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소울 딜리버리 - Foodcourt
황두하 작성 | 2022-04-12 16:0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6,931 View
Artist: 소울 딜리버리(Soul Delivery)
Album: Foodcourt
Released: 2022-3-18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어떤 음악은 철저한 기획 속에서 만들어지지만, 어떤 음악은 즉흥적으로 탄생한다. 밴드 소울 딜리버리(Soul Delivery)의 음악은 후자다. 밴드는 드럼 신드럼(SHINDRUM), 기타 준스 세컨드 라이프(Joon’s Second Life), 키보드 하은(HAEUN), 베이스 정용훈으로 이루어졌다. 네 사람은 학교 동창으로, 신드럼의 [Who I Am](2021)을 비롯하여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협업해온 동료다. 그들은 잼을 하면서 자연스레 트랙이 쌓였고, 이것이 [FOODCOURT]라는 앨범으로 이어졌다.
트랙은 네 사람의 사적인 추억과 앨범을 작업하며 마주한 일상의 조각을 담고 있다. 연주 사이 수다를 떨며 보냈던 시간을 표현한 “노가리”, 학교 안에 있던 한식 뷔페의 이름에서 따온 “하늘정원”, 앨범을 만들며 가장 많이 배달시켰던 음식점 이름 ‘인생국밥’에서 착안한 “Life Soup” 등등, 소소한 소재가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로파이(Lo-Fi)한 질감의 사운드를 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친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든다. 연주에선 일상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예를 들어 “노가리”에서는 기타와 신시사이저가 서로 대화하듯 뒤엉키며 진행되고, “Fresh Air”는 느린 템포 위로 연주에 여백을 두어 잠시 환기하는 순간의 선선한 바람을 느끼게 한다.
네 사람뿐만 아니라 관악기를 담당한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과 백관우, 그리고 기타를 맡은 홀라성호(Holasungho) 등이 참여해 사운드가 더욱 풍성해졌다. 앨범은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구성적 장치들 덕분에 일관성이 느껴진다.
“하늘정원”, “Breaktime”, “The Last Day”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대표적이다. 동일한 리프를 트랙마다 다른 템포, 다른 악기로 연주해 마치 하나의 트랙이 죽 이어지는 것 같다. 더불어 마지막 트랙 “Rhythm, Hope, Love”은 앨범의 나머지 곡들을 전부 샘플링하여 만든 곡이다. 중간에 들어간 보이스 샘플의 내용처럼 앨범을 통째로 ‘앙코르’하는 것 같다. 긴 여정을 매듭짓는 멋진 마무리다.
게스트 참여도 인상적이다. 멤버들과의 잦은 협업으로 인연이 깊은 따마(THAMA)는 “넋”에 참여해 소울풀한 기운을 가득 불어넣었다. 중저음의 보이스로 가사를 느리게 읊는 따마의 랩은 순식간에 집중하게 하는 순간을 연출한다. “Life Soup”에 목소리를 보탠 영국의 알앤비/소울 싱어송라이터 슬레타(Sletta)는 곧게 뻗어가는 맑은 목소리로 과거의 찬란한 순간을 조명한다.
소울 딜리버리는 ‘소울’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뭉친 밴드다. [FOODCOURT]라는 제목처럼, 소울을 바탕으로 알앤비, 록,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사운드가 차려졌다. 한국에서 블랙뮤직을 기반으로 한 밴드는 여전히 드물다. 그래서 일단 반갑다. 무엇보다 탄탄한 완성도의 음악으로 채운 앨범을 발표했기에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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