 심심풀이로 어떠한 각오도 없이 대회에 나오는 것을 막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려 했어요. 2005년 밀러 대회 우승했던 선수지만 2006, 07, 08년도는 프리스타일 타운 쪽에서 제가 밀러 대회 진행을 맡았어요. 프리스타일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행사 대행사 측의 실수를 커버하고 올바르게 대회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프리스타일 타운을 통해 참가 선수 신청을 받고, 대회의 규칙을 만들고, 심사 기준 등을 공지하는 등 프리스타일 타운 쪽에서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대회를 만들어 가려 노력했고 메타(META OF GARION)형님, 션이슬로우(sean2slow) 형님들을 본선 대회 심사위원으로 모셔서 대회 수준을 높이려 노력했어요. 그리고 국내 유일의 정기적인 프리스타일 랩 배틀 대회 \'프리스타일 원\'의 실질적인 주최는 \'블루 사운드\'지만 프리스타일 타운도 역시 일정부분 주최에 관여를 하고 있고, 현재 한국에서 개최되는 거의 대부분의 프리스타일 대회나 행사를 뒷받침하고 있어요. 최근에 개최하는 \'09-10 마이크 스웨거 전국 투어\'는 전국을 돌며 행했던 세미나의 또 다른 명칭인데 참가 선수들의 무반주 랩 배틀 대회를 영상으로 남겨서 그 지역에 어떤 MC가 있는지 또는 그 지역의 프리스타일 수준은 어떠한지를 알리고 있습니다. 프리스타일은 자료로 남기기가 사실 마땅치 않은데 영상은 정말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그래서 되도록 참가자들의 프리스타일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힙플: 프리스타일 타운 활동과 프리스타일 원(Freestyle One) 대회를 진행해 오고 계신데,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와 \'When I be on the Mic\'를 진행하셨어요. 어떤 계기로 진행 하시게 된 건가요?

S: FREESTYLE ONE 대회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8월에도 일정이 잡혀있어요. \'When I be on the mic\' 대회는 프리스타일 판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 이벤트성 대회였어요. 소울컴퍼니 역시 프리스타일에 대해 커다란 애착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 쪽과 함께 프리스타일 대회를 만들어 가고 싶어 했어요. 먼저 소울컴퍼니 키비를 통해 연락이 왔었고 프리스타일 대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대회를 기획해 보자고 했었죠. 키비 역시 프리스타일 랩 판이 좀 더 폭 넓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어요. 한국힙합 태동부터 지금까지 프리스타일 랩 문화가 함께 성장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는 뮤지션이죠. 프리스타일 랩이 갑자기 붐이 생긴 게 아니라 이전부터 꾸준히 뮤지션들이 갈고 닦고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한국힙합 1세대 뮤지션 형님들부터 비교적 최근부터 왕성하게 활동하는 뮤지션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한국힙합과 더불어 성장한 프리스타일 판을 더욱 의미 있게 해주지 않겠어요. 저는 프리스타일 판이 더욱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늘 바라고 있습니다. 프리스타일 타운, 프리스타일 원, 랩 어택 외에도 프리스타일을 행하는 단체나 행사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가 프리스타일 판을 만들어 가든 계속해서 프리스타일이 번창하고 다양해지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울 컴퍼니와 함께 했던 \'When I be on the Mic\'는 너무나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함께해서 더욱 즐거웠고, 소울 컴퍼니의 기획력과 추진력 등 많은 부분에서 감명을 받고,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마워. 소울 컴퍼니!(웃음)


힙플: 이 대회에서 언성씨가 우승을 했죠?

언: 예!

S: FREESTYLE ONE 대회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언성은 프리스타일 원 대회 챔피언이 된 후 최초로 5차 방어전에 성공해서 프리스타일 원 마스터 자리에 오른 래퍼입니다. FREESTYLE ONE이 열린지 약 3년 만에 초대 마스터에 등극하게 된 거죠. 자기 입으로 이야기 하면 쫌 그러니까 제가 계속 언성 소개를 할 게요.(웃음) 언성은 현재 프리스타일 판에서 가장 많은 랩 배틀 대회에 참가했고, 가장 많은 타이틀을 거머쥐었어요. 사실 웬만큼 타이틀이 쌓이면 몸을 사리게 됩니다. 아무리 챔피언이라도 한 경기라도 지면 한순간에 모든 게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죠. 하지만 언성은 그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프리스타일 원 마스터 그리고 \'When I be on the Mic\' 대회에서까지 우승을 차지했죠. 제가 봤을 때 언성은 이미 프리스타일 판에서 선수로서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해요.


힙플: 허클베리피, 술제이, 제이제이케이만 꺾으면 되는 거네요.(웃음)

S: 네. 그렇죠.(웃음)

언: 아주 공교롭게 허클베리피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저희 같이 음악 하는 인근학교 친구들의 선배님이셨고, 술제이 형도 예전부터 항상 많이 챙겨주시고 조언 아끼지 않으시는 멋진 선배님 이셔서 지금은 아주 구도가 좋아요. (웃음)

S: 그게 구도가 좋은 건가? (웃음) 어떻게든 꺾어 버리고 싶은데? (웃음)


힙플: 술제이씨와 허클베리피가 언성씨에게 끼친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언: 구체적으로 누구나 아는 허클베리피 형의 장점이겠지만 유연한 흐름 속에서 라임을 정말 적재적소 순발력 있게 잘 넣으시는 것 같아요. 정말 이것보다 간결하고 예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잘해요. 만약에 랩이 옷감이라면 몸에 잘 맞게 잘 재단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술제이 형은 이런 느낌이에요. 권투로 예를 들면 헉피 형은 계속 잽을 날리면서 데미지를 누적시키는 스피디한 복서라면 술제이 형은 한두 번 잽을 날리다가 상대를 가늠하고 한 번에 퍽!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임팩트 있게!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허클베리피 형은 프리스타일러 스토리텔러 적인 모습이 좋고요 술제이 형은 배틀러로서의 면모가 저는 더 좋습니다. 술제이형이 우승한 밀러 랩 배틀 영상을 저는 몇 백번은 본 것 같고요. 지금도 다 외우고 있을 정도에요.(웃음) 술제이 형이 했던 라임들이나 플로우 같은 것들도 성대모사까지 즐기죠. 요즘도 자주해요.(웃음) 그 당시에는 충격이었죠. 너무 멋졌어요.


힙플: 연장선상의 질문인데, 프리스타일 타운 혹은 술제이가 프리스타일러들에게 끼친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언: 관심만 있고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아주 쉽게 쉬이 좋은 자리로 모이게 하고 그 만큼 부담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그게 엄청난 말 그대로 언더 안에서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어요. 힙합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한테 프리스타일이 재밌는 놀이 문화다 이런 개념정립이 이뤄진다라는 거 자체가 실로 대단한 거 같아요. 술제이 형은 지금 5년 넘게 세미나 진행하시면서 선구자 개척자적 입장인 것 같아요. 말 그대로 프리스타일 문화가 언더 내에서도 변방의 느낌인데 저는 점점 중점으로 가는 것 같아요. 이제 점점 중앙으로 노른자위까지 가고 있는데 이렇게 제일 맨 앞자리에 서서 끌고 가는 분이죠. 술제이 형의 영향력이며 활동 범위며 추진력이며 모든 게 다 프리스타일러 들과 프리스타일 판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힙플: 언성씨는 닉네임이 특이하신데,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언: 言成 말씀언에 이룰 성자를 쓰고 있어요. 랩을 할 때 언성을 높이는 행위자체가 랩을 함으로서 “제 자신을 높인다. 언성을 높인다.” 가 되는 거죠. 또 다른 의미로는 프리스타일이던 가사던 제 의지와 꿈을 얘기하는데 그 모든 계획이나 목표와 꿈들이 “말씀으로 이뤄지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힙플: 배틀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언: 저는 홍대 앞에서 2004년도에 제가 재수 생활을 했어 그림 그리면서 재수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클럽 큐보에서 랩 배틀이 있었어요. 전국 대회였고 100만원 상금이 걸린 대회였어요. 친구가 제 책상에다가 붙여 놓았더라고요. 포스터를 저 보여주려고 사람 많은 홍대한복판 전봇대에 붙은걸 떼어왔대요. 저는 이런 거 “너나나가라 대학가서 할 거다.” 뭐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친구의 성의와 응원을 무시한 체 공부학원수업을 마치고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와중에 이젤 앞에 앉았는데 그림이 그려질 리가 없더라고요. 무언가 홀린 듯 붓을 내려놓고 전임선생님께 거짓말을 치고는 삼선슬리퍼 신고 물감 묻은 앞치마 벗고 뛰어서 큐보 앞에 갔고 대회에 신청을 하려는데 기도 분들이 아래위로 저를 훑어보시면서 막으시더라고요. 무슨 일로 왔냐고 주변을 보니까 다들 삐까 뻔쩍들인데 저는 머리는 산발에 물감 튄 추리닝에 슬리퍼에 홍대 앞에 그러고 클럽 앞에서 알짱대니 웃겼겠죠.(웃음) 신발을 고쳐 신고 올 테니 신청한다고 받아주세요, 라고하고는 참가를 해서 일등을 먹었죠. 뒤늦게 통보를 받은 친구들이 미술학원을 마치고 달려와서 우승한 저를 무대 위에서 헹가래를 쳐주는데 큐보 천장이 손이 닿을 정도로 높이 떴었죠. 입시스트레스고 뭐고 한순간에 천국에 하늘을 보았어요. 손에 쥔 백만 원을 하늘로 던져버려도 안 아쉬운 그런 기쁨이었고 실제로 뿌리려고 돈을 봉투에서 꺼냈는데 친구들이 저를 때리면서 말렸죠. (웃음) 그때 생에 첫 랩 배틀을 우승을 함으로써 더 프리스타일 랩을 많이 하고 좋아라 하게 되었고 04년부터 현재까지 많은 대회를 거치면서 진적도 있었고 좌절도 했지만 해를 거듭하고 제가 더 해나갈수록 승패에 상관없이 이 문화자체를 좀 더 알고 즐기게 된 거 같아요. 진정한 재미를 안거죠.


힙플: 뭔가 멋있는 운명적인 계기는 없던 거네요.(웃음)

언: 처음부터 “배틀” 이 좋았던 건 아니고요.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주제를 놓고 프리스타일공방을 많이 했어요. 아시다시피 재밌거든요. 담임선생님의 성함을 가지고도 심하게 깨졌던 어느 날 말장난해가며 친구들과 뒷담화도 늘어놓고 수업 중에 조는 아이들이 많았던 어느 날 선생님이 저를 불러서 랩을 시켰었죠. 교단위에서 정말 자극적이고 외설적인 내용에 프리스타일 랩도 뱉어 본적 있어요. 선생님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그냥 껄껄껄 웃으세요. 아이들은 소리 지르고, 웃고 쓰러지고 잠이 홀딱 다 깨는 거고요. 효과가 좋고 재미가 있고 특별한 계기가 되어 했다기보다는 랩 음악을 접한 그 무렵 그 순간부터 그냥 취미였어요. 즐길 거리였죠.


힙플: 세미나, 프리스타일 타운, 각종 대회들을 통해 열심히 프리스타일을 알려주고 계시지만, 랩과 비트 위주의 한국 힙합 씬에서 프리스타일은 약간 변방의 느낌도 있고, 어려워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를테면 어떻게 하는 것이 프리스타일을 잘하는 것인가 같은.

S: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하는 게 세미나죠.

힙플: 하지만, 세미나를 모든 사람들이 가서 참여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S: 그렇죠. (웃음)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계속 분발 할게요. 어쨌든 만약 기회가 돼서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다면 \'프리스타일은 실수하는 게 당연하다. 발음이 꼬이거나 박자를 저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프리스타일을 좀 더 편하게 부담 없이 즐기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재미가 생기고 놀이 문화로써 프리스타일을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놀이 문화로서 프리스타일이 자리 잡힌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보자면, 김피디 님도 어렸을 적에 동내 골목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으시죠? 구슬치기나 강 건너기, 진 놀이, 얼음땡 등 지역마다 조금씩 명칭이 다를 수 있지만 그 많은 놀이 문화중 하나가 프리스타일 놀이였다면 어땠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여섯 일곱 살 때부터 골목대장 형들 따라다니면서 길거리 놀이를 같이 했거든요. 근데 만약 프리스타일이라는 놀이가 그때 자리 잡혔다면 제가 7살 때부터 형들을 따라 다니면서 프리스타일을 했겠죠. 극단적인 예이지만, 그러면 7살 때부터 형들 따라서 아무것도 모르고 같이했던 재미난 놀이일 뿐이었는데 랩에 대해서 아주 어릴 적부터 접하게 된 것이고, 세미나 때 Rhyme, Flow, Message 등의 따분한 말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자연스럽게 알고 있겠죠. 또 제가 그렇게 어린 시절 랩을 접하고, 17살 정도만 됐다고 쳐도 랩 경력이 벌써 10년이 된 거죠. 어떻게 해야 한다, 어떠한 기준이 있다, 라는 걸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거리에서 재밌게 놀면서 랩이 생활에 스며드는 파급 효과를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힙플: 사실, 1:1 배틀이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내요. 이 배틀을 통해서 얻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S: 배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하기 전에 한 가지 오해나 편견을 풀고 갈게요. 랩 배틀을 할 때 욕이나 심한 말을 주고받기 때문에 참가 선수들의 사이가 나빠지거나 빈정이 상 할 거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나쁜 뒤끝이 남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도를 지나치는 랩을 할 경우에는 뒤끝이 남지만 열에 아홉은 선수끼리 더 친해지거나 서로 인정하고 함께 작업을 하거나 심지어 팀을 이루기도 해요. 배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요소는 바로 \'생산적인 전투\'라는 것입니다. 배틀을 한번이라도 나가본 사람들은 알 텐데 그 긴장감이 어마어마해요. 졌을 때는 분해서 치가 떨리죠. 처음에 별 각오나 목적 없이 배틀에 임하는 분들은 대부분 게임에서 져요. 지고 난 후에 배틀이란 게 그냥 쉽게 나가는 게 아니구나, 진짜 전투구나, 라는 걸을 알게 되죠. 그런 경험을 하고 다음 배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잠시도 랩을 쉴 수가 없어요. 졌을 때의 아픔과 이겼을 때의 승리감을 잊을 수 없거든요. 다음 경기에도 라임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거나, 펀치라인을 쓰지 못한다면 게임에서 진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지죠. 프리스타일 판에서 패배자로 낙인찍히거나 이 씬 안에서 실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겠다, 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아요. 그래서 평소 술을 마시거나 야동을 보거나 친구를 많이 만나거나 하는 식으로 랩 외적인 시간을 많이 가졌다면 배틀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런 시간들을 줄이거나 아예 끊어버립니다. 그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으니까요. 상대를 이기기 전에 자신을 이겨야하는 게임인 거죠. 배틀을 준비하는 긴장감 속에서 스스로 싸우기 때문에 자신의 스킬도 높이고, 랩에 대해서도 더욱 진지해지죠. 또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배틀 대회가 MC들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거죠. 리스너보다 래퍼가 더 많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랩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이름을 알리기도 힘든데, 공인된 배틀 대회를 통해서 우승을 하고, 좋은 랩을 선보이면 (최근에 배틀 대회를 휩쓴 언성처럼) 실력을 인정받고,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필 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힙플: 그럼 프리스타일을 잘하기 위한 포인트 같은 것이 있을까요?

S: 대답을 위해 잠시 프리스타일 타운의 활동으로 넘어 가서 프리스타일 타운에서는 \'Diss\'를 주제로 한 프리스타일 랩만이 프리스타일이 아니라 다양한 놀이를 통해 프리스타일을 알리고 있어요. 랩 배틀이 프리스타일의 전부다, 라고 오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 드려요. 프리스타일의 주제는 무한대죠. 김피디 형 결혼 축하드립니다, 라는 주제로 프리스타일로 할 수 있고, 정기(junggigo)형 집 앞 공연 정말 최고에요 또는 마이노스(Minos) 형 하고 같이 살았을 때 주고받던 말들을 프리스타일로로 할 수 있듯이 배틀 만이 아니라 무한한 주제 혹은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 자체도 프리스타일이 될 수 있어요. 프리스타일도 어려운데 배틀에 대한 부담감까지 가질까봐 먼저 말씀을 드렸고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프리스타일이라는 것은 사실 처음에는 하기 어렵잖아요. 어색하고 괜히 낯간지럽죠. 그리고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실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처음 프리스타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자기 자신을 꺼내는 연습부터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프리스타일 타운에서 하는 놀이 중에 제일 먼저 소개 하는 것이 자기소개 놀이입니다. 이름, 나이, 하고 싶은 말을 프리스타일로 하는 거예요. 아주 간단하죠. 랩으로 들려 드리면 “이름은 술제이, 나이는 28, 하고 싶은 말은 오케이!” 이런 식으로 아주 짧게 시작을 하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조금씩 소개 양식을 늘려 가는 거죠. 자신의 장단점, 사는 곳, 취미 식으로요.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오늘 내가 했던 일\', \'오늘 내가 할 일\', 일기를 쓰듯 자신의 생활과 연관 시켜서 프리스타일 해보시면 쉽게 프리스타일에 접근 할 수 있어요. 그 다음에 소개하는 놀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임 캐치\' 놀이입니다. 어떤 단어가 주어졌을 때 그 단어와 라임이 되는 단어들로 말장난을 쳐서 랩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네요. 프리스타일을 할 때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과 함께 내 프리스타일에는 라임이 없어, 라는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라임 캐치를 통해서 라임에만 집중해서 프리스타일을 해보는 시간도 가져 보시길 권해요. 예를 들어, 만약 김피디 형의 이름이 던져지면 (술 제이의 프리스타일 랩이 이어졌다.) \"술제이 프리스타일 판의 대형, 자동으로 돌아가는 내 혀, 핫 뜨거워 건들지 마 너 데여, 술 투 더 제이 프리스타일 대혁명 예아.\" 이런 식으로 대형이라는 이름과 라임이 되는 걸 순간적으로 캐치해서 말장난을 쳐보는 거죠. 라임 캐치 놀이에서는 메시지나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왜냐면 사람들이 프리스타일을 처음 시작할 때 어려워하는 게 라임이 꼭 있어야 된다, 플로우가 멋있어야 된다, 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는 데 저는 그것보다 자기 자신을 꺼내는 작업을 먼저 하고, 조금씩 프리스타일의 재미를 알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 이런 놀이들을 통해서 차근차근 스킬을 키워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놀이 방법에는, 주제 던져주기도 있어요. 커피나 담배 같은 사물이나 아무런 단어를 던져도 되고, 밤길에 미녀 강도를 만났다, 라는 식의 재미난 상황 주제를 던져도 됩니다.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와 프리스타일 퍼포먼스에서 보여줬던 마디 던져 주기 놀이도 있어요. 말 그대로 프리스타일을 할 마디수를 정하고 그만큼만 프리스타일을 하는 거죠. 4마디, 라고 하면 4마디씩만 랩을 하는 식이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놀이를 소개 시켜드리자면 이건 프리스타일 타운에서 만든 놀이인데요. 디스는 있는데 왜 칭찬은 없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을 한 건데 \'칭찬 배틀\'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디스보다 더 힘들어요. 방금 전까지 상대를 깎아내리다가 반대로 치켜세워주어야 하니까요.(웃음) 어찌 보면 억지로 상대의 장점을 캐치해서 말하는 것이라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순간도 되기에 분위기가 훈훈해 지더라고요(웃음)


힙플: 앞서 이야기해 주신 것과는 다른 부분인데요. 관객들이 대회를 관람 할 때 가질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요?

S: 랩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다 관전 포인트가 되는데요. 박자감, 전달력, 라임, 플로우 등은 기본적인 심사의 기준이 되죠. 심사에서 플러스 요인은 당시 상황에 맞는 말을 했느냐, 얼마나 재치 있게 상대를 공격했느냐, 상대방의 랩을 받아치는 펀치라인들이 터졌느냐가 되겠죠. 마이너스 요인은 우선 너무 심한 욕설이나 비방 등이 있어요. 욕설보다는 재치 있는 표현으로 모두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부모님 욕도 금물인데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서 잠시 소개해드릴게요. 경기에 참가한 비건이라는 친구의 랩 중 “나는 널 압박하고 있지. 넌 아빠가 보고 싶을 거다.\"라고 말한 후 관중을 바라보더니 \"나 지금 엄마욕은 안했다.\"라고 랩을 했는데(웃음) 사실 무조건적으로 경직될 수 있는 부모님 관련 공격을 재치 있게 잘 돌려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욕설도 시멘트, 십장생, 초밥, 변신처럼 비슷한 말로 대체해서 사용하면 어떨까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욕이 들어가야 좀 더 공격적인 배틀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욕을 순화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즐길 수 있잖아요. 마이너스 요인에 대해 좀 더 말하자면 상대방의 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동은 금물입니다. 나름의 퍼포먼스로 딴청을 하거나 상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하는 행동은 허용되지만 침을 뱉거나 입 냄새를 풍기거나 해서 상대의 랩에 방해를 해서는 안 됩니다. 제일 위험한 행위는 신체적 터치입니다. 우리는 언어로 상대를 타격하는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체적인 접촉을 하게 되면 자칫 진짜싸움으로 번질 수 있어요. 만약 그런 친구가 있으면 무조건 탈락이고요. 아예 프리스타일 판에서 이름을 파버릴 겁니다. 지금까지 말씀 드린 관전 포인트는 경험을 통해 얻은 것도 있지만 사실 대회를 개최하기 전 많은 선배님들께 자문을 구하며 얻은 지식입니다. 특히 메타 형님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는데 다양한 이야기 끝에 해주셨던 멘트가 기억에 납니다.

\"결국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힙플: 실제 대회에서 심사위원 분들의 가점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의 반응도 많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심사위원으로써 이것이 리튼(written) 프리스타일인지, 프리스타일이 구분이 되는지.. 또 관객들의 반응은 어떻게 캐치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S: 써온 가사와 프리스타일. 그 차이를 모를 것 같지만 확실하게 느껴져요.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랩을 잘해도 감흥이 없죠. 하지만 저는 랩 배틀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해요. 프리스타일 랩 배틀은 준비를 해야 한다, 라고요. 그건 16마디 가사를 다 써서 준비 하라는 게 아니라, 다양한 펀치라인, 상대방의 생김새, 버릇, 이름 등 뭐든지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을 하나라도 더 캐치해서 그 사람을 공격할 무언가를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준비가 없으면 게임이 재미없어져요. 진부한 표현, 단순한 욕설들만 난무하게 되죠.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의 약점을 카운터로 받아 칠 준비가 적어도 몇 가지는 되어있어야 해요. 하지만 단순히 스웨거를 뽐내는 가사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더라도 그 상황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하품만 나옵니다. 최근에 선수들은 상황에 맞는 펀치라인을 잘 준비해오는데 그것이 준비된 것이라는 느낌이 와도 오히려 게임의 질을 높여주기에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결국엔 프리스타일입니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더라도 프리스타일은 예측불가능입니다.(웃음) 오히려 제가 제일 헷갈리는 것 경우는 선수의 친구가 관중석 많이 포진되어 있을 때입니다. 한선수의 랩이 제 생각에는 그리 잘한 것 같지 않는데 이상하게 랩을 할 때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빵빵 터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심사를 보는 중간 중간 관중석을 날카롭게 바라보죠. 진정한 반응인지 무조건적인 응원인지 가려내려 노력합니다. 여러분도 좀 더 게임을 공정하게 즐겨주길 바래요.


힙플: 프리스타일은 거리에서 파생된 문화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거리’ 있잖아 길거리라는 장소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요?

S: 거리는 열린 공간이므로 누구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어느 누구와도 소통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어린이부터 나이든 노인, 힙합을 하는 사람, 밴드 연주를 하는 사람, 그저 길을 가는 행인,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 등 나이와 성별 등을 불문하고 길거리를 공유합니다. 그렇기에 길거리에서 태어난 문화는 모두에게로 전파될 수 있는 의의를 가집니다. 그렇기에 주의해야할 점도 있는데요. 길거리는 프리스타일만이 태어난 공간은 아니기에 길거리를 모두와 평화롭게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유스러움도 좋지만 조금만 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모두와 길거리를 공유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양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길거리라는 공간에 너무 커다란 의미를 두고 오히려 그 안에 갇히는 경우도 없기를 바랍니다.


힙플: 쌩뚱 맞을 수도 있지만, 모든 래퍼들이 프리스타일을 잘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웃음)

S: 프리스타일은 장점만큼이나 커다란 단점을 가진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프리스타일을 잘하면 가사 쓰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프리스타일 타운 세미나 중 프리스타일 랩이 장점과 단점을 구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칼럼에서도 제가 \'프리스타일을 하려면 가사를 쓰세요.\'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죠. 쉽게 말해 프리스타일과 가사쓰기는 구분 지어야 할 다른 형식이라는 걸 말씀 드리고 싶어요. 어느 한 가지를 집중하면 다른 한 가지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니까요.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말합니다. 만약 래퍼가 꿈이라면 프리스타일은 안 해도 되니까 가사를 더 많이 쓰라고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프리스타일을 잘하면 가사 쓰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프리스타일은 자기도 모르던 자신의 본능을 끄집어내고, 랩의 재미를 북돋아 줍니다. 모든 래퍼들이 프리스타일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부정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프리스타일은 자유이기에 강요할 순 없지만 권유할 뿐입니다. 프리스타일 너무 재밌습니다. 함께 하시죠.(웃음) 배틀이 아닌 프리스타일에서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랩을 나누는 그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랩을 통해 진실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죠. 만약 프리스타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어느 래퍼라도 랩의 매력을 반도 채 못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래퍼들이 프리스타일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힙플: 국내에서 프리스타일을 하면 떠오르는 뮤지션이 술제이, 허클베리피, 제이제이케이인데요. 프리스타일러 이면서 레코딩도 하는 뮤지션들인데. 음.. 프리스타일의 즉흥적인 면과 레코딩을 통해 예를 들어 하나의 콘셉추얼(conceptual) 한 작품을 만드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S: 네. 다르죠. 이 부분은 언성의 말을 먼저 들어볼게요.

언성 (이하, 언): 차이가 너무 확연 한데요. 저는 이런 생각과 입장이에요. 프리스타일 랩을 취미로, 특기로서 즐기는 래퍼들에 순발력이랄까요?? 라임을 캐치해내는 회전력이 우수하다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같이 가사를 쓰고 작업을 하던 와중에 적절한 비유나 라임이 막힐 때 저에게 툭툭 던지면서 어휘나 표현들을 갈구하는데 제가 순간적으로 라임들을 발음상의 유사성을 띄고, 툭툭 뱉으면 좀 놀라더라고요.(웃음)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거의 모든 프리스타일러 들이 메이킹 과정에서 빛을 보는 메리트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물론 \"프리스타일 엠씨다. 리튼 엠씨다. 프리스타일래퍼들은 가사의 깊이나 내용적인 측면이 떨어지고 쉽게 쓴 가사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대부분의 평가는 어느 정도 공감도 가고 인정도 하는 부분이지만 저는 래퍼들을 프리스타일 엠씨-리튼 엠씨로 나누고 양극화 시켜가는 여론들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두 부류 모두를 소리꾼의 범주에서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레코딩 스킬 역시 프리스타일러 들이니까 고충이나 단점이 있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안타까워요.

S: 일단 언성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동감을 하기는 하는데, 반대 생각도 있어요. 이 질문은 모든 프리스타일러들 에게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라 생각해요. 랩이라는 큰 맥락에는 포함되지만 리튼과 프리스타일은 결국에는 구분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성 말대로 프리스타일 능력이 가사를 잘 쓸 수 있는 센스나 재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프리스타일에만 국한된 훈련을 하는 프리스타일러 들은 주로 배틀만 준비하다보니 프리스타일은 잘하지만 가사 쓰기에는 게을러지기도 합니다. 펜을 들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죠. 또 즉석에서 라이브로 랩을 주로 했기에 녹음 스킬이 떨어질 수도 있겠죠. 아까 전 질문에서 대답했듯 저는 세미나에서는 꼭 프리스타일의 단점을 짚고 넘어갑니다. 세미나에 오신 분들 중에서 직업으로써 진지하게 랩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프리스타일은 안 해도 된다. 가사를 더 많이 써라. 단순히 취미 생활이나 활력소라고 생각하고 프리스타일을 즐기셔도 상관없지만 래퍼로서 살아가려면 프리스타일보다 가사쓰기를 중점으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프리스타일이 한순간 커다란 에너지를 꺼낼 순 있지만 그게 상황에 맞는 말이기 때문이지 레코딩에서 다양한 주제나 짜임새 있는 구성에는 다소 취약해질 수 있어요. 또한 프리스타일러 들이 가진 숙명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한 래퍼가 프리스타일러로 이름을 알리게 되면 리스너들은 그 래퍼에 대한 프리스타일에서의 기대치를 레코딩에까지 적용시킵니다. 그 기대치가 상당히 높기에 레코딩에서의 실력이 조금 폄하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언성의 자신감 있는 말은 잘 들었지만 언성이 그만큼 가사 쓰기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프리스타일러들은 자신이 하는 프리스타일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가사 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힙플: 같은 맥락에서 시간 투자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S: 아무래도 가사를 좀 더 신경 써서 잘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터뷰에 오는 길에 언성과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렸을 적에 제 레코딩이 별로다, 가사가 별로다, 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그 당시에는 크게 발끈하곤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당시의 결과물들이 그런 피드백을 받아도 될 만했다, 라는 겸허한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지금도 제 랩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프리스타일러 로서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 보다는 어쨌든 제가 가지고 있는 랩이 프리스타일러 적인 면도 있고, 리릭시스트 인면도 있다는 것을 모두 다 보여주는 게 끝없는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힙플: 두 분 다 프리스타일러로서의 활동 외에도 여러 계획이 있으실 텐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릴게요.

언: 술제이 형과 타래 형이랑 준비하고 있는 음반이 있고요. 씬에서 85년생 친분이 있는 래퍼, 프로듀서, 아트디렉터 굵직한 정말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런 여러 사람들과의 음반작업 진행 중에 있어요. 더불어 제 싱글작업도 준비 중에 있고요.

S: 언성 이 친구는 제가 속한 블루사운드 라는 크루에 속해있어요. 제가 프리스타일러 로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덜 겪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생각이에요. 또, 언성이가 말 한 대로 2006년 밀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타래라는 친구와 세 명이서 프리스타일 삼인방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세 명 모두 프리스타일러 로서 타이틀이 있고, 호흡이 잘 맞아서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힙플: 프리스타일 타운의 미래는요?

술: 소박하게 말씀드리자면 프리스타일 타운은 지금까지 해왔던 걸 꾸준히 이어가기만 해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프리스타일 타운을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왔던 중심 운영진들도 각자의 길로 떠나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그저 다 좋아서 시작했고, 지금도 어떤 이득을 바라고 프리스타일 타운을 꾸려가는 건 아닙니다. 프리스타일 타운은 비영리단체이니까요. 또한 프리스타일 타운이 어떤 기득권 세력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모여 프리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장을 열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진심된 목표는 비보인 문화만큼이나 프리스타일 문화를 크게 부흥 시키고 싶습니다. 프리스타일이란 문화가 가진 장점을 알리고, 기업과 연계해서 프리스타일 대회를 더욱더 크게 만들어 가고자합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프리스타일 타운은 계속해서 프리스타일 대회와 행사를 개최하고 전국을 뛰어 다닐 것입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인 8월 달에 (프리스타일 타운만의 활동은 아니지만) 프리스타일 판의 행사인 프리스타일 원 대회가 있어요. 프리스타일 타운에서 일 년에 한 번 개최하는 \'FREESTYLE DAY\' 대회를 늦어도 9월이나 10월쯤에 열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고요. 프리스타일 문화를 널리 알리려 홍보를 하고 있고, 프리스타일 문화가 서울뿐만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달릴 겁니다. 그리고 프리스타일 타운의 활동뿐만 아니라 현역 래퍼로서 끝없이 행진하겠습니다.

오케이! 술제이와 언성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HIPHOPPLAYA.COM) 관련링크 | 프리스타일 타운 ( | http://club.cyworld.com/…

23 Comments 송영우

2010-07-06 16:06:55

감동의 1등ㅠㅠㅠ

신채환

2010-07-06 16:07:14

선리후감

배주혁

2010-07-06 16:20:24

저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먼저 공격하라고 하면 받아치는 식으로 랩을 주고받았는데 전화를 끊을 때쯤에는 상대방 친구가 공손하게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를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동호

2010-07-06 16:34:02

선리후감

Rakae Hell

2010-07-06 16:38:11

선리후감

정예나

2010-07-06 16:49:33

선리후감 ㅎ 생각보다 상위권

여다빈

2010-07-06 16:50:58

어..어라? 방금 뜬거구나 잘~ 보고 갑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김건희

2010-07-06 17:37:32

글쿤

임대환

2010-07-06 18:48:25

흠 언성님이 원래 술제이님과헉피님이랑아는사이셧구나

손한빈

2010-07-06 19:09:21

선리후감

정호중

2010-07-06 22:51:58

아까 닞에 없었는데 생겻네;

오승환

2010-07-07 01:04:33

성훈이형 승환이 왔다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영민

2010-07-07 11:47:25

언성 우리학교 동아리 선배님임 그냥 자랑하고 싶어서

Rummer

2010-07-07 12:07:54

술제이와언성 오우

김경숙

2010-07-08 22:45:53
| http://club.cyworld.com/… 언성싸이월드클럽이 생겼습니다!!많이 가입해주시고 들려주세요~~!!!!^-^

장동윤

2010-07-09 04:56:04

선리후감 히

김병규

2010-07-09 15:23:39

선리후감ㅋㅋ

이채림

2010-07-09 16:45:12

와아.. 술제이 + 언성 !

곽달호

2010-07-14 13:35:10

댓글이 적네...

장진영

2010-07-14 15:51:27

지들끼리 칭찬하고 있네 ㅎㅎ

이민영

2010-07-19 14:19:58

ㅋㅋ 언성 기대할만하던데 ㅋ

전지영

2010-07-19 14:57:23

우와우

임재성

2010-08-15 16:15:07

술제이 인터뷰 퍼가겠습니다.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4780&page=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