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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0.12.18 15:07추천수 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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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No Genre] (2010, BoBAtl.com)
01. Beast Mode 02. So So 03. How U Do That 04. Feet Don't Fail Me Now (featuring T.I.) 05. Higher (featuring Playboy Tre, Cyhi Da Prynce, & Bun B) 06. Shoot Up The Station 07. Not Lost (featuring T.I.) 08. Cold As Ice 09. The Watchers 10. Batman Flow (featuring Donnis) 11. American Dreamin 12. Grand Hustle Kings (featuring Young Dro & T.I.) 13. Dr. Aden 14. Attraction 15. Game Time 16. I'm Beamin (Remix by All City Chess Club)
하일성씨가 아무리 요리 프로그램 MC를 잘본다고 해도 야구 해설을 하고 있어야 그답지 않습니까. B.o.B의 미치도록 신선했고 상큼했고 이쁘고 훌륭했던 데뷔 앨범 "B.o.B Presents: The Adventures Of Bobby Ray"는 사실은 大 '그랜드 허슬'이라는 '힙합' 레이블의 성격과는 아주 살짜쿵 벗어난, 모던락-얼터너티브 팝/록과의 하이브리드성 성격이 강한 앨범이었죠. 예, B.o.B가 아무리 상큼하고 달콤한 팝송들을 들려주는데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한번 제대로 된 '힙합'을 또 보여줘야 그답지 않겠어요? 며칠 전에 나온 이 믹스테잎 "No Genre"는 그런 의미에서 앨범 타이틀과는 다소 역설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7년에 발표한 데뷔 믹스테잎인 "The Future" 이후로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결과물들 통틀어 이번 믹스테잎은 가장 '힙합'이라는 정수에 근접한 느낌이거든요. B.o.B는 여기서 이럽니다. "내 근본을 보여주께!" (제목이 참 역설이죠. 여담이지만 90년대 인디록 그룹 Helium도 "No Guitars"라는 기타 소리 가득한 EP를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비슷한 전례인가요)
말씀 드린대로 첫곡부터 초강력한 사우스 힙합의 정기를 내뿜으며 시작합니다. Kanye의 "Monster"에 대한 오마쥬, 내지는 화답곡임이 분명한 "Beast Mode"는 프로듀서 Infinity의 순도 100% 신디사이저음을 바탕으로 B.o.B가 특유의 밀고 땡기는 플로우로 잡아 족칠 것 같이 상당히 초강력하게 랩을 내뿜습니다. "Nothin On You"에서의 그 부드러움은 잊으세요. 그리고 조심하세요. 야수가 된 B.o.B가 당신의 귀를 마구 물어뜯습니다. 저는 근데 솔직히 워낙 90년대 동부 힙합을 사랑하다보니 사우스 비트-808-스냅 댄스는 적응을 못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사우스 비트는 그루브가 없다고도 했지요. 예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만약에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셨던 분이 계셨다면 이 앨범의 세번째 곡 "How U Do That"을 꼭 들어보세요. 사우스 비트도 듣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전 이 비트 때문에 진짜 죽겠습니다. 못들어요 무서워서 죽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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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의 음악이 여타 랩퍼들의 그것과 차별성을 띄는 동시에 듣기 좋은 이유는 (물론 힙합에만 국한하지 않고 팝/록적인 어프로치를 많이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전 그것보다는 그의 탁월한 '멜로디 메이킹' 감각이 아닐까 생각해요. 데뷔 앨범에서의 "Don't Let Me Fall"의 그 감미로운 멜로디 기억하시죠? 그 느낌들, 우리가 B.o.B의 음악을 사랑하는 그 이유들을 우리는 이 믹스테잎 수록곡 "Feet Don't Fail Me Now"나 "Not Lost", "Grand Hustle Kings"와 같은 다수의 트랙들에서 느낄 수 있답니다. 강력한 사우스 그루브에 B.o.B의 전매특허 감미로운 멜로디가 결합하기 때문에 역시나 이 믹스테잎 역시 '이뻐 죽겠는' 트랙들로 가득 차게 돼버렸어요.
강력한 사우스 비트에 꽉꽉 구겨넣은 타이트한 라임과 밀고 당기는 플로우를 듣다보면 다소 팝적인 성향이었던 데뷔 앨범에서의 그에 대한 '엠씨'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데 확실히 이번 믹스테잎은 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리뷰에서 제일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죠. 하지만? B.o.B가 누굽니까. 바비 레이 스타일의 록큰롤, 한번 들려줘야죠. Mike Caren과 B.o.B가 공동 프로듀스한 두 곡을 주목합시다. "Cold As Ice"와 "American Dreamin"은 그의 데뷔 앨범을 즐겨들었던 팬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힙합? 글쎄요, Nevermind. 그저 sit back relax하시고 고개 까딱거리시며 즐기십시요. 귀에 짝.짝. 달라붙는 '팝송'들이십니다.
저는 "Dr. Aden"이라는 곡을 듣고 "오 쫌 하는데" 이런 생각을 가졌어요. B.o.B의 록에 대한 사랑은 저도 잘 알고 있었지만 Jim Jarmusch-John Lurie-Screamin' Jay Hawkins-Tom Waits 취향의 아방가르드-익스페리멘탈록까지 손을 대실 줄은 몰랐는데 여기서는 Jack Splash라는 프로듀서 (Cee Lo Green의 이번 앨범에도 참여하신 듯)의 손을 빌어 꽤 전위적인 록사운드에 Dr. Aden이라는 여의사가 미정부의 바이러스 생화학전 음모이론에 연루되는 묘한 스토리텔링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꼭 한번 체크해보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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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입니다. 이 믹스테잎. 언젠가 그가 1집 발매 전에 어떤 믹스테잎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이제는 믹스테잎들도 앨범처럼 만들어야 된다"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정규 앨범 못지않은 완성도로 만들어버리면 어떡합니까. 이거 이제 뭐 왠만큼 만들어서는 믹스테잎으로도 인정 안해주는 분위기 될 것 같으니 말이죠. *^^* 하지만 *^^* 우리같은 리스너들의 입장에서야 *^^* 더할 나위 없이 *^^* 행복할 뿐입니다. *^^*
고마와요 비오비? 또 한번?
글 | tunikut
4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6 동춘12.18 18:23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금 플레이 중인데 데뷔앨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왠지 더 끌리네요ㅎㅎ
추천 댓글 근육맨12.18 19:00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새 이 믹스테입 매일 한번씩은 듣고 있는데 너무 좋네요 !!
추천 댓글 srg12.18 21:36 잘읽었습니다.
진짜 하반기 최강의 믹스테입!!
특히 NOT LOST 퀄리티..ㅎㄷㄷ(원래 엘범에 들어갈 노래라서 그런지..)
추천 댓글 sunkeast12.18 22:58 믹스테입인데 믹스테입이 아닌것같은 느낌이랄까..ㅋㅋㅋ
추천 댓글 title: [회원구입불가]Mr. TExt12.20 01:47 tunikut님의 리뷰와 사설은 세심한 글의 '결' 그리고 독특한 탁월성이 느껴집니다. 많이 배우게 해주셔서 감사. 잘 읽었습니다.
추천 댓글 Saigon12.22 16:59 이거 정말 괜찮더라구요. 확실히 '뭔가'를 보여준 믹스테입 같습니다. 자꾸 이렇게 하이퀄리티 믹스테입을 내면 다른 래퍼들은 어쩌라는...허허 아무튼 잘 읽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