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이름없는 MC의 첫번째 발자국, [유수] 인터뷰
힙플 23031 2009-05-28 12:41:10
힙플 : 힙합플레이야 회원 여러분께 인사부터 부탁드립니다.
유수 : 안녕하세요! 힙합플레이야 회원 여러분. 2009년 5월 EP [이름 없는 MC]를 발매한 ‘유수’라고 합니다. 음악을 시작하던 꼬마 시절부터 힙합플레이야와의 인연은 깊습니다. 게시되었던 많은 글과 회원님들의 Feedback으로 인해 힙합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는 날이 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힙플 : 먼저 '유수' 라는 닉네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유수 : 제 이름 ‘유수’에는 사실 크나큰 뜻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한때는 흐를 유, 물 수를 써서 한자로 ‘流水’라고 명기하기도 했었는데요. 물을 보면 날씨에 따라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날도 있고, 잔잔하게 흐르는 날도 있잖아요. 음악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표출할 수 있는 MC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고자 ‘유수’라고 짓게 되었어요.
사실 예전에는 ‘Platunatz’ 라는 이름을 썼었는데요. 이 이름은 올리버 스톤의 영화 ‘PLATOON’을 너무 감동 깊게 봐서, 어린 마음에 동경하는 뜻을 담고자 지었던 이름이죠. 근데 뜻이 너무 모호하고 다들 읽는 방법이 다양하셔서 철수, 영희, 돌쇠, 바보와 같이 간단하고 외우기 쉬운 이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간단하고 외우기 쉬운 ‘유수’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힙플 : 어떻게 해서 힙합 음악을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계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수 : 저는 중학교 시절에 락덕후였어요. 콘(Korn),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림프 비즈킷(Limp Bizkit),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등 메탈 음악에 열광했었죠. 그러다 림프 비즈킷의 2집에 수록 된 ‘N 2 Gether Now’라는 트랙을 듣게 되었습니다. 프리모 비트에 메쏘드 맨이 피쳐링한 곡인데요. 이 한 곡이 제 인생을 바꾸었죠. 그 전에 들었던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전율을 선사해주었어요.
그 때 이후로 힙합과 네그리튜드(negritude 문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랩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가득했던 시절이었어요. 그 당시 하자 센터에는 메타 형님이 강의하시는 힙합 강좌가 있었는데요. 저의 랩을 녹음할 수 있다기에 당장 신청했고, 처음으로 곡을 만들 수 있었어요. 물론 저의 곡을 만들었다는 것도 중요했지만, ‘정말 특이한 톤이다. 계속 랩을 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라던 메타 형님의 말씀이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자연스레 가사를 쓰고 녹음을 했죠.
그 이후 ‘라임에게 묻는 나의 목소리’라는 Crew와도 함께 해보고, 지속적으로 공연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동료 없이 혼자 하는 것에 점차 부담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도중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몰리디(Molly.D)를 만나게 되었어요. 친구이자 동료로 같이 음악 작업을 계속 하다가, 결국 그 당시 꽤 한다고 생각되는 또래 친구들을 모아 ‘늘픔패거리’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힙플 : 윗 답변에 언급됐던 늘픔패거리에 대한 소개와 소속 뮤지션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 : ‘늘픔패거리’는 88년생으로 모여진 힙합 Crew입니다. 2006년부터 여러분께 다가가고자 음악을 선보였어요. ‘늘픔’은 순수 우리말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이라는 뜻이에요. 사실 한글로 만들어진 크루 이름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좋은 뜻을 담은 크루 이름을 만들고자 했어요. 종종 늘품패거리, 늘폼패거리, 늘픔패밀리 등으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만, 정식 명칭은 ‘늘픔패거리’입니다.
저희는 레이블이 아니어서 따로 음악 비즈니스적인 활동은 하지 않아요. 같이 하고 있는 친구들로는 디모닉(Demonicc), 몰리디(Molly.D), 건고(Gungo), 스캔들러스(Skandalous)가 있고요. 또한 정식적으로 함께 하고 있지 않지만, 항상 행보를 같이 할 베가플로우(VegaFlow)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늘픔패거리’ 음악의 색깔은 잘 아시지만, 멤버들 각자의 색채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는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스펙트럼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어요. ‘늘픔패거리’로써 발매되었던 음악은 우리 멤버들의 타협점에 선 음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다들 군에 입대했거나, 입대를 준비 중인 상태여서, 현재로써는 함께 하는 모습은 보여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가 각자의 음악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날이 오게 되면, 그 때 늘픔패거리의 정식 컨필레이션 앨범을 내고자 약속했어요. 여러분들에게 ‘늘픔패거리’의 이름으로 다가설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힙플 : 유수씨에게는 눈에 뛰는 경력이 보입니다. MC인 동시에 독립영화 감독인데 이 부분에 대해 소개와 연출하신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 :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도 영화 연출을 전공 중이고요. 2006년 ‘아! 대한민국’이라는 작품을 연출하여 제 10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제 6회 퍼블릭엑세스시민영상제 등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독일 하노버필름페스티벌, 베를린미디어페스티벌 등에 초청되었습니다. 또한 ‘젊은 날의 초상화’라는 작품의 시나리오에 참여해 제 12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된 이력이 있고요.
국내외에 제일 소개가 많이 된 ‘아! 대한민국’은 정태춘 선배님의 동명의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예요. 작품을 통해 돈과 비리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폭로하고자 했습니다. 계속 머리가 커서 그런 건지, 지금 보면 되게 부끄러움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영화를 찾아 제 음악과 비교하여 감상하시게 되면, 제가 어떤 사고와 성향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힙플 : MC와 영화감독... 어떻게 보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는데 본인이 느끼는 엠씨와 영화감독 각각의 매력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 : 힙합으로서의 MC와 영화로서의 감독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상이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MC는 상당히 호전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 반면, 감독은 일반적으로 진중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만약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러닝 타임 내내 주인공이 영화의 주제를 주저리주저리 설교한다면 정말 재미없으시겠죠? 영화는 결코 직접적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바가 없습니다. (물론 있기야 하지만 우리가 표현하는 ‘좋은 영화’는 아니죠!) 영화는 주인공에게 당면하는 사건과 감정을 보여주고, 관객이 스스로 동화되게끔 합니다. 관객은 누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주인공(혹은 그 상황)과 혼연일체가 되어 느끼고, 울거나 웃게 되죠.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고요.
이에 반해 MC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성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제일 기본적인 수단이 언어잖아요.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 RAP이라는 장르고요. 물론 추상적인 가사 등으로 ‘직접적이지 않다.’라고 할 수 있는 RAP들도 있지만, 그건 대안적인 시도라고 보고요. 초기 RAP의 원류를 찾아보자면 사회나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호전적인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죠. RAP이라는 장르 자체가 호전적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에요. RAP이라는 매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타 예술 장르에 비해서 호전적이라는 뜻이죠.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매력은 결코 비교하거나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매력이라는 것이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기보다는, 제 작품을 누군가가 감상해주고 반응해주는 것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와 같은 경우는 이야기 하고자 하는 모티브를 얻게 되면, 이것이 영화와 음악 중 무엇을 통해 더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작업을 하게 되요. 그리고 각자의 작품에서 얻어지는 수확의 가치는 모두 동일해요!
여담이지만, 인간이 자신의 창작하고자 하는 욕망은 본능적이라고 알고 있어요. 단지 자신에게 제일 익숙하거나 어울리는 수단을 찾을 뿐이죠. 다들 아시는 스티븐 스필버그나 알프레드 히치콕도 흑인 슬럼가에서 태어났다면 최고의 MC가 되어 있었을 것이고, 2PAC이나 BIGGIE 또한 영화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최고의 감독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힙플 : 이번 [이름 없는 MC]를 구매하신 분들은 아실 텐데 CD에 연필이 들어 있잖아요. 이 부분에 의미가 있다면 또 그 외 앨범 디자인 적으로 공들이신 부분이 있다면
유수 :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연필을 넣은 것은 저의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저는 예전부터 제 3세계 힙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채팅방 등을 돌며 모로코 힙합, 러시아 힙합 이런 것들을 공유하여 즐겨 듣곤 했는데요. 그 와중에 뉴질랜드 뮤지션인 Scribe 라는 MC를 알게 되었어요. 생긴 것은 완전 마오리족인데 탈립 콸리랑 작업하는 등 국제적인 음악 활동을 하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Rhyme Book]이라는 그의 앨범을 뉴질랜드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앨범에는 연필이 들어 있었죠. 너무 예뻐서 ‘아!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 싶었어요.
물론 앨범과의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저는 컴퓨터로는 가사를 쓰지 못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어서 자필로 가사를 씁니다. 앨범의 전체적인 아트워크도 실제 손으로 그린 그림이 지배적으로 차지하고 있고요.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저는 제 음반을 구입하시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 재미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음반을 구입해서 들었는데 아트 워크가 조악하면 너무나도 허무하곤 했거든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정기권 끊고 음악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요.
껍데기가 중요한건 아니라고들 말씀하지만, 저는 디자인도 충분히 제 음반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저는 1년 넘게 죽어라 제 음악을 위해서 고생했는데, 막상 음반 판매점에서 이 껍데기를 통해 제 음반 구입 여부가 판단되는 게 너무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필름으로 몇 백 장씩 사진을 찍고, 작가에게 일러스트도 맡기고, 편집 디자인도 따로 맡겼어요. 직접 음반을 구입해주시는 분들에게 품격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구입하신 분들이 만족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힙플 : 앨범 타이틀과 타이틀곡이 동명인 '이름 없는 MC'입니다. 앨범 타이틀과 타이틀곡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 : 저는 [이름 없는 MC]라는 타이틀을 선정하면서, 매우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자 했어요.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 힙합신은 상당히 작습니다. 또한 마니아층의 취향도 매우 고정적이기 때문에 새로이 뛰어드는 신인에 대한 관용도가 그리 넓지 못하다고 느껴져요. 공연 문화도 발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신인들 입장에서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고요. 결국 대부분의 홍보 수단은 유명 크루에 속해져 있다거나, 인맥이 있는 유명 뮤지션의 앨범에 피쳐링을 했다거나, 아니면 노이즈 마케팅이거든요. 사실 순수하게 음악만 가지고 승부하면 앨범 제작비용도 챙길 수 없는 게 다반사죠.
그래서 뮤지션들은 인지도에 목을 매요. 자신에 앨범을 팔아줄 수 있는 유일한 척도가 되거든요. 물론 뮤지션으로서 명예를 챙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때로는 그 수위를 넘어서는 일들이 많아져요. 요즘 범람하고 있는 디스전도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준다고 보거든요.
저는 그래서인지 더욱 ‘이름 없는 MC’이고 싶었던 거예요. 난 노이즈 마케팅도 하지 않고, 유명 크루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으며, 인맥도 전혀 없지만 좋은 음악을 한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어요. 비록 나는 이름 없지만, 내 음악은 결코 이름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동명의 타이틀 곡 '이름 없는 MC' 도 그러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저는 어린 시절 가수, 연기자가 꿈인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어요. 개중에는 카라, 원더걸스와 같이 유명한 가수가 된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사실 부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코 저보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다르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한다고 하면 TV, RADIO에 나오고 유명세를 타는 것을 옳은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것과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아는 ‘음악’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비록 제가 지금은 형편없으며 이름 없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제가 믿고 있는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름 없는 MC]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노래예요. 자본과 대중성에 무릎 꿇지 않고, 순수한 예술 그 자체를 이뤄내려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도 항상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지만,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나면 언젠가 빛을 보리라 믿어요.
힙플 : 늘픔패거리 멤버가 모두 참여한 인트로 성격의 '형제의 철길'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 : ‘형제의 철길’은 저희 늘픔패거리의 포부와 다짐이 담긴 곡이예요. 이 곡을 작년 초에 작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모든 멤버들이 소년기를 벗어나 사회의 각박한 면도 알아가고, 저를 포함한 몇몇은 음악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을 가지던 시기였어요. 사실 학생 때는 단지 즐거움 하나만으로도 음악을 할 수 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돈 문제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음악을 재고해 볼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죠. 그래서인지 그 당시에는 서로의 관계가 소원하기도 했었어요.
고민하던 시간들을 담아낸 곡이예요. 곡을 작업할 때도 여타 유사한 곡들과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힙합 음악에는 이런 주제가 상당히 많잖아요. 다른 음악들과는 조금 다르도록, 최대한 시적으로 쓰려고 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늘픔패거리 형제들이 모두 참여한 이유도, 이 곡이 제 소유의 곡이라기보다는 ‘늘픔패거리’의 곡이길 원했던 거죠. 저는 나름대로 많은 것을 담았다고 생각하는데, 들어주시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참 궁금해지는 곡이기도 하네요.
힙플 : '천사를 봤다' 곡은 독특한 주제로 스토리 텔링을 해주었는데 이곡의 모티브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핑크펠리스' 라는 비슷한 주제의 영화를 접한적이 있는데 혹시 그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으신건지)
유수 : 핑크 펠리스라는 작품을 아시는군요! 저와 같은 영화제에 초청된 바가 있어 저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 영화를 모티브로 작업한 것은 아니고요. 과거에 어떤 사이트에서 성매매 업소에서 첫 경험을 했다는 장애인 분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분의 글을 보고, 이것을 꼭 영화로 작업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막상 시나리오를 쓰는데 이런 소재의 영화가 상당히 많을뿐더러, 촬영에도 많은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포기했지만요.
그 후 이번 음반 작업을 진행 중에 몰리디(Molly.D)가 비트 하나를 들려줬는데, 딱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상당히 빠르게 작업을 한 트랙입니다. 영화 ‘핑크 펠리스’와는 조금 다른 주제를 담았어요. 그 작품은 장애인의 성문제를 주제로 다루잖아요. 그에 반해 ‘천사를 봤다’는 사회에서 괄시되는 이들끼리 만났으나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을 담고자 했어요. 그들이 만약 장애인이 아니고, 창녀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사랑할 수도 있었다고 믿거든요. 하지만 사회에서 붙여버린 계급으로 인해 그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사이인거죠.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그녀는 꿈과 같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천사였던 것이고요. 한 곡의 노래이기도 하지만,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으로 만들어보고자 한 트랙입니다.
힙플 : 앨범 전반적으로 참여해 준 몰리디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또 두 분께서는 'Vaccine & Virus' 라는 팀으로도 활동을 하시는데 이 팀의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유수 : 몰리디(Molly.D)와는 너무 어릴 때부터 작업을 해서 너무 마음이 잘 맞아요. 서로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죠. 음악적 관계 외에도 너무나 절친한 친구고요. 학창시절 때도 제가 전교회장이고 몰리가 전교부회장으로서 학교를 말아먹은 추억도 있어요. 제 앨범 작업을 자기 일 같이 도와줘서 너무 고맙죠. 평생 같이 음악을 할 친구예요.
‘Vaccine & Virus’도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공연을 하면서 만든 팀 이름이에요. 백신과 바이러스는 선/악이기도 하고,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그 둘이 항상 축을 이뤄 상존하잖아요. 몰리와 저는 서로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고의 라이벌이자 최고의 듀오예요. 그런 뜻을 담은 팀 이름이기도 하고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Vaccine & Virus’ 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할 거예요.
힙플 : 앨번 전체적으로 신인 MC로서 20대 초반의 청년으로서 고민이 느껴지네요 작업하면서의 환경이나 심리가 많이 반영된 것 같은데 이점에 대해서...
유수 : 주변인들은 제가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처음 앨범을 준비할 때도 과연 내가 이뤄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유명 뮤지션들께서는 사람들의 기대로 인해 음반을 내기가 꺼려진다고 말씀 하시지만, 사실 저와 같은 신인에게는 그런 기대는커녕 무관심이 더 두렵거든요.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제 음악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중고등학생 시절의 미흡한 결과물들이었기 때문에 아마추어라는 인식도 강했죠.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제작비를 벌고자 고생 아닌 고생도 많이 했고요. 작업을 하면서 강한 척도 해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저의 불안한 심리들이 여과 없이 반영 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희망찬 척 하려고 애써 가사를 쥐어 짠 것 같기도 해요. 고민을 이야기하는 트랙들의 결과가 모두 ‘좋은 미래가 있겠지.’ 라는 식으로 끝내버려서 아쉬운 점이 많아요.
힙플 : 작업 중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 : 케슬로(Keslo) 형님과의 작업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예전부터 정말 팬이었고, 임팩트 있으면서도 마일드한 느낌이 나는 형님의 곡들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 때까지 제 앨범의 프로듀싱은 이데올로기 형님, 몰리디, 스캔들러스 뿐이었는데요. 타이틀로 내놓을만한 강력한 곡이 없어서 마음고생이 심했었어요.
이렇다 할 인맥도 없고, 그 동안 해왔던 결과물도 없는 상태여서 케슬로 형님을 과연 컨텍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몰리디를 통해 인사를 드리게 되었고, 조심스레 작업 제안을 드렸는데 너무 흔쾌하게 수락을 해 주시는 거예요. 그 이후로 곡 작업뿐만 아니라 앨범 제작 내외로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힘을 내서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힙플 : 위 소개해준 곡 외 리스너(listener) 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어줬으면 하는 곡이 있다면
유수 : 모든 트랙들이 제 자식과 같아서 도저히 특정 곡을 추천해 드리지 못하겠네요. 한 곡 한 곡 모두 깊은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 했어요. 많은 곡들을 작업했고, 앨범에 일관성이 없거나 필요성이 없다면 다 제외 시켰어요. 심지어 늘픔패거리 단체곡도 빼버렸거든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작업물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제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분이시라면, 단 한번만 제 음반을 돌려주시길 바랄게요. 후회 없는 시간이 되실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 어떤 트랙이든 말예요.
힙플 : 롤모델로 삼고있는 뮤지션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유수 : Stony Skunk는 항상 저의 롤 모델입니다. 정말 그 형님들의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장르와 스타일을 불문하고, 그 분들은 저의 음악에 정말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타일에 있어서도 답습한 부분이 상당히 많고요. 그 분들이 만드신 음악은 제 음악 인생에 교과서예요.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FAN으로서 항상 지지할 뮤지션입니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 어떤 분부터 말씀 드려야할지 난감하네요. MC로서는 먼저 UMC 형님과 Jerry,K 형님을 꼽고 싶습니다. 두 분의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의식 있는 행보에 많은 감명을 받았거든요. 저 또한 그러한 음악들을 하고 싶고요. 또한 NASTYZ 형님들과도 같이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가장 언더그라운드 MC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Underground Movement나 Mixtreet.com의 취지도 정말 좋고, 후배들을 배려해주시는 모습은 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어요.
프로듀서로서는 Mild Beats 형님, EachONE 형님과 꼭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Unsporken Beats의 음악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기본적인 작법 방식에 충실하면서도 항상 신선한 음악을 보여주셨거든요. 시대가 변하면서 트렌디한 사운드를 추구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언스포큰 비트 크루처럼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음악을 보여주시는 분들은 몇 없는 것 같아요. 한국 힙합의 보물과 같은 분들이시죠.
힙플 : 신인 엠씨로써 느끼는 한국 힙합씬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유수 : 저는 한국 힙합이 결코 타 문화권의 힙합씬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달 발매되는 뮤지션들의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자면 놀랄 때도 많아요. 자국어를 이용한 랩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많이 되어 있고요. 음악적인 다양성 또한 깊이 있게 시도되어지죠. 척박하다고도 할 수 있는 한국 땅에서 이정도로 좋은 음악들을 해주시는 선배님들을 보고 있자면, 한 없이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하지만 이런 높은 질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너무 작다고 생각을 해요. 특히 언더그라운드의 발전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언더그라운드는 결코 메인스트림의 wannabe를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에요. 모든 음악의 발전을 촉매 하는 곳이 바로 언더그라운드라고 생각해요. 한국 힙합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의 활성이 제일 큰 몫을 차지한다고 봐요.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에 대한 수익 창출 구조는 너무 형편없다고 느껴요. 돈이 없어도 음악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뮤지션에 대한 환상은, 사실 영화 속의 이야기에 불과해요. 물론 음악으로 벼락부자가 되길 원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최소한 뮤지션들이 판매량에 전전긍긍하여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져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리스너분들이 트렌드에 따라 음악적 색깔을 바꾸거나,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을 비판하시지만, 이것은 결코 뮤지션들만의 문제가 아녜요. 뮤지션들에 대한 충분한 수입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힙합플레이야 같은 웹진도 더욱 많이 생겨서 올바른 경쟁 관계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공연 문화도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이 문화를 많이 발전시켜주었지만, 이제 인터넷은 져버려야 한다고 느껴요. 한국 힙합이 50~100년 계속 번창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끄고 거리로 나와 주셔야 해요. 인터넷 저널리즘이 인쇄 저널리즘을 따라갈 수 없듯, MP3는 CD를 따라갈 수 없고, 동영상은 실제 LIVE 현장을 따라갈 수 없어요. 한국 힙합에 대한 FAN들의 의식 있는 행동이 이 문화를 계속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힙플 : 6월 21일 열리는 몰리디와의 더블 쇼케이스 소개와 앞으로의 계획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수 : 먼저 6월 21일은 몰리디(Molly.D)가 군 입대를 하기 이틀 전이예요. 그에게는, 그리고 Vaccine&Virus에게는 거의 마지막 쇼케이스죠. 일요일이긴 하지만, 좋은 게스트분들이 와주시기로 약속 되어 있고요. 우리가 주최하는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저는 두 번째 앨범을 준비함과 동시에, 그 과정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해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앨범 제작의 전 과정을 담아서 인터넷을 통해 스트리밍하고 싶어요.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 어떤지 알고 싶은 분들에 대해, 그리고 발매 된 앨범을 더욱 재밌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 위해 그러한 기획을 했어요. 또한 앨범 외에도 다양한 곳에 참여하여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힙플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유수 : 너무 인터뷰 분량이 길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요. 인터뷰를 제안해주신 힙합플레이야에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과 행동으로 여러분들에게 다가서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기대를 부탁드릴게요!! 부디 유수, 그리고 늘픔패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고맙습니다!
인터뷰 | 최현민 (HIPHOPPLAYA.COM)
37 Comments 김가람
2009-05-28 17:02:42
오오 일단 선리 ㅋ
이민식
2009-05-28 17:12:30
호오.......
라희연
2009-05-28 17:35:35
우왕 ...
배세준
2009-05-28 18:03:05
몰리 ㅠㅠ
이하민
2009-05-28 18:53:36
사진들두너무에뿌다
박종석
2009-05-28 19:03:37
오왕 짱이다 ㅋㅋ
고수완
2009-05-28 19:13:00
짱
박지성
2009-05-28 20:01:46
와.. 쩐다 영호감독 . 개념인이다
장미
2009-05-28 20:46:47
유수가 진리야!!!!!!!!!!!!!!!! ㅠㅠㅠ 6월 23일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신용우
2009-05-28 21:06:34
'천사를 봤다' 곡은 리슨어(listener) 이번 인터뷰 괜찮네요.
케이엠
2009-05-28 22:01:25
리슨어 → 리스너 아닌가요..?
이지혜
2009-05-28 22:33:03
잇힝~♥
이지훈
2009-05-28 22:37:07
유수 짱좋음 ㅠㅜㅠ 몰리디도 ㅠㅠㅠ 백신바이러스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여 ㅠㅠ
HipPlaya
2009-05-28 22:55:16
진짜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 앨범사서 진짜 잘듣고있어요~~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되는 뮤지션 유수
백승대
2009-05-28 23:35:27
진짜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2) 모두가 군제대후 컴필앨범 기대할게요 ~~!
박석수
2009-05-29 00:12:55
진짜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3) 우와 진짜. 짧으면서 알찬 인터뷰..
김윤희
2009-05-29 01:50:37
유수 멋진 사람이네요
김경호
2009-05-29 16:00:03
호오
차승일
2009-05-29 17:13:44
비슷한 나이인데도 앤덥의 인터뷰와 유수의 인터뷰의 질이 너무 틀리다... 언더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시점이라던지 한마디 한마디에 감탄이 절로 나올만큼 얼마전 올라온 88kids 와 함께한 인터뷰에서의 정말 철부지 애같았던 앤덥과는 너무 인터뷰 느낌이 다르네요
김현진
2009-05-29 18:30:37
1 스물 두 살 청년과 고등학교1학년 학생이 비슷한 나이라니요
차승일
2009-05-29 23:03:15
앤덥이 고1이였나요?ㅋㅋ 제대로 몰랐네요 ㅋ 앤덥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요 ㅋ 그럼 나이탓인지는 몰라도 말하는게 차이가 많이 나네요
박경미
2009-05-29 23:42:42
유수님 앨범 굉장히 좋은가보네요.. 한번 구입해 봐야겠음
유병덕
2009-05-30 00:40:32
앨범 사서 다 들어봤음. 그 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확실함. 친해지고 싶은 사람.流水
이민기
2009-05-30 01:26:44
대단하군요 평소 제가 생각하던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 정말 개념있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김지은
2009-05-30 20:08:53
나와 동갑내기들^0^.. 귀엽당
한규민
2009-05-30 20:11:02
인터뷰말한마디한마디가간지터지네요ㅋㅋㅋ 앞으로그렇게멋진랩도보여주시길기대~
김덕중
2009-05-31 00:22:49
아 완전 늘픔빠 될꺼같아요ㅎㅎ
이종민
2009-06-02 13:59:34
유간지 다
이아람
2009-06-02 23:03:30
ㅇㅎ
추선엽
2009-06-09 18:28:17
유수형이랑 악수했담 오에
오하나
2009-06-13 13:34:27
학창시절 때도 제가 전교회장이고 몰리가 전교부회장으로서 학교를 말아먹은 추억도 있어요. 아하하 귀엽닷ㅋㅋ늘픔 너무 좋아2022년 2월 10일 (목) 19:27 (KST)~
서민경
2009-06-23 18:00:00
늘픔 예아
김홍년
2009-06-24 13:49:26
앨범듣고 진짜 한마디로 뻑가버린 1人...ㅋㅋ 늘픔패거리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ㅋ
김윤균
2009-07-04 21:09:26
유수님 죄송해요 저 앨범 못삼 ㅠ.ㅠ
심아름
2009-12-13 23:38:11
진짜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5)
박민지
2010-02-20 20:47:35
유 투더 수 짱
변광범
2010-02-21 00:22:11
유수 ㅎㅎ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7983&page=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