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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0.11.04 21:1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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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Nothin' On You에 대해 이야기하다
사실 지금 막 유행해서 모든 이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왜냐면 나는 아직 그런 최신정보나 컨텐츠에 대해 잣대를 내리고 평가하고 비평할 수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하는 거라고 어느 팝 칼럼니스트 형님께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전 (前) 투피엠 (2PM) 의 리더였던 아이돌 가수 박재범이 유투브 영상을 통해 불러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바비 레이 (B.o.B) 의 노래 Nothin' On You에 대해서도, 몇 개월 동안 스스로 언급하지 않으며 아예 모르는 척을 하느라 고생 많았다. 괜히 유행에 맞춰나가기 위해 Nothin' On You에 대해 나불거렸다가 사람들의 낯 뜨거운 눈총을 받을까봐 걱정이 많았던 것이다.
이제 Nothin' On You 광풍이 어느 정도 지나갔으니, 이 노래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이 노래를 몰랐더라면 아마 나는 바비 레이라는 훌륭한 얼터너티브 힙합 뮤지션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재범이 자신의 유투브 영상을 통해 이 노래 Nothin' On You를 멋들어지게 부르며 바비 레이라는 신진 뮤지션이 재조명 되는 큰 국면을 맞이하였고, 박재범과 바비 레이 모두 다 윈-윈 하는 결과로 맺어졌다.
Nothin' On You는 바비 레이의 2010년 데뷔 스튜디오 앨범 B.o.B Presents : The Adventures Of Bobby Ray에 수록되어 있는 곡으로서, 또한 이 곡은 싱글 커트되어 빌보드 차트에서 굉장한 선전을 펼쳤다. 그러던 중 박재범이 팬들에게 바치는 곡으로 Nothin' On You를 부르면서 아시아 전체에 이 곡이 더욱 더 알려졌고, 이제는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명곡 Falling Slowly 이후 등장한 대중적인 팝음악 넘버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바비 레이는 자신의 노래를 아시아 전역, 아니 어쩌면 다시 전 세계 팬들에게 재탄생 시켜서 홍보시켜준 박재범이 고마워서인지 몰라도, 그를 피처링 보컬로 다시 기용하여 Nothin' On You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었을 정도라고 한다. 어쨌거나 투피엠 탈퇴로 인한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화제의 인물 박재범은 바비 레이의 노래를 통해 다시 연예계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Nothin' On You가 우리나라에서 롱런하며 인기를 얻을 확률은 지극히 90퍼센트 이상이었고, 여전히 이 노래의 위력은 끊기질 않는다.
바비 레이의 Nothin' On You는 리듬앤블루스 보컬 브루노 마스 (Bruno Mars) 가 피처링 보컬로 나서며 소울풀한 보컬을 들려준다. 여느 달콤한 팝음악 같은 ‘팝 랩 (Pop rap)' 의 형태처럼 고고한 피아노 반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브루노 마스가 애절하게 “나씽 온 유 베이베~” 라고 울부짖으면 그 뒤를 따라 바비 레이가 치열한 랩핑을 던진다. 감미로운 리듬앤블루스 (거기다가 팝적인 쉬운 멜로디를 함유한) 에 랩 뮤직을 얹은 전형적인 팝 랩의 형태이지만, 이 곡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드럼 비트‘ 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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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와 브루노 마스의 보이스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비트가 살아있는 강력한 드럼연주는 무언가 부조화스러우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드라마틱함을 연출하는 것 같다. 애절한 기본적인 멜로디는 충분히 사랑하는 상대에게 처절하게 고백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자신의 뜨거운 감정이나 그 상대방 없이는 이 세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장일단이 있는 임팩트가 필요하다. 바로 그 임팩트를 드럼연주로서 표현한 것 같다. 그 드럼비트는 강력하게 임팩트를 찍으며 바비 레이의 치열한 랩핑을 더욱 신뢰감 있게 표현해준다.
또한 바비 레이의 랩핑에 있어서, 끝 단어를 말한 다음에 잔상 (殘像) 이 남는 효과를 준 것은 힙합을 듣는 리스너들에게 하나의 재미를 선사해주는 부분은 굉장히 훌륭하다. 올드 스쿨 힙합에서부터 내려오는 이런 유의 기법은, 랩핑의 끝 단어를 뒷말로 한번 더 주절거리면서 힙합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일종의 언어유희를 표하는 것일 텐데, 바비 레이는 끝 단어의 잔상을 주절거리면서 듣는 이에게 그 단어를 한번 더 복기시키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분명 이런 요소들이 Nothin' On You를 더욱 더 즐겁게 듣기 위한 포인트들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노래 Nothin' On You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힙합뮤직 치고 상당히 멜로디가 감미롭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Nothin' On You를 한참 듣고 있으면 2009년 전 세계를 다시 재즈 힙합의 세계로 끌어들인 고 (故) 누자베스의 유작 Kiss Of Life를 듣는 것처럼, 치열하고 사나운 힙합뮤직이 아니라 한 편의 아름다운 리듬앤블루스, 팝뮤직 따위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랩 가사에 펀치라인이 살아있는지, 라임이 맞는지 따지기보다는, 그냥 플레이 시켜놓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편한 곡이라는 말이다.
한국인들에게 팝뮤직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은 힙합 넘버는 아무래도 피디디 (P. Diddy) 의 ‘퍼프 대디’ 시절의 I'll Be Missing You가 아닐까 싶다. 고 (故) 노토리어스 BIG를 추모하는 이 곡은, 폴리스 (Police) 의 Every Breath You Take를 리메이크하여 만든 힙합 송가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요만큼이나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다. 이제 그 노래가 휩쓸고 간 90년대 후반을 지나, 바비 레이의 Nothin' On You가 I'll Be Missing You를 대신하여 라디오 에어플레이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힙합 뮤직이 가요처럼 사랑받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글 | 이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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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Pharrell11.7 22:22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어요! 드럼 부분은 생각치 못하고 있었는데 역시 전 아직 모자라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