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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렉스 - The Starex Tape Vol. 2
이진석 작성 | 2021-07-05 16:0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3 | 스크랩스크랩 | 22,845 View
Artist: 스타렉스(STAREX)
Album: The Starex Tape Vol. 2
Released: 2021-05-30
Rating: RRR+
Reviewer: 이진석
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음악의 완성도와 더불어 얼마나 크루의 색을 잘 담아내는가에 따라 감흥이 달라진다. 국내에선 리짓군즈(Legit Goons)가 특유의 느긋한 바이브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페이소스를 절묘하게 섞어내 좋은 결과를 냈고, 최근 언더 성수 브릿지(UNDER SEONGSU BRIDGE)는 지역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독특한 색을 입혀 연출해냈다. 이처럼 집단 단위로 굳어진 컨셉은 음악의 감흥과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좋은 요소가 된다.
스타렉스(STAREX) 크루는 최초 파티 유닛으로 결성되었다. 당시 힙합 클럽에서 일하던 노스페이스갓(Northfacegawd)을 비롯해 친분이 있던 퓨처리스틱 스웨버(Futuristic Swaver), 매그닉(!Magnic!), 지금은 탈퇴한 아이시 블루이(Icy Blouie) 등이 모여 시작했다. 이후 파티를 주최하고 멤버를 늘려가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팀의 탄생 배경은 컴필레이션의 성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미국 메인스트림 씬을 주도하는 트랩 뱅어를 적극적으로 구현한다.
멤버 중 단연 돋보이는 건 퓨처리스틱 스웨버다. 랩과 프로덕션 양면으로 앨범의 무드를 주도하며 발군의 활약을 펼친다. 가장 많은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그는 여전히 트랩에 기반을 둔 프로덕션을 선보이지만, 이전 작품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최근작 [YFGOD]에서 하이퍼팝을 기반으로 빠른 템포의 프로덕션에 집중했던 그는 이번엔 무게감 있게 떨어지는 베이스와 비장미가 들어간 뱅어 트랙들을 선보인다. 랩 또한 탁월하다. 단순히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타이트하게 쏟아내면서도 깔끔하게 떨어진다. 덕분에 대부분의 곡에서 하이라이트를 가져간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노스페이스갓이다. 개성있는 톤과 적절한 완급 조절을 통해 노련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허풍에 가까운 과시와 약물에 관한 가사는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통해 쌓아 놓은 캐릭터와 기믹을 거쳐 힘을 발휘한다. 비장미 넘치는 무드의 프로덕션 아래 의도적으로 단순화시킨 가사와 컨셉이 합쳐져 묘한 쾌감을 자아낸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이들에 비해 밀햄(MILLHAM), 플레이버대쉬(Flavordash) 등등, 다른 멤버들의 존재감은 흐리다. 특히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아쉽다. “RIGHT HERE”, “돈내놔(ROB), “GO GET’EM”처럼 단순한 구조의 후렴구에선 캐치한 맛을 살리지 못했고, 못놔(DON’T LIKE)에서의 벌스는 관성적인 멜로디와 라인이 이어지는 탓에 임팩트가 떨어진다.
일부 과한 레퍼런스가 느껴지는 구간 역시 발목을 잡는다. 직접적으로 팝스모크(Pop Smoke)가 연상되는 매그닉의 퍼포먼스나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의 음악이 떠오르는 부분이 곳곳에 등장한다. 메인스트림 힙합의 문법을 끌어온 앨범의 특성상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특정 곡이 떠오를 정도로 구성이나 플로우 디자인이 겹치는 부분은 감흥을 떨어뜨린다.
비록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지만, [The Starex Tape Vol. 2]는 제법 잘 짜인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크루의 성격과 앨범의 기획 의도, 그리고 멤버들의 캐릭터가 합쳐져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주류 힙합을 재현하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완성도 있는 프로덕션과 퍼포먼스가 이를 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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