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리드머국내리뷰 제이비 - SOMO:FUME

한국힙합위키
BOS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5월 7일 (토) 21:47 판 (새 문서: 제이비 - SOMO:FUME 김효진 작성 | 2021-09-17 16:2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9,565 View Artist: 제이비(JAY B) Album: SOMO:FUME Released:...)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제이비 - SOMO:FUME

김효진 작성 | 2021-09-17 16:2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9,565 View

Artist: 제이비(JAY B)

Album: SOMO:FUME

Released: 2021-08-26

Rating: RRR

Reviewer: 김효진






관계는 자아를 규정한다. 동창 친구들은 출신 지역을, 일로 만난 사이는 직업 능력을, 취미로 이어진 사람들은 취향을 설명한다. '내'가 속한 관계를 제외하고서 '나'를 설명하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제이비(JAY B)의 소속은 세 가지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GOT7), 크루 오프쇼어(ØFFSHORE), 새로운 소속사 하이어 뮤직(Higher Music). 소속에 따라 이름도 달라진다. JB, Defsoul, 그리고 JAY B.


[SOMO:FUME]은 한 가지 목표를 날카롭게 내리꽂는 것만 같다. ‘제이비’의 재정의다. 다시 말해, '제이비(JAY B)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내리는 것.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 포인트는 '소속'이다. 갓세븐이 아닌, 오프쇼어도 아닌, 하이어 뮤직에 속한 제이비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관계 맺으며 이러한 음악을 할 것이라고 표명하는 듯하다.


이는 프로덕션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이어 뮤직, AOMG 소속의 프로듀서가 대거 포진됐다. 차차말론(Cha Cha Malone), 그루비룸(GroovyRoom), 우기(WOOGIE), 그레이(GRAY) 등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가 작업한 그루비한 알앤비 트랙이 줄지어 있다. 더불어 모든 트랙에 제이비가 참여하여 그들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앨범이 탄생했음을, 새로운 곳에 완전히 소속되었음을 증명하려는 것만 같다.


그런데 이는 뻔한 풀이 과정이다. 완성도는 준수하지만, 도전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큰 단점이 보이지 않으나 큰 장점도 없다. 물기를 머금은 새벽 향이 느껴지는 "AM PM", "In To You"는 각인 없이 쉽게 흐르고 가장 상반된 분위기를 가진, 유쾌한 리듬감이 있는 트랙 "FAME"은 주니(JUNNY)의 참여까지 맞물려 오프쇼어의 이름으로 발표했던 "Just Stay"를 떠올리게 해 색다르지 않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Switch It Up”에서도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무엇보다 프로덕션이 보컬의 강점을 가린다. 유약하지만 단단한 힘이 기저에 깔린 제이비의 보컬은 댄서블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트랙에서는 날카롭게, 미니멀한 사운드에서는 부드럽게 변모한다. 본작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트랙에 쌓인 소스는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제이비와는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Count On Me"와 "Paranoia"로 이어지는 구간은 인상적이다. 다양한 음색을 활용한 제이비의 보컬로 채워졌다. "Count On Me"에서는 리드미컬한 기타 사운드와 어우러지는 보컬이 감흥을 돋구고 "Paranoia"에서는 어둑하고 좁은 곳을 질주하는 듯한 빠른 비트가 곡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을 갈구하는 "Paranoia"에서 그의 견고함이 느껴진다.


노랫말들은 대개 수동적이다. 상정된 타자에 의해 감정이 너울지고 상황이 바뀐다. '내 하루를 망쳐 놓는'("AM PM") 존재이면서 ‘시험에 빠뜨리게 하는’(“In To You”) 존재다. 이렇게 의존적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파도처럼 마음이 요동치기 마련이다. 본연의 색을 아직 찾지 못 한 사람과 비슷하다. 급격히 솟아올랐다 떨어지는 파도는 돌에 부딪혀 깨지고 모래를 만나 색이 변한다. 파도가 잔잔해지기 위해서는 깊은 바다를 향해 홀로 헤엄쳐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김효진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9570&m=view&s=review&c=16&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